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현정훈/ 정리: 이민정
현정훈(이하 “현”): 자기소개 해주세요.
정재훈(이하 “정”): 저는 울산에서 미디어 강사 활동을 하고 있고, 이번에 <반구대 사피엔스>에서 촬영부에 일을 한 정재훈이라고 합니다. 시키는 건 다 한 것 같습니다.
현: 아까 미디어 강사라고 그러셨는데, 하는 일이 뭔가요?
정: 영상 제작 방법을 가르쳐 주는 거죠. 주로 학생들이고, 성인들. 대학생이나 고령 세대까지 전 세대를 아울러서 영상 제작에 관련된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기획, 촬영, 편집, 다 합니다. 프로페셔널하게 하려고 노력을 하죠.
현: 전에 영화 작업은 겪어보신 적이 있나요? 겪어보시니까 어때요?
정: 없습니다. 영화라는 작업 자체가 굉장히 광범위하다는 걸 느꼈고요. 일반적으로 영상 제작의 과정, 기존에 알고 있던 기획, 촬영, 편집, 이 단계보다 굉장히 복잡하고 시간도 걸리고 그런 거를 보게 돼서 아, 내가 생각했던 범위보다 엄청나게 넓다고 생각했습니다.
시나리오가 써지고 그 스토리를 바탕으로 배우들이 출연해서 촬영하면 된다, 그리고 나머지 뒤에는 편집하면 된다, 이렇게 생각했는데 시나리오, 즉 카메라 앞에 서기까지, 촬영 들어가기 전 준비 단계가 엄청나게 길고 복잡하고 세밀해야 하고, 그런 것들이 저는 놀랐죠.
현: 본인의 적성에 맞는 포지션이 어디인 것 같아요? 연출이 있을 수도 있고, 제작팀일 수도 있고, 녹음일 수도 있고, 촬영일 수도 있고, 조명일 수도 있고.
정: 촬영부 쪽에 일을 했는데. 연출부가 재밌을 것 같은데 연출부는 너무 머리가 아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챙겨야 할 게 너무 많고, 모든 지나왔던 과정들을 다 기억해야 하고, 기억하고 기록을 하고, 그때그때 다시 찾아서 다시 점검해야 하고, 굉장히 제일 어려운 부분이 연출부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고요. 촬영부 일도 재미있었는데, 연출부 일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만약에 다음에 촬영부 할래? 연출부 할래? 그러면 저는 촬영부로 할 것 같습니다. 연출을 겁이 나서 못 할 것 같아요. 너무 저한테는 머리 아픈 일인 것 같아서.
현: 이 영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반구대 사피엔스> 시나리오는 읽어보셨죠? 이 시나리오를 읽고 느꼈던 작품과 현장에서 막상 촬영하면서 느꼈던 것들이 다를 수도 있고, 아, 이게 제대로 가는구나, 읽었던 대로 가는구나, 라고 느꼈을 수도 있을 텐데 어때요?
정: 글로 본 것과 현장에서 촬영되는 모습과는 큰 차이는 못 느꼈습니다. 글대로 촬영되고 있구나. 또는 감독님의 의도대로 촬영이 되고 있구나, 라는 걸 느꼈고요. 이야기 자체는 우리가 기대하는 드라마 또는 영화에서 보는 어떤 시청률이라든가, 시청자의 재미를 유발하는 것보다는 잔잔한 스토리 정도로 이해가 되었습니다. 느낌을 맛으로 표현하자면 강렬한 맛보다는 누룽지 같은 좀 구수한 맛, 깊은 맛, 그런 게 느껴진다고 해야 하죠.
현: 영화에 대한 매력은 느끼셨나요? 영화감독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으세요?
정: 영화 만들어지는 걸 보니까 이야, 영화감독도 멋진 일이구나.
현: 우리나라는 대부분 영화감독을 하려면 연출부를 겪어야 하는데 어떠세요? 연출부의 힘든 일을 겪고 영화감독이 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정: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은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제가 그렇다고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건 아니지만, 영화감독이라는 직업 자체가 이번에 영화를 만들어지는 걸 보면서 아, 정말 엄청난 직업이구나. 그냥 단순히 어떤 지식을 습득해서, 지식이나 기술을 익혀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걸 제가 느꼈습니다.
현: 사실 영화감독들이 자기 세상이 있죠, 다. 만약에 본인에게 영화감독의 기회가 주어진다.
정: 감독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도전해 보겠죠, 저는. 기회가 주어지면. 기회가 주어지고 내가 영화를 감독으로서 만들고, 그것이 완전히 실패작이 아닌 이상 또 기회가 주어진다면 또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할 것 같아요.
