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ㆍ러시아 특사로 키스 켈로그(80) 전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명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 전쟁 종식을 추진하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구상을 뒷받침하기 위한 인선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켈로그는 집권 1기 행정부에서 고도로 민감한 국가안보 관련 직책을 맡는 등 군과 기업에서 탁월한 지도력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처음부터 저와 함께했다”며 “우리는 함께 ‘힘을 통한 평화’를 이루고 미국과 세계를 다시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켈로그는 베트남전에 참전해 은성훈장을 수상한 육군 3성 장군 출신으로 트럼프 1기 때 국가안보회의(NSC) 사무총장을 지냈고 마이클 플린 당시 국가안보보좌관 사임 후 안보보좌관 대행을 맡았다. 2018년부터는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돼 미국의 외교 정책 및 안보 전략에 깊숙이 관여했다. 집권 1기 후에는 친트럼프 싱크탱크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에서 미국안보센터장으로 있으면서 트럼프의 외교안보 분야 정책을 뒷받침했다.
켈로그는 최근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을 종결하고 평화를 정착시킨다는 계획을 작성해 트럼프 당선인에게 제안하기도 했다. 이 계획안에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를 모두 수복하지 못하더라도 평화 협정을 맺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우크라이나ㆍ러시아 특사 자리에는 당초 트럼프 당선인의 외교안보 책사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 미대사가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결국 켈로그로 낙점됐다.
트럼프 당선인이 켈로그를 우크라이나ㆍ러시아 특사로 기용한 것은 ‘신속한 평화 협상’을 통해 종전을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취지로 분석된다. 트럼프 2기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할 마이크 월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도 지난 24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확전, 그리고 이 전쟁이 어디로 갈지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트럼프 당선인은 양측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고 싶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고 했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배정된 우크라이나 무기ㆍ장비 지원 예산 중 상당 부분을 아직 집행하지 못해 현재 65억 달러(약 9조500억 원) 이상이 남아 있고 이는 차기 트럼프 행정부로 이월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이 남은 자금을 모두 소진하려면 하루에 1억1000만 달러 분량의 무기를 선적해야 하지만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WSJ은 “트럼프가 남은 돈으로 무엇을 하기로 결정하느냐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평화 협상에서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도 결정될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