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탱크 퍼시픽연구소 보고서
팔레스타인 5년간 250회 이상 공격
상하수도 90% 이상 ‘무용’·접근 불가
“전쟁범죄 해당·집단학살 핵심 전략”
러시아, 우크라 수자원 파괴도 심각

이스라엘군과 정착민들이 지난 5년 동안 팔레스타인 지역의 수자원에 250회 이상 공격을 가했다고 가디언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최근 몇 년 사이 벌어진 민간 물 공급망에 대한 가장 지속적이고 조직적인 공격이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가디언은 캘리포니아에 있는 싱크탱크 퍼시픽연구소의 보고서를 인용, 지난해 1월부터 올해 중반까지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과 정착민이 식수·관개·위생 시설을 겨냥해 최소 90건의 공격이 가했으며, 폭탄·독극물·중장비·개 등 다양한 수단이 동원됐다고 보도했다.
퍼시픽연구소는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의 수자원 인프라가 이스라엘 공격으로 광범위하게 파괴돼 보건 상황이 악화됐다”고 밝혔다.
현재 가자지구의 상하수도 시설 90%가 이스라엘의 직접 공격을 받거나, 이스라엘군이 접근을 차단한 지역에 위치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용할 수 없는 상태다.
페드로 아로호아구도 유엔 식수·위생권 특별보고관은 이러한 상황이 공중보건 재앙을 초래했다며 “국제법 위반이며, 전쟁범죄 및 반인도 범죄에 해당한다.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은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전략의 핵심적 요소”라고 밝혔다.
아로호아구도는 “이스라엘은 1967년이래 불법 점령한 가자·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을 이주시키기 위해 체계적으로 물을 이용해 왔다”며 “이는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정책)과 식민화 전략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2월,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나세르 병원 근처에서 물을 긷던 팔레스타인인 8명을 살해했다. 같은 해 4월에는 가자시티의 학교 두 곳을 공습해 100명이 숨졌으며, EU의 자금으로 설치된 태양광 담수화 장치가 파괴됐다.
지난 7월에는 가자지구 중부 누세라이트 난민캠프의 물 배급소에서 이스라엘군이 10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살해했으며, 이 가운데 6명이 어린이었다. 당시 가자지구엔 기근과 물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었고, 주민들은 식수와 식량을 구하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했다. 당시 유엔은 “이스라엘이 갈증을 무기로 팔레스타인인을 죽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퍼시픽연구소는 전 세계의 물과 관련된 폭력·분쟁을 추적한 데이터베이스인 ‘세계 물 분쟁 연대기’(Water Conflict Chronology)를 공개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물과 관련된 분쟁은 지난 20년간 꾸준히 증가했으며, 최근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 세계적으로 물 관련 분쟁이 420건 발생했는데, 이는 2023년보다 20%, 2022년보다 78% 증가한 수치였다. 올해 상반기에만 160건이 기록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한 수자원 파괴도 급증해 지난해 발생한 물 관련 분쟁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된 폭력이 전체 16%를 차지했다.
지난해 성탄절,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칼루시에서 러시아군으로 물과 전기 공급이 전부 끊어졌다. 지난 8월에는 러시아가 점령지인 도네츠크 일부 지역의 수도 공급을 중단했다. 우크라이나군도 러시아의 민간·군사용 수자원 인프라를 공격해 지난 7월에는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러시아 군시설에 물을 공급하던 수도관이 파괴됐다.
지난달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정전과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에 분노한 청년 주도의 시위가 벌어진 끝에 대통령이 탄핵돼 군부가 권력을 장악하기도 했다.
유엔은 안전하고 적절한 식수 접근권을 기본적 인권에 포함시키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 인구의 25%인 20억명 이상이 여전히 식수 접근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식수를 차단하거나 접근을 막는 행위는 국제인도법 및 제네바협약을 위반한 전쟁범죄에 해당한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