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정상’ 손서연 “‘제2의 김연경’도 좋지만 저만의 장점 갖추고 싶어요”

2025-11-18

U-16 여자배구 아시아선수권 대회 MVP 손서연 양을 경남 진주시 경해여중 체육관에서 직접 만났다. (촬영기자: 민창호)

김연경의 은퇴 선언 이후 걱정이 쏟아졌던 한국 배구계. 그래도 다행히 프로배구 여자부는 평준화된 전력 속 치열한 순위 경쟁이 지속되며 높은 시청률과 관중 동원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그간 좀처럼 힘을 못 썼던 국제 대회에서도 좋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16세 이하 여자 배구대표팀이 아시아선수권 대회 우승으로 한국 여자배구에 45년 만의 우승 트로피를 안겨준 겁니다.

그 중심엔 대회 득점왕과 MVP를 차지하며 '리틀 김연경'으로 평가받는 아웃사이드 히터 15살 중학생 손서연이 있습니다. 준결승전인 일본전에서 혼자 34득점을 냈고, 체력적으로 지쳐 제 컨디션이 아닌 결승 타이완전에서도 30득점을 올린 에이스입니다.

대회 우승의 기쁨을 만끽한 뒤 다시 학교 체육관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손서연 양을 KBS가 직접 만나봤습니다.

■손서연 '2등은 절대 안 되겠다!' …지친 몸으로도 결승서 30득점

처음엔 아시아선수권 우승을 하게 될 줄 몰랐다고 했던 서연 양. 특히 가장 잡아야 할 상대로 꼽았던 중국에 패배한 게 아쉬웠지만, 잇따른 경기에서 철저히 상대를 분석하고 팀원들과 합을 맞춘 결과는 완벽했습니다.

"일본과 타이완은 플레이도 되게 빠르고 기본기가 좋기 때문에 저희가 세게 때린다고 포인트가 나는 게 아니라서 저희도 빠른 플레이를 하려고 유도했던 것 같아요. 일본전에 이기고 나서는 '타이완은 이겨야겠다. 2등은 절대 안 되겠다' 생각했어요. 그리고 결승에서 8점을 넘기고 코트를 바꾸고 나서부터는 계속 이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혼신의 힘을 다한 탓일까요. 서연 양은 대회 때 포인트를 내도 크게 포효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기만 했는데요. 마지막 포인트를 내고 나서야 그대로 코트에 쓰러지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U-16 여자배구 아시아선수권 대회 결승전에서 5세트 마지막 포인트를 따낸 뒤 선수들이 모두 코트에 드러누웠다. (출처: Asian Volleyball Confederation 유튜브)

이와 관련해 서연 양은 "원래 파이팅을 크게 하는 편인데 중국전 때 너무 힘들어서 그 뒤로 체력을 비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다"고 했습니다.

특히 "준결승인 일본전에서는 몸 상태가 좋았지만, 타이완전에서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점수를 그렇게 많이 올릴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못 했다"고 털어놨었는데요. 일본전을 마친 뒤 자신이 득점왕 유력 후보에 올라와 있는 걸 듣고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합니다.

결국 마지막에 포효하며 코트에 쓰러진 건 "경기 끝나면 '그냥 다 같이 드러눕자'고 친구들과 이야기했었다"는 비하인드를 밝혀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제2의 김연경도 좋지만, 저만의 장점 갖추고 싶어요"

손서연 양은 아시아선수권 대회를 마치고 지친 몸 상태지만 다시 기본기부터 가다듬는 훈련에 돌입했다.

두 달 정도 만에 학교에 돌아와 친구들에게 '너 스타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환하게 웃은 서연 양은 대회를 마치고 힘들 법도 한데 훈련에 진심으로 임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배구를 시작해 벌써 7년 차. 친구들과 같이 소통하는 게 즐겁고, 본인이 낸 득점으로 이기는 게 짜릿해 배구의 매력에 빠졌다고 말합니다.

'배구는 나의 인생'이라며 지칠 때도 포기하지 않은 덕에 어느덧 팀을 이끄는 주장으로, 또 핵심 공격수로 성장한 서연 양. 이번 대회를 거치며 '제2의 김연경'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었고, 지난주엔 김연경재단의 장학생으로 선발되는 경사도 있었습니다. 서연 양은 "사실 처음에 (신청했을 때) 탈락했었다가 이번에 선발된 건데 얼떨떨하면서도 기분이 너무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여자배구의 전설과 이름을 나란히 하는 게 부담스러울 법하지만, 서연 양은 겸손하면서도 당돌한 포부를 드러냈습니다.

"(김연경 선수가) 지고 있을 때나 그럴 때 명대사 같은 것들 하시는 거 보고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도쿄올림픽에서 '해보자, 해보자!'라거나. 나도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선수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저는 아직 김연경 선수만큼은 아니고 조금 더 노력해서 따라잡을 수 있는 날까지 열심히 해봐야겠다는 생각만 계속하고 있어요. '제2의 김연경'이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제2의 누군가'가 아니라 저만의 장점 같은 게 있으면 좋겠어요."

■동갑내기 단짝 세터 이서인 "서연이는 저에게 소중한 공격수"

서연 양과의 인연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함께 배구를 한 세터 이서인 양이 KBS와 인터뷰에 나섰다.

서연 양과 함께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합작한 단짝 세터 이서인 양도 우승 주역. 특히 준결승인 일본전에선 블로킹으로 5세트의 마침표를 찍은 주인공이었는데요. 177cm의 큰 키와 왼손잡이라는 무기, 여기에 다양한 루트의 볼 배급이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서인 양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서연 양과의 인연으로 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는데요. 함께 합을 맞춘 기간만큼 이제는 서로를 믿고 있다면서, '공격수 손서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올리든 볼이 좋든 안 좋든 다 처리가 가능한 선수고 저한테는 정말 소중한 공격수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믿고 올리는 것도 있고 서연이도 제 공을 믿고 때려주는 게 있어서 서로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연 양도, 서인 양도 이제 목표는 또 한 번의 국제대회 우승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대신 아시아선수권보다 더 큰 무대입니다. 이번 대회 4강 진출로 내년 U-17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따낸 만큼, 아시아를 제패하고 온 대표팀의 저력을 다시 펼쳐 보이겠다는 각오입니다.

서연 양은 "아시아선수권 대회를 이겼으니까, 이제는 세계선수권도 우승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제가 못할 때도 있고 잘할 때도 있겠지만 항상 응원해 주시고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을 전했습니다.

서인 양 역시 "아시아 1위 팀이란 자부심을 가지고 U-17 대회도 우승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앞으로 성인 국가대표까지 되는 게 꿈이고, 모든 선수가 저 이름을 대면 바로 알 수 있게 모두에게 존경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당찬 각오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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