[사설] ‘극한호우’ 피해 복구 서두르고 방재 시스템 다시 짜야

2025-07-20

기록적인 ‘극한호우’가 충청·호남·영남 지방에 이어 수도권까지 덮치면서 인명·재산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그제 경남 산청에서는 800㎜에 달하는 극한호우가 쏟아져 10명이 사망하고 4명이 실종됐다. 사상 초유의 전 군민 대피령이 내려졌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경기 가평에선 170㎜가 넘는 집중호우로 산사태·급류가 발생해 11명이 사망·실종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이후 닷새간 17명이 목숨을 잃고 11명이 실종됐다. 축구장 4만개 이상 면적의 농작물도 피해를 입었다. 피해가 얼마나 더 커질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문제는 기존의 방재 시스템으론 극한호우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폭염과 집중호우가 교차하는 극한 날씨가 어느새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됐지만 우리의 방재 인프라는 이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전국 대부분의 배수·저류 시설이 30년 또는 50년 빈도 강우량을 기준으로 설계됐는데 이미 그 예측을 넘어섰고, 근본적인 한계가 드러났다. 최근엔 100년에 한 번 정도 찾아왔던 ‘시간당 100㎜ 이상’의 극한호우가 매년 이어지는 상황이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그 빈도가 훨씬 잦아질 게 뻔하다. 전국 어느 곳도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

인프라 확충에 비용과 시간이 든다는 점을 고려해 일단은 방재 관련 경계심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오산 옹벽 붕괴 사고를 거론하며 “충분히 예측될 수 있는 상황인데도 대응을 잘하지 못해서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례들이 보이는데 다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지시했다. 특히 범람·산사태·붕괴 등 폭우 취약 지역에 대한 빈틈 없는 대비가 중요하다. 방재 안전 관련 신고가 접수되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사람을 대피시키고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 그러려면 예보·경보·대피 시스템을 더 정교하게 정비해야 할 것이다.

자연재해를 막기는 어렵지만 피해 크기는 우리의 대비와 대응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미증유의 국가재난에 이제라도 신속·철저하게 대응해 추가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급선무다. 피해 복구와 이재민 지원에 민관이 서둘러 나서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방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다시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인프라 확충을 통해 대응 속도를 높이는 것만이 재난을 막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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