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6건 중 13건 주관한 NH…후발주자들 추격
비대면 청약 시스템 도입 등으로 점유율 경쟁 치열
올해 자진 상장폐지와 경영권 분쟁 등을 이유로 공개매수 시장이 열기를 띠고 있는 가운데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대부분의 딜을 주관한 NH투자증권이 아직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후발주자들인 KB증권과 삼성증권 등이 존재감을 키우면서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날인 지난 21일까지 진행된 상장사 공개매수는 총 2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전체 딜 규모인 18건을 크게 초과한 수준이다. 최근 기업들의 자발적 상장 폐지 및 경영권 분쟁 사례가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공개매수는 특정 기업의 주식 매입을 희망하는 자가 매입 기간·수량·가격을 미리 알린 다음 증권시장 밖에서 공개적으로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뜻한다. 주로 인수합병(M&A), 경영권 확보, 상장폐지 등에 활용된다.
작년에 이어 활황을 나타내고 있는 공개매수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증권사는 올해 13건의 딜을 주관한 NH투자증권이다. 다만 상반기에 전체 10건 중 8건을 맡으면서 시장을 독식했던 것과 달리 하반기 들어서는 16건 중 5건을 진행하면서 기세는 다소 주춤한 상황이다.
반면 후발주자인 KB증권이 하반기에만 4건의 공개매수를 주관하는 등 존재감을 키우고 있어서다. KB증권은 고려아연 측 의뢰로 고려아연·영풍정밀 공개매수를 진행한 데 이어 지난달 관악산업과 코엔텍에 대한 공개매수 딜을 따내는 등 빠른 속도로 실적을 쌓고 있다.
이어 지난 4월 현대지에프홀딩스의 현대백화점 공개매수를 진행했던 삼성증권도 이달 들어 현대이지웰과 그래디언트의 공개매수 두 건을 연달아 주관하면서 KB증권의 뒤를 이어 치열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이 외에 미래에셋증권(에스앤디·고려아연), 하나증권(영풍정밀), 신한투자증권(신세계건설), 대신증권(윈스), 한국투자증권(SBI핀테크솔루션즈) 등도 관련 딜 수임을 하면서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작년부터 증권사들이 지점 방문 없이 홈페이지, 홈트레이딩시스템(H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을 통한 비대면 공개매수 청약 시스템을 연이어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시장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NH투자증권이 작년 9월 업계 최초로 비대면 청약시스템을 도입한 뒤 KB·삼성·한국투자·메리츠증권 등이 온라인 시스템을 마련한 상황이다. 아울러 미래에셋·신한투자·대신증권 등도 내년 도입을 목표로 온라인 공개매수 청약시스템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의무공개매수제도가 도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증권사들의 발걸음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상장사의 지배권을 확보할 정도의 주식을 취득할 때 주식의 일정 비율 이상을 공개매수로 취득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 오스템임플란트의 사례로 인수합병(M&A) 및 잔여 지분 공개매수, 상장폐지, 수천억 원대 브릿지론 제공 등으로 이어지는 패키지 딜이 부각되면서 공개매수가 새로운 수익원으로 주목받는 상황”이라며 “비대면 공개매수 청약을 지원하는 등 시장 확대를 준비하는 증권사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