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서 가족 품 돌아온 20대 유해…조용히 장례 치른다

2025-10-21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고문 당해 숨진 20대 대학생의 유해가 21일 국내로 송환됐다. 유가족은 고향인 경북 예천에서 유해를 인계 받은 뒤 조용히 장례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시신 부검 뒤 화장된 박모(22)씨의 유해를 실은 대한항공 KE690편이 이날 오전 8시4분쯤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지난 8월 8일 숨진 채 발견된 지 74일 만이다.

현지 공동부검 하루만에 송환 이뤄져

전날 현지 공동 부검에 참여한 장진욱 경찰청 과학수사운영계장은 8시 44분쯤 흰색 보자기에 싸인 유골함을 들고 입국장으로 나왔다. 미리 대기하던 안중만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장이 유해를 인수했다. 이들은 모두 검은색 정장과 넥타이, 흰색 장갑을 착용한 모습이었다. 인천공항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과 공항 보안요원들이 도열했다.

박씨의 유족은 언론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리고 있어 이날 인천국제공항에 나오지 않았다. 경찰 역시 유족의 의사를 고려해 별도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았다. 안 대장은 유해를 경북 예천에 있는 유족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유족은 두 달 넘게 걸려 돌아온 유해를 인계 받은 뒤 지역에 있는 장례식장에서 조용히 장례를 치를 전망이다.

박씨의 고향 마을에 사는 70대 주민은 “사건이 발생한 후 박씨의 아버지는 일도 모두 접고 바깥출입을 거의 하지 않은 채로 집에서 술만 계속 마시며 괴로워했다. 그와 알고 지내던 주민들이 모두 안타까워했다”고 전했다.

유해 송환은 전날 현지 공동 부검 하루 만에 이뤄졌다. 전날 오전 프놈펜 중심가 센속에 있는 턱틀라 사원 내부에서 양측 당국자가 6명씩 참여한 가운데 부검은 3시간가량 이뤄졌다. 박씨 시신은 지난 8월부터 이 사원 내 안치실에 보관돼 있었다.

경찰, 박씨 캄보디아 보낸 2명 검거

앞서 박씨는 지난 7월 17일 가족에게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며 캄보디아로 출국했고 3주 뒤인 8월 8일 캄보디아 깜폿 보코산 인근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지역은 한국인을 상대로 한 감금 피해가 잇따라 발생한 곳이다.

캄보디아 현지 경찰은 박씨 사망진단서에 사망 원인을 ‘심장마비(고문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로 적시했다. 박씨가 캄보디아에 머무는 동안 협박범은 박씨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박씨가 사고를 쳤으니 해결해야 한다”며 5000만원이 넘는 돈을 요구했다. 이 협박범은 한국계 중국인(조선족) 말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캄보디아 당국은 박씨 고문·살해 사건과 관련해 중국인 3명을 체포해 살인 등 혐의로 기소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당국은 도주 중인 공범 2명을 추적하고 있다.

박씨의 캄보디아 출국 과정을 수사하고 있는 경북경찰청은 현재까지 대포통장 모집책 2명을 붙잡았다. 박씨 명의로 통장을 개설하도록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하게 한 혐의(전기통신 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 특별법 위반 등)다. 대포통장 모집조직 주범 A씨(20대)는 지난 16일 인천에서 검거해 구속했고, 같은 대학교에 다니는 대포통장 알선책 B씨(20대)는 구속 기소된 상태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