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풍문 해명 건수 1분기 94건·2분기 107건·3분기 102건
불공정 거래 규제 절차 복잡...허위 사실 판단 규정도 모호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롯데그룹 계열사가 악성 루머로 인해 기업의 평판과 주가 등에서 피해를 보자, 자본시장 내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허위 사실을 만들거나 유통한 자에 대한 처벌 수위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낮다며 규제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롯데그룹 내 주요 상장사의 주가가 대거 내렸다. 롯데케미칼 주가가 전일 대비 2.98%(2000원) 내리며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으며 ▲롯데쇼핑(-2.25%) ▲롯데정밀화학(-0.14%)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0.37%) ▲롯데지주(-0.48%) 등 그룹 상장사 11개 중 6개 종목의 주가가 내렸다.
이는 롯데그룹 전체 유동성 위기가 촉발됐다는 내용의 지라시가 유튜브에 확산하면서 비롯됐다.
지난 16일 유튜브를 중심으로 롯데그룹이 내달 초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을 선언할 것이며 유통계열사를 중심으로 직원을 감원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이 담긴 동영상이 게시됐다. 그러자 기관 투자자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커지며 낙폭이 커졌는데, 18일 기관 순매도 규모 기준 롯데케미칼과 롯데쇼핑은 각각 3위와 9위를 기록했다.
지라시가 상장사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 26일 오전 증권가에서 삼성전자가 웨이퍼뱅크 내 사고 발생으로 웨이퍼 20만장의 재처리가 불가능해졌고, 반도체 적자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내용의 풍문이 돌았다. 그러자 장 초반 해당 주가가 1.1% 이상 하락했다.
같은 달 14일에는 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의 건강 이상설이 퍼지면서 일부 그룹 계열사의 주가가 급등한 바 있다. 현대모비스 종가는 전일 대비 7.45% 오른 23만 8000원을 기록했으며, 현대글로비스는 같은 기간 5.23% 상승한 9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허위 사실 또는 풍문 등으로 인해 기업의 주가는 대부분 하락한다. 이럴 경우 해당 기업 가치 하락은 물론이고 주식 투자자도 주가하락에 따른 금전적 손실을 입는다. 역으로 주가가 오르더라도 허위 정보일 경우 주가가 다시 내리기 때문에 풍문만 믿은 투자자는 차후 손실이 불가피하다.
더 심각한 것은 사실 검증조차 안 된 지라시가 시장이 뒤흔드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내 상장사의 풍문에 의한 해명은 1분기 94건 2분기 107건, 3분기 102건으로 증가 추세다.
◆허위 사실 유포 처벌 강도 약해...모니터링 방법 고도화해야
이를 두고 미적지근한 제재가 허위 사실 유포 근절을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허위 사실로 인한 자본시장 내 불공정거래는 자본시장법의 적용을 받는데, 아직 미국 등 선진 자본시장을 갖춘 나라에 비해 제재 수위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위원은 "자본시장 내 불공정거래 제재 절차가 한국은 복잡한 편이어서 적발률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허위 사실 유포의 판단 기준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법무법인 청 소속 곽준호 변호사는 "당장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 관련 지라시만 보더라도 실제 처벌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최근 롯데그룹 상장사의 재무건전성이 약해진 건 맞는 데다, 유동성 위기에 대한 의견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학계에서는 적발률과 제재 수위를 고려한 종합적 규제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연구원은 "단속에 걸릴 확률과 과징금을 곱한 값이 불공정거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비해 낮은 경우라면 범죄 유인은 더욱 높아진다"며 "그래서 허위 사실 유포로 인한 자본시장 피해를 막으려면 적발시스템을 고도화하거나 처벌 수준을 높이려는 금융 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tpoems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