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산학협력, 대학의 지형도 바꾼다〉③좌담회 “산촉법, 대학 기술·소유권 인정 계기…라이즈 전환으로 산학협력 새로운 변환점 맞아”

2025-01-09

‘2025, 산학연 협력의 현재와 미래 과제’

올해부터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라이즈·RISE)'가 본격 도입되면서 대학 산학협력에 관한 관심이 모인다. 에듀플러스는 지난달 31일 전자신문 본사에서 '2025, 산학연 협력의 현재와 미래 과제'를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국내 산학협력 전문가들과 만나 2003년 산촉법 개정 이후 대학 산학협력의 변화상을 살펴보고, 산학협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 봤다.

〈참석자〉

손수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지훈 한국기술지주회사협회 사무총장

조서용 큐어바이오 대표

사회=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사회=산촉법 제정 이후, 산학연 협력의 변화상을 정리한다면.

◇손수정=산촉법을 만든 것은 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양성과 지식을 만들어서 지식을 이전하고 사업화하는 것을 촉진하기 위함이다. 산촉법 이전의 대학이 지식을 탐구하는 주체였다면, 산촉법 이후 대학은 탐구한 지식을 어떻게 산업으로 연결할지 고민하게 됐다.

그렇다면 지난 시간 동안 대학의 산업협력단이 지식을 어떻게 활용하고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인력 양성에 관한 해결책도 많이 나왔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산업계가 가장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은 실질적으로 산업계에서 바로 배치할 수 있는 인력이 없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나오는 지식, 특허 중에서 실제 산업계에서 기술의 차별점, 경쟁력 있는 우수 기술이 없다는 문제의식이 반복되고 있다. 이 말은 결국 산촉법 시행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산촉법이 기본적으로 명시하고 있던 원래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대학이 자체적으로 산촉법이라고 쓰고 산학협력단을 회계 관련한 것으로만 해석한 것이 아닌가 하는 관점에서의 의문을 던질 시점이라고 본다.

◇이지훈=2003년 산촉법 개정 이후, 대학 내 산학협력단이라는 특수 법인이 생기면서 본격적으로 산학협력과 관련한 인력 양성, 지식재산권 관리, 기술 이전, 창업 등을 단계별로 시작했다. 이제는 라이즈로 전환이 됐지만, 정부도 산학연 중심대학 사업, 링크 사업 등을 해왔다. 그동안 산학협력에서는 지자체가 빠져있었는데, 라이즈 체제로 전환되면서 지자체가 주도하게 된다.

자자체가 그동안 고등교육, 산학연협력에 대해 지원을 해 왔으나, 주도적으로 사업을 추진한 사례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산학연 협력의 장애요인을 해결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가에 대한 우려가 있다. 지역의 인력 양성 등에 대해서는 지금 가는 방향이 지역과 협력하는 것은 맞지만,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역 체제로 바뀌었을 때 어떻게 기술 사업화, 창업 등의 성과가 가능할지 고민해 봐야 한다.

◇조서용=한국 산촉법의 가장 큰 의의는 대학의 기술과 소유권을 정의했다는 것이다. 과거만 해도 법인이 없었기 때문에 대학교수가 기술 개발이나 특허를 내도 누구의 이름으로 특허를 낼지 혼란이 있었다. 산촉법 이후, 국립대학에도 지식재산을 관리할 수 있는 전문 조직이 있으면 특허를 가질 수 있게 됐다. 대학의 산학협력단이 만들어지고 대학이 특허권을 가질 수 있게 되면서 내가 개발한 기술이 대학 소유라는 것에 대한 구성원의 인식 전환이 생겼다. 물론 이런 문화가 정착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기술 직무, 발명 등이 대학을 중심으로 될 수 있었던 부분은 산촉법이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난 시간 동안 산학협력이 좋아졌는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 산학협력단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회계·감사를 위한 목적이 있었다. 일각에서 산학협력단이 산학협력을 하는 곳이냐 연구비 회계를 하는 곳이냐 하는 질문이 나왔던 이유다. 아직 대학의 입장에서 산학협력단을 바라보는 시각은 회계·감사 부분이 크고, 산학협력을 촉진하는 측면은 조금 약한 면이 있다.

◇사회=학령인구 감소 등의 사회적 변화로 대학이 교육을 담당하는 곳에서 새로운 기술과 혁신을 만들어 내는 곳으로 역할을 전환해 나가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렇다면 앞으로 대학이 산학협력과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어떤 부분을 고민해 봐야 할까.

◇손수정=현재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 등록금 동결 등으로 재정 상황이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때문에 대학은 사업비, 운영비, 투자비 등과 관련해 정부만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이제 대학도 변해야 한다. 산업계와 협력하려면 대학 스스로도 투자를 해 나가야 한다. 대학이 진짜 돈을 버는 것은 정부 사업이 아니라 산업계와의 협력을 통해서라고 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학이 A라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기업에게 기술 이전을 해 가라고 하는 대신, 대학이 투자라는 관점에서 최소 3단계까지 테스트를 해 보는 것이다. 이 역할을 산학협력단이나 기술지주회사가 맡아줘야 한다. 그러나 현재 대학에서는 재정의 문제로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대학 내부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 중 하나다.

