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포럼] 자율주행차가 풀어야 할 숙제

2024-12-03

지난 10년간 자율주행차 기술은 빠르게 발전해 왔다. 전시회장이나 자동차 주행실험실의 제한된 트랙에서만 운행되던 자율주행차가 지금은 일반 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자율주행차의 실도로 시범운행지구는 2023년 말 기준 34개소다. 전국적으로 17개 모든 광역자치단체에 걸쳐있다. 누구든 멀지 않은 곳에서 자율주행차를 볼 수 있다. 미국과 중국에서는 이미 자율주행 택시를 도시 차원에서 운행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웨이모가 중국 우한에서는 바이두가 수백대의 로보택시를 운행하고 있다. 누구든 운전석에 사람이 없는 자율주행차를 예약하고 타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소식을 들으면 본격적인 자율주행차 시대가 멀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모든 자동차가 무인으로 운행되는 세상이 금방 올 것 같지 않다. 자율주행차 기술이 넘어야 할 장벽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 안전에 대한 입증이 그것이다. 다양한 도로 이용자가 이용하고 돌발변수도 많은 공공 도로에서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자율주행차의 운행을 허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과 중국 도시의 로보택시가 자율주행 4단계에 해당한다. 지정된 도로에서는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하고 사고의 책임도 운영사가 지기 때문이다. 최종 5단계를 단지 1단계만 남겨두고 있으니 이제 충분히 안전한 자율주행차를 곧 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아직 안전이 충분히 확보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경험하지 못한 낯선 사고 상황에서 사고를 야기하거나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23년 8월 미국에서 로보택시 크루즈가 영업정지를 당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로보택시는 지금의 자율주행 기술을 도시부 도로라는 복잡한 테스트베드에서 일부 차량으로 실험 중인 것으로 이해하는 편이 타당하다. 특히 자율주행 기능이 없는 일반 자동차, 이륜차, 자전거, 보행자 등과 상호작용 기술을 다양한 도로환경에서 실험하고 있다. 실험이 지속될수록 자율차의 안전 성능은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언제 이런 실험이 끝나고 자율주행차를 보편적으로 이용하게 될 수 있을까? 아마도 자율차가 직면하고 있는 안전 이슈를 충분히 극복했다고 인정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그런 인정을 받으려면 최소한 사람보다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어야 한다. 통계적으로만 살펴보면 자율주행차의 평균적인 운전 실력은 이미 자율주행차가 낫다고 볼 수 있다.

경찰에 보고된 웨이모 로보택시의 사고율은 사람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수치가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을 충분히 보장하는 수준은 아니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웨이모 로보택시보다 더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이 많다고 볼 수도 있다. 아직 경험하지 못한 사고 상황이 많이 남아있다고 봐야 한다. 사고율이 안전하게 운전하는 사람보다 월등히 낮은 수준이 되어야 보편적인 자율주행차 시대가 열릴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AI)이 그 어떤 사람보다 훨씬 정확하게 사람인지 개인지를 구분할 수 있는 것처럼 자율주행차가 사고율에 있어서 그 어떤 사람보다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어야 한다. 괄목상대한 차이를 보여줘야 한다.

자율주행차의 안전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려면 다른 도로이용자와 소통하는 능력이 더 필요하다. 가령 신호기가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길을 건너려 해 차가 정지하고 있는데 보행자가 길을 건너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경우 사람 운전자는 쉽게 대응할 수 있지만 자율주행차와 보행자의 의사소통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런 소통은 자전거 이용자, 이륜차 이용자와도 원활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밖에 기상 악화 등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자율주행차의 인지, 판단, 제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의 비상대응 방안도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열리려면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풀어야 할 숙제를 적극적으로 공개하길 바란다. 그래야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로 도전하는 사람과 기업이 늘어날 것이다.

한상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통학 전공 교수 jinmike@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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