현: 미디어 관련된 교육을 하고 계시잖아요.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이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 경험을 전수해 주는 거. 영화 현장을 갔더니 이렇더라, 이런 부분들이 있더라. 전수해 줄 수 있는 말들이 많을 것 같은데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으세요, 학생들에게?
정: 영화가 작품이 나오는 때까지 각 파트별로 책임지고 해야 할 임무들, 제작부, 연출부, 촬영부, 이렇게 움직이는 각각의 역할들이 있잖아요. 그 역할들을 학생들한테 잘 알려주고, 그 기능들과 해야 할 일들 명확하게 알려주고, 촬영할 때 그런 것들을 명심하고 만들자, 그런 얘기를 할 것 같아요.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로서 혼자서 영상 만들 것 같으면 그런 게 필요 없겠지만 팀을 꾸려서 영상을 만들 경우 각각의 맡은 임무가 얼마나 중요하고, 또 독립되고 또 협업해야 되고 하는 부분들, 그런 것들이 팀워크가 필요하니까 그런 부분들을 잘 조율해서 수업하고 또 학생들을 통해서 작품을 만들 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현: 이번에 이민정 감독님에 대해서는 어떤 걸 느끼셨나요? 내가 생각했던 감독님은 이런 사람인데 현장 갔더니 어떤 점이 다르다든가, 이런 점을 내가 못 봤네, 라든가.
정: 영화 제작에 있어 각 부서별로 전문가들이 왔을 때 선수들이 온다고 하잖아요? 프로듀서나 배우 또는 같이 협업하러 온 멤버들을 봤을 때 놀란 거는 아, 저분들이 이 영화를 그냥 직업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 왔다기보다는 이민정 감독님을 보고, 과거에 그분들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제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그 인간관계에 의해서 이 일을 하러 온, 의리 때문에 온 그런 모습을 저는 본 것 같아요.
평소에 우리가 일할 때 보면 감독님의 모습이 재미있을 때도 있고 또 화날 때는 굉장히 무서울 때도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수십 년간 연을 끊지 않고 저렇게 의리로 찾아와서 도와 줄 수 있다는 걸 보면 인간관계를 정말 잘하시는 분이라는 생각을 제가 했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찍고 대본이 나오고, 이 과정들을 보면서 엄청나게 디테일하구나, 세심하고 꼼꼼하구나, 그런 거를 제가 또 느끼게 됐죠. 그리고 많은 생각을 하고 있고, 생각의 깊이 또한 굉장히 깊구나, 라는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감독님을 그렇게 보게 됐죠.
현: 울산 시민이시잖아요. 울산에서 영화를 찍었단 말이에요. 제작사도 울산에 있고. 어떻게 보면 울산 시민으로서도 되게 생소할 것 같아요. 기존에 울산에 있는 영화사에서 울산에 대한 영화를 찍은 적은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맞나요?
정: 저도 잘 모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울산에서 찍었다, 하는 드라마들 보면 다들 서울에서 내려와서 제작한 거기 때문에 아마 최초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이 정도 규모로 찍는 거는.
현: <반구대 사피엔스>가 울산 시민으로서의 가지는 의미, 이런 게 있을까요?
정: 저는 제작에 투입이 돼서 보고 하니까 제 나름의 생각은 있지만, 완성된 작품이 시청자들에게 전달됐을 때 과연 시청자들이 저게 울산에서 제작되었고 울산 영화사가 만들었고 하는 그런 거에 대한 가치를 알까. 그냥 보고 재미가 있다, 없다 정도로만 평가하지 않을까, 라는 염려가 좀 되죠. 같이 만들어 본 입장에서는 지방에서,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영화사가 이 정도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 그 능력이 이 정도 된다, 라는 것만 해도 저는 엄청난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현: 이 영화에 같이 참여하시면서 느꼈던 소회가 있으면 간단하게 한 말씀 해주세요.
정: 영화 제작에 참여하면서 연출, 촬영 다 배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물론 어깨너머로 보면서 배웠지만 만약 저보고 독립영화를 찍어보자면 저는 충분히 도전해 볼 수 있을 정도의 경험을 쌓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영화 제작이라는 게 정말 큰 일이구나,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나게 큰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투입되고 많은 생각들이 투입돼야 한다는 엄청난 큰일이라는 걸 제가 느꼈고요. 현장에서 일을 배울 수 있어서 감사하고, 저한테 좋은 기회였습니다.
현: 울산저널 구독자와 <반구대 사피엔스> 영화를 보시게 될 관객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정: 울산 시민들이 과연 반구대암각화를 얼마나 아실지 저도 궁금한데요. 반구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사람 냄새나는 잔잔한 이야기들을 영화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굉장히 영상미가 많이 담겨 있습니다. 꼭 보시고 울산에 이런 아름다움이 있구나, 그렇게 공감하고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이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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