◇이지훈=대학과 산업계 사이의 간극을 좁혀 나갈 수 있는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기존에 교육의 역할을 담당했던 대학이 산업체 입장을 반영해 협력하다 보니양쪽의 입장이 다른 것이 현실이다. 대학과 산업체의 간극을 메워주는 역할을 산학협력단이 맡아줘야 한다.

이와 함께 앞으로 산학협력이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중소벤처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도 같이 들어와서 논의할 수 있는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조서용=현재 국내 기업의 입장에서는 글로벌 기업 등과 경쟁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들이 많다. 그러나 대학이라는 곳이 연구비를 가지고 과제를 수행하기 때문에 대다수 대학이 연구하는 과제는 5~10년 뒤의 미래를 내다보는 것들이 많다. 현재 산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를 10년 뒤에 이런 기술을 개발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연구를 많이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현재 기업이 원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대학은 전국에 거의 없다. 왜냐하면 지금 기업에 필요한 기술은 대학에서는 몇십년 전에 연구 과제로 진행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과 대학 간의 갭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산업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해결하기는 사실 어려운 측면이 있다.

◇사회=올해부터 라이즈로 전환된다. 라이즈 체제에서는 지역 산업이나 상황에 맞춘 사업이 진행되면서 창업, 산학협력 등 대학의 특성화가 옅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는데.

◇이지훈=링크 사업 등은 15년 이상 지속되어온 정책으로, 명확하게 추구하는 지점이 있었다. 이런 것들이 라이즈 체제로 전환될 때 지역 간에 녹아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책은 키워드에 맞춰 추진했을 때 성과 관리를 할 수 있고, 성과에 대한 정책적인 환류를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지역별로 내려갔을 때 산학연협력 정책의 통일성과 같은 부분이 이어질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

라이즈 체제에서 아쉬운 부분은 장기적인 계획이 아니라, 지역 문제만을 가지고 이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자체장은 선출직이기 때문에 인력양성과 관련해 학생보다는 지역 주민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일 가능성이 있다.

◇손수정=라이즈 체제가 되면 여러 부분에서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그런데 오히려 지금은 우려보다는 기대를 해 볼 시점이 되지 않을까. 앞으로는 지역별로 차별화가 나타날 것 같다. 지자체 담당자의 인식, 지자체 전담 센터 역량, 이해도 다르기 때문이다. 라이즈 사업에 대한 지역 내 평가가 어떻게 이뤄지느냐가 중요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라이즈 사업을 적극적으로 하는 지자체는 최소 3~4년 지나면 현장에서는 변화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지금은 지자체 안에서 차별화를 내세워 역량을 갖춘 지자체와 그렇지 않은 지자체의 레벨이 구분돼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반면, 생각해 볼 것도 있다. 라이즈 사업은 지역 내 기업, 인력이 정주하는 것을 중요하게 보는데, 과연 젊은 친구들이 지역에 정주할 수 있는 여건을 우리가 만들어주고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라이즈 사업의 성공 여부를 떠나서 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연계돼 쉽지 않은 문제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회=라이즈 체제가 되면 지역 기업과 대학이 얼마나 협력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기업인의 관점에서 지역 기업 혹은 대학에 조언 해 줄 것이 있다면.

◇조서용=기업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의 좋은 인력을 지원받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이 지역에 정주하는 것을 생각할 때 기업이 직원의 월세비 지원도 고려하지만, 직원들은 지역 내 문화 생활이 가능한지를 중요하게 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라이즈는 산학협력 사업이기 때문에, 산학협력의 정의를 다르게 내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산학협력을 이야기할 때 미국과 많이 비교한다. 그런데 막상 미국 주립대의 경우를 살펴보면, 교수 창업 등에 대해 굉장히 보수적이다. 주의 지원을 받기 때문인데, 여기서는 대학의 역할을 연구와 교육을 잘하는 것으로 본다. 이처럼 교육을 제대로 하는 것도 산학협력의 방법 중 하나라고 본다. 연구 기반, 학습·생활 습관, 연구하는 방법, 글 쓰는 것 등 대학에서 기본기를 제대로 갖춘 인력을 받는 것만으로도 기업 입장에서는 좋다.

◇사회=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이지훈=라이즈 센터에 산학연협력 결과물을 창출할 수 있는 기술사업화 부서가 있었으면 한다. 지역 내 혁신기업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라이즈 펀드 등을 조성해 지역 내 대학 기술지주회사 등이 창업 기업, 지역 내 기업에 직접 투자할 기회가 있는 구조가 되고, 기존 VC가 후속투자로 연계될 수 있는 협력체계가 구축됐으면 좋겠다.

◇조서용=산학협력의 활성화라는 키워드를 생각했을 때, 산학협력에 대한 정의를 단순히 기술이전, 창업 등으로 한정 짓지 말고, 산학협력의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물론, 현재 평가가 제대로 되지로 되지 않고 정부과제 주도로 가다 보니 다른 측면을 못 보고 있다. 산학협력에 대한 정의가 다시금 이뤄졌으면 한다.

◇손수정=산학연 협력이라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얼마나 어렵고 얼마나 중요하고 왜 해야 하는지를 새로운 시각에서 다시 한번 바라봤으면 한다. 가령, 학령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의 사례를 볼 때 이슈는 심각한데 산학협력을 다루는 프로세스나 접근은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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