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편의점주 사이에서 ‘흑백요리사’ 관련 상품 인기가 시들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만 해도 예약 없이는 구매가 어려웠지만 지금은 매장마다 재고가 쌓여 있다. 소비 트렌드가 너무 빠르게 바뀌면서 편의점 인기 상품의 수명도 점차 짧아지고 있다.
#“한두 달 반짝 인기 불과”
서울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A 씨는 ‘흑백요리사’ 관련 제품의 판매 인기를 묻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그는 “흑백요리사 인기는 끝났다. 11월 초까지만 해도 잘 나갔는데, 요즘은 관련 제품이 거의 판매가 안 된다. 좀 오래갈까 싶었지만 역시나 한두 달 반짝인기 끌고 끝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흑백요리사는 넷플릭스 요리 경연 프로그램으로 지난 9월 방영을 시작해 10월 8일 최종회가 방영됐다. 방영과 동시에 시청자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고, 최종회가 공개된 직후부터 유통업계는 앞다퉈 관련 상품을 출시했다. CU는 우승자인 권성준 셰프(나폴리 맛피아)와 손잡고 ‘밤 티라미수 컵’ 상품을 출시했다. GS25는 조광효(만찢남), 김미령(이모카세1호), 장호준(일식끝판왕), 임태훈(철가방요리사) 셰프 등과 협업한 제품을 선보였다. 이마트24도 이경재(50억 초밥왕), 김도윤 셰프와 콜라보한 상품을 선보이면서 소비자의 관심을 끌었다.
흑백요리사 상품 출시로 편의점 업계는 매출 상승효과를 톡톡히 봤다. CU는 지난 22일까지 밤 티라미수 디저트 2종(밤 티라미수 컵, 밤 티라미수 빵)의 누적 판매량이 200만 개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GS25도 넷플릭스와 손잡고 선보인 디저트빵 4종이 매출 최상위에 오르는 등 흑백요리사 특수를 누렸다.
하지만 뜨거웠던 인기는 두 달도 채 안 돼 빠르게 식었다. 흑백요리사 콜라보 상품 중 가장 화제가 됐던 ‘밤 티라미수 컵’을 두고 편의점주 사이에서는 ‘인기 끝물’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10월 8일 출시된 CU의 인기 상품인 밤 티라미수 컵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사전 예약을 해야 구매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편의점마다 재고가 쌓여 있다.
한 편의점주는 “(밤 티라미수 컵이) 요즘은 안 팔린다. 출시 초반에만 반짝인기를 끌었을 뿐이다. 한 달이 지나니 인기가 시들해졌다”며 “구색을 갖춰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발주한다. 5개 발주하던 것을 이젠 1개만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편의점주도 “초반보다 확실히 구매율이 낮아졌다. 이제 끝물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다른 흑백요리사 관련 상품들도 마찬가지다. GS25 편의점주는 “흑백요리사 콜라보 상품이 이달 중순부터는 거의 판매되지 않는다. 판매 중인 냉장상품이 대부분 흑백요리사 관련 제품인데 손님들이 찾지 않으니 난감하다”고 말했다.
CU 관계자는 “판매 초기에는 물량이 부족해 상품을 점포마다 1개씩만 발주하도록 제한했다. 이후 발주 물량을 5개로 늘렸고 지금은 발주 제한을 풀었다. 가맹점에서 원하는 만큼 발주할 수 있고, 물량이 늘어나다 보니 판매되는 속도가 더디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 신상품 경쟁 치열, 점주는 재고 처리에 난감
편의점 상품의 수명주기는 점점 짧아지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2~3개월 이상 판매가 잘되는 상품은 손에 꼽을 정도다. 히트상품이라도 보통 한 달 정도만 관심을 받는다”며 “과거와 비교하면 확실히 상품의 수명주기가 짧아졌다”고 말했다.
올여름 편의점 업계가 앞다퉈 선보인 요아정 협업상품이나 두바이 초콜릿 등도 인기가 오래가지 않았다. 출시 초기에는 품절 대란이 일고, 웃돈을 얹은 중고거래까지 이어졌지만 한두 달 만에 관심이 식어버렸다. 한 편의점주는 “잠깐 손님을 끄는 시즌 상품에 불과하다. 몇 달 전만 해도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는데, 지금은 찾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이 너무 많고, 콘텐츠도 다양해졌다. 사람들의 관심사가 예전보다 빠르게 변하다 보니 제품의 수명주기도 짧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의 관심 끌기를 위해 편의점 업계의 신상품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SNS 모니터링으로 발 빠르게 트렌드를 파악하고, 단 몇 주 내 상품 출시까지 이어진다. 이렇게 매주 출시되는 신상품이 50개 이상이지만 그 중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어 살아남는 제품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종우 교수는 “어떤 제품이 히트상품이 될지 모르니 편의점에서는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면서 소비자 반응을 살필 수밖에 없다. 편의점의 생존 전략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편의점 점주들은 매주 쏟아지는 신상품과 화제 상품이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말한다. 한 편의점주는 “신상품이 쏟아지지만 그 중 판매가 잘되는 제품은 하나 나올까 말까 한 상황이다. 그걸 알면서도 구색 맞추기용으로 발주를 해 진열하다 보니 결국 폐기만 늘어난다”며 “반짝 판매되는 이벤트성 상품만 쏟아낼 게 아니라 정말 오랫동안 잘 팔릴 상품 개발에도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편의점이 경쟁적으로 이슈 몰이 상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상품 경쟁력을 위해서는 정공법을 택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며 “편의점 상품은 소비자들이 빈번하게 계속 구매하는 제품이다. 당장 화제만 쫓아 급하게 만들 것이 아니라 상품을 다변화하면서 값싸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꾸준히 찾게끔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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