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빵 터지는 입담에 파워는 무한대, 취미는 독서··· 두산 거포 유망주 강현구 매력대탐구

2025-02-06

키 1m86, 체중 98㎏ 당당한 체격에 강렬한 인상. 타고난 입담에 무시무시한 괴력을 갖췄는데 취미는 독서. 범상찮은 프로필의 강현구(23)는 시드니 캠프 최고 스타다. 2년 후배 김민석은 “현구 형은 걷는 것만 봐도 웃음이 난다”고 했다. 인천고 주장 시절부터 남달랐던 리더십으로 또래 선수들 사이에서 분위기 메이커가 된 지도 오래다.

1군 경험이래 봐야 3경기 3타석이 전부이지만, 강현구는 감독·코치·선수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6일 시드니 블랙타운 구장 2층 좌석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지나가는 선수들마다 그를 보며 웃었다. 멀리서 지켜보던 이승엽 감독을 비롯해 코치들까지 함박웃음을 지으며 강현구에게 농담을 던졌다.

체격은 워낙 큰데 어깨는 다소 구부정하고, 걸음걸이는 ‘여덟 팔’자에 가깝다. ‘어슬렁 어슬렁’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걸음걸이 얘기를 꺼냈더니 강현구가 먼저 “군대 시절 일화가 있다”고 나섰다. “제가 걸음걸이 때문에 200명 앞에서 수모를 겪었던 사람”이라는 말에 취재진 사이에서 폭소가 터졌다. 신병교육대 조교로 군 복무하던 당시 중대장이 그를 연병장 가운데 세워놓고 부대원들 보는 앞에서 타박을 줬다는 얘기다. 걸음걸이가 그런데 어떻게 조교를 했느냐는 말에는 “그래서 저도 안 한다고 했다. 저부터 똑바로 걷지를 못하는데 어떻게 남들을 가르치느냐고 했는데 ‘안 된다. 이미 늦었다’고 하더라”고 했다. 훈련병들이 많이 무서워했겠다는 말에는 “얼굴 보고 무서워하다가도 입 열면 너무 다르니까 나중에는 그냥 개그맨인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 했다. 빵빵 터지는 ‘자폭 개그’에 그가 왜 그리 팀 내에서 인기가 많은지 금방 알게 됐다.

걸출한 입담이 전부가 아니다. 취미가 독서다. 적을 게 없어 독서로 ‘퉁’ 치는 게 아니다. 강현구는 일본 유명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열혈팬이다. 그가 쓴 책은 한 권도 빼지 않고 다 읽었다고 했다. ‘인생의 책’을 묻는 말에도 금방 답이 나왔다. 인문학자 김종원이 쓴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라는 제목의 철학책이다. 강현구는 “괴테 작품들을 바탕으로 저자가 자기 생각을 더 해서 풀어서 쓴 책인데,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설명했다. 시드니 캠프에도 책 2권을 챙겨왔는데 안타깝게도 선택을 잘못했다. 장편 소설을 좋아하는데 뜯어보니 단편집이고, 자기계발서도 하나 가져왔는데 읽을수록 내용이 산으로 가더라고 했다. 귀국하는 대로 처분할 생각이다. 강현구는 유명 온라인 중고 서점 회원이다.

학교 다닐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다. 강현구는 “운동선수는 무식하다는 말이 너무 싫었다. 부모님도 그러면 안 된다고 늘 강조하셨다”면서 “운동부는 수업을 잘 못 따라가니까 책이라도 읽으려고 했는데 너무 술술 잘 읽히더라. 그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시작한 지 한참 만에 야구 이야기가 나왔다. 워낙 힘이 좋아 맞히기만 하면 담장을 훌쩍 넘길 수 있는 타자다. 그 맞히는 것 하나가 고민이다. 시드니에 와서 생각을 고쳐먹었다. 박석민 타격코치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약점을 감추는 것보다 장점을 살리는 데 집중하면 좋겠다는 이야기였다. 강현구는 “코치님 말씀이 정말 가슴에 와닿았다. 아직 결과는 좋지 못하지만, 제 몸에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선배 중에서도 롤모델을 찾았다. 지난해 34홈런, 통산 156홈런의 슬러거 양석환이다. 강현구는 “양석환 선배님이 정말 제가 원하던 이상적인 배팅을 하시더라”면서 “아까 훈련 때 비법을 좀 알려주실 수 있는지, 배우고 싶다고 말씀을 여쭸다. ‘언제든지 오라’고 하셔서 쉬는 날 찾아뵐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현구가 양석환에게 배우고 싶은 건 타이밍이다. 지난해에도 타이밍이 계속 늦어 어려움을 겪었다. 강현구는 “양석환 선배님 타이밍이 워낙 좋다. 포인트가 확실하게 앞에 잡혀 있으니까 타구도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양석환은 KBO리그 대표적인 풀 히터(pull hitter·잡아당기는 타자)다. 삼진은 많지만, 그걸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장타를 양산하는 타자다. 강현구의 체격조건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유형의 타자이기도 하다.

캐릭터 확실하고 매력 포인트도 넘친다. 야구만 잘하면 슈퍼스타의 기질은 충분하다. 강현구는 “다방면으로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었는데 쉬운 일이 아니더라”면서 “한 가지 특출난 장점을 살리는 게 요즘 야구의 트렌드니까 저도 그렇게 잘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현구가 터지면 두산은 또 다른 초대형 대포를 장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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