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살 에는 한파에도…한남 관저 앞 집회는 밤새 '요지부동'

2025-01-09

"추위가 대수인가요? 목숨 걸 각오로 나왔습니다. 대통령을 지킬 때까지 계속 있을 겁니다.”

“다들 아픈 걸 참고 버티는 거죠. 며칠 전에도 저체온증으로 실려 간 사람이 있어요.”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18도까지 떨어진 9일 새벽, 여전히 ‘친윤 집회’ 참가자들은 밤새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곳곳에 쌓인 컵라면 상자와 푸드트럭·돗자리·텐트는 야외 캠핑장을 방불케 하는 모습이었다.

연일 탄핵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관저 인근은 한파 특보에도 불구하고 집회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시위 참가자 다수가 중장년층인 만큼 한랭질환자 발생 위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날 오전 6시께 한남동 관저 인근에는 수십 명의 대통령 지지자들이 두꺼운 옷차림으로 중무장한 채 철야 집회를 이어가고 있었다. 털모자에 목도리, 마스크는 물론 패딩 위에 담요를 두세 겹씩 덮은 모습이었다. 대형 태극기를 망토처럼 두른 이들도 눈에 띄었다. 다만 이른 아침인 만큼 참가 인원도 30명 안팎에 그쳤고 발언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가만히 돗자리나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이었다. 같은 시간 보수 단체와 그리 거리가 떨어지지 않은 한남 볼보빌딩 인근에서 한 진보 단체의 탄핵 촉구 무기한 철야 농성도 진행됐지만 큰 충돌 없이 각자 추위를 버티는 데 집중해 정적인 분위기였다.

보수 집회에 참여한 A(70·서대문구 거주)씨는 “지난주 금요일부터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다”면서 “돌아가면서 관광버스에 들어가 쪽잠을 자고 나와 교대하는 식이다. 지방 거주자들은 찜질방도 다녀온다"고 말했다.

다만 A씨는 연일 이어진 강추위에 체력적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털어놨다. A씨는 “이미 한 차례 감기에 걸려서 병원도 다녀오고 약도 먹었다. 다들 한 곳씩 아프지만 참고 나온 것”이라면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죽을 각오로 나왔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다른 집회 참가자이자 사랑제일교회 교인인 B(65)씨는 “오늘 차 시동 걸 때 보니 기온이 영하 15도쯤 되더라”면서 “다들 아프다. 며칠 전에도 병원에 실려 간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걱정은 되지만 모두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갖고 버티는 거다”라면서 계속 야외 밤샘 집회를 이어가겠다는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앞서 기상청은 전날 밤 9시부터 서울 전역에 한파주의보를 발효한 바 있다. 한파주의보는 아침 최저기온이 이틀 이상 영하 12도를 밑돌거나 급격히 기온이 떨어져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내려진다. 이에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 집행을 앞두고 철야 집회가 장기화하는 한남동 일대에서 저체온증 등 한랭질환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질병청 한랭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신고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7일까지 전국에서 총 138명의 한랭질환자가 발생한 상태다.

한편 대통령 경호처는 2차 영장 집행을 앞두고 더욱 삼엄한 경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관저에 들어가는 길목인 흰색 철문 앞에는 3중 질서저지선을 쳐두고 여러 겹 차벽도 세운 모습이었다. 경찰 역시 탄핵 찬반 집회 통제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인력을 충원한 상태다. 경찰은 시민들이 지나갈 때마다 목적지를 물어보고 임시로 가림막을 열어주는 등 통행을 제한하기도 했다. 이번주 중에 2차 체포 영장 집행이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가운데 경호처가 영장 집행 저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만큼 공수처 및 경찰과의 대치, 찬반 집회 간 충돌 등이 격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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