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미술관, 일부 전시품 수정·철거
티베트·위구르 등 소수민족 문제
해외 정부·기관 압박하며 공격적 반응

중국 외교부가 지난달 인도를 방문해 달라이 라마를 만난 페트로 파벨 체코 대통령과 관계를 끊겠다고 선언했다. 태국에서는 현지 당국을 압박해 티베트 관련 내용이 담긴 미술 전시 내용을 변경하게 했다.
13일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성명을 내고 파벨 체코 대통령이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달라이 라마와 만났다”며 “중국은 악질적 도발 행위를 한 그와 어떠한 교류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파벨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인도에서 달라이 라마를 만나 그의 90번째 생일을 축하했다. 중국은 당시 체코 주재 중국대사관을 통해 즉각 반발했다. 린 대변인은 파벨 대통령의 달라이 라마 접견은 “중국의 주권과 영토보전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체코 대통령실은 파벨 대통령의 방문은 개인적 방문이라고 밝혔다. 내각제인 체코에서 대통령은 일종의 명예직으로 상징적 역할을 해 왔다. 체코 민주화 영웅으로 평가받는 고 바츨라프 하벨 초대 대통령은 생전 달라이 라마를 프라하로 초대하는 등 친밀한 관계를 맺었다.
군 출신이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근무 경험이 있는 파벨 대통령은 2023년 1월 취임 직후 차이잉원 당시 대만 총통과 통화해 중국의 분노를 불렀다.
중국은 지난달 6일 달라이 라마 90번째 생일 전후 티베트 등 민족 문제와 관련해 대응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달 나롄드라 모디 총리가 엑스에서 달라이 라마 생일을 축하한 것에 대해 인도 정부에 항의했다.

최근에는 태국의 대표적인 미술관인 방콕 예술문화센터(BACC)가 권위주의를 주제로 전시회를 열었다가 중국 정부의 압박으로 티베트, 위구르 관련한 내용이 철거되거나 변경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티베트 출신 작가가 만든 세계 권위주의 정부 간 관계를 보여주는 멀티미디어 설치물과 도표를 문제삼았다. 작가의 이름과 ‘위구르’, ‘티베트’, ‘홍콩’이라는 단어가 가려진 채 전시됐다. 전시회를 주관한 미얀마 평화 박물관의 공동 창립자인 사이는 티베트·위구르기,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등장하는 엽서, 중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묘사한 엽서 등이 철거됐다고 전했다.
BACC는 “태국과 중국 간의 외교적 긴장”을 피하기 위해 전시 내용이 수정됐다며 “예술계에서는 이러한 결정이 예술의 자유와 표현의 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고 인스타그램에 밝혔다.
주태국 중국 대사관은 입장문을 내고 “신장, 시짱(티베트), 홍콩 관련 문제는 순전히 중국 내정”이라면서 “태국에서 열린 한 전시회가 이 사실을 무시하고, ‘시짱 독립’, ‘동투르키스탄’, ‘홍콩 독립’이라는 허구를 노골적으로 조장했다”며 “전시회가 중국의 핵심 이익과 정치적 존엄성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