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제주소주’ 헐값 매각?

2024-09-12

[FETV=김선호 기자] 신세계그룹이 2016년 인수한 제주소주를 최근 오비맥주에 매각하기로 했지만 제값을 받기는 힘들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신세계그룹과 오비맥주는 매각 대금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가운데 제주소주 실적을 감안하면 기업가치가 낮게 책정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비맥주는 지난 11일 제주소주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제주소주의 기존 모기업인 신세계그룹 계열사 신세계L&B는 주류 유통·수입업에 집중하고 오비맥주는 카스와 함께 글로벌 확장을 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신세계와 오비맥주 간 제주소주에 대한 기업가치 책정과 경영권 프리미엄 적용에 따른 협상이 주요 논의 안건이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신세계로서는 적자경영을 지속하고 있는 제주소주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투입 자금을 모두 받기는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2016년 주요 계열사 이마트를 통해 제주소주를 190억원에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마트는 2016년 12월 2일 제주소주 지분 100%를 취득했고 12월 14일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2016년 이마트 별도기준 현금흐름을 살펴보면 종속기업투자의 신규취득으로 341억원이 유출됐다. 이때만 해도 신세계그룹은 제주소주가 2015년 영업적자 19억원을 기록했지만 보유한 유통 채널과 시너지를 발휘하면 충분히 실적 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업계에 따르면 유상증자 등으로 이마트가 제주소주에 투입한 금액만 570억원에 달했다. 인수자금까지 더하면 760억원이 투입됐다는 결과가 도출된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제주소주는 적자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실제 제주소주의 영업적자는 2017년 60억원, 2018년 127억원, 2019년 141억원, 2020년 10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017년 12억원에서 2020년 50억원으로 증가하기는 했지만 원가와 판관비 부담으로 대규모 출혈이 일어났다.

결국 이마트는 2021년 자회사 신세계L&B에 제주소주를 흡수합병시켰다. 당시 회사합병 결정 공시에 따르면 유사사업 부분 통합으로 효율적 사업관리를 위한 목적이라고 기재했다. 2021년에 제주소주는 브랜드 ‘푸른밤’을 단종하기도 했다.

신세계L&B에 흡수되면서 제조사업부가 된 제주소주의 매출은 2022년 9억원, 2023년 11억원으로 독립 법인으로 존재했던 시기에 비해 급격히 감소했다. 매출 감소에 따라 적자도 덩달아 줄어 2022년 16억원, 21억원을 기록했다.

본격적인 매각 작업을 추진한 건 올해 8월 신세계L&B가 제주소주를 물적 분할하면서다. 이후 최근 오비맥주가 제주소주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제주소주의 기업가치를 책정하는 과정을 거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비상장사의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는 본질가치법을 따르기 마련이다. 본질가치는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각각 1과 1.5 비율로 가중산술평균해 도출한다. 감사보고서 상에서 이에 해당하는 자료는 제조사업부(제주소주)의 실적과 자산·부채 현황이다.

2023년 신세계L&B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제조사업부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1억원과 마이너스(-) 20억원을 기록했다. 해당 기간 총자산은 149억원, 총부채는 211억원이다. 적자가 누적되고 부채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수치를 고려하면 신세계그룹으로서는 제주소주에 투입한 자금만큼 매각가를 제시하기는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세계L&B는 2023년 감사보고서에서 손실 누적과 판매부진 예상으로 제조사업부에 5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이러한 손상차손은 현금창출단위인 제조사업부에 배분된 영업권이 존재하지 않아 계상한 유형자산에 반영했다. 손상차손을 반영한 유형자산은 구축물과 기계장치다. 부진한 실적이 제주소주의 자산가치 하락으로도 작용하고 있는 양상이다.

신세계L&B 관계자는 “제주소주의 매각가는 신세계L&B와 오비맥주 간 협의에 따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며 “국내 1등 와인 수입업체로서 잘 하는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제주소주를 물적 분할하고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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