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 중계의 전설’ 송재익 캐스터가 18일 별세했다. 82세. 3년 전에 아내가 하늘로 떠난 뒤 힘들어하던 송 캐스터는 지난해 암 진단을 받았다. 투병 끝 이날 영면에 들었다.
송 캐스터는 1997년 9월 일본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린 1998 프랑스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일전, 이른바 ‘도쿄 대첩’으로 중장년 축구팬들에게 익숙한 인물이다. 후반 41분 이민성의 역전골이 터지자, 송 캐스터가 “후지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라고 외쳤다. 이 표현은 아직까지 회자된다. 당시 그의 중계방송 시청률은 56.9%을 기록했다.
송 캐스터는 2021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역전골이 터지자, 일본 관중이 배추밭에 뜨거운 물을 끼얹은 것처럼 폭삭 주저앉았다"며 "일본 자존심을 건드리고 싶은데 일왕을 건드릴 수는 없으니 후지산이 떠올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송 캐스터는 맛깔 나는 중계로 큰 인기를 누리며 신문선 해설위원과 ‘후지산 콤비’로 불렸다. 1997년 프랑스월드컵 예선, 도쿄대첩, 그리고 1998년 월드컵 본선 멕시코전이 하이라이트였다. 당시 방송 3사가 동일한 국제신호를 받았는데, 두 사람이 오프닝부터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 잡은 경기들의 시청률이 40%대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신 위원은 “송 선배는 스포츠를 세상사에 빗대 표현하는 언어의 마술사였다. 조재진의 헤딩골을 ‘보신각 종 치듯’, 2002 월드컵 한국-미국의 꽉찬 관중석을 ‘6만3000송이 장미’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1970년 MBC 아나운서로 입사한 송 캐스터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2006년 독일 월드컵까지 6회 연속 월드컵 본선 중계를 맡았다. 2009년 캐스터 활동을 중단했다가 2019년에 K리그 현장에 돌아와 2년간 54경기를 중계했다. 지방 중계를 마치고 밤운전은 위험하다 보니 숙박을 하고 올라왔다. 국내 현역 최고령 캐스터였던 그는 2020년을 끝으로 50년간 잡았던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신 위원은 송 캐스터를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한 송해에 빗대 ‘축구계 송해’라고 칭했고 그의 은퇴 소식을 듣고 다음과 같은 요지의 장문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존경합니다. 그 긴 시간 마이크와 더불어 산 방송인으로 철저한 자기 관리와 오디오 유지. 축구를 예찬했던 시간과 추억은 영원할 겁니다. 기회되면 ‘골이에요’를 외치며 중계의 대미를 장식하고 싶었지만. 축구와 복싱 중계의 대명사로 그 명성은 길이 남을 겁니다.”
빈소는 이대서울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21일, 장지는 서울추모공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