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정부가 세계 주요국의 핵심 업종을 중심으로 기업 지분을 늘리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산업 인프라에 대한 중국 자본의 입김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심상치 않은 행보로 읽힌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특정 국가나 지역의 강점을 파악해 ‘모든 것을 흡수하는’ 전략을 내세워 자본 굴기를 펼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5일 닛케이비즈니스에 따르면 일본 와세다대와 국립정보학연구소가 함께 개발한 일명 ‘네트워크파워플로(NPF) 지수’로 약 2억 건의 데이터를 이용해 세계 기업의 자본 구조를 분석한 결과 중국 정부의 네트워크 파워가 가장 큰 것으로 드러났다. NPF 지수는 기업 간 출자 관계를 네트워크로 파악해 특정 조직이나 기업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지배력을 나타낸 지표다. 기업의 소유 구조를 거슬러 올라가 지분율과 출자 대상 기업의 매출액 등을 고려해 산출한다.
NPF 세계 랭킹에서 압도적 1위는 중국 정부로 확보하고 있는 기업들의 경제적 가치만도 29조 5231억 달러(약 4경 2466조 원)에 달했다. 중국 정부가 직접 지분을 소유하는 방식과 자회사·손자회사가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을 모두 합친 것으로, 중국 정부의 입김이 실질적으로 작용하는 기업들의 경제적 가치가 4경 원이 넘는다는 의미다. 2위 역시 중국 정부의 국유기업을 관리하는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11조 3779억 달러)가 차지했다. 상위 10위권에서 3위(미국 블랙록), 4위(미국 뱅가드), 5위(일본 마스터트러스트신탁은행), 10위(노르웨이 정부)를 제외하고 6곳이 모두 중국 소속이다.
중국 정부의 NPF를 출자 대상 기업의 본사를 기준으로 국가별로 분류해도 ‘차이나 머니’의 존재감은 두드러진다.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중국 자본의 지배력을 크게 받고 있는 나라는 호주다. 호주에 대한 중국 정부의 NPF는 약 5460억 달러로 인프라, 특히 자원 관련 기업에서 높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 대한 NPF는 209억 달러로, 그 중 97억 달러가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용품 기업이 차지했다. 중국은 한국에서 ‘반도체 및 전자 부품’, 영국에서는 ‘사업 지원 서비스업’, 브라질에서는 ‘금속·광석 채굴업’ 등 각 국가가 강점을 지니고 있는 산업군에서 상당한 비중의 기업 지분과 영향력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별로는 미중 갈등의 불씨가 된 반도체 부문에 집중하는 양상이 두드러졌다. 대만 거점 반도체 기업 중에서는 18%, 미국에서는 9%, 일본에서는 6%의 지배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인공지능(AI) 등 소프트웨어의 경우 주요국에 대한 지배력이 1%를 밑도는 것으로 분석됐다. 닛케이비즈니스는 “중국에 딥시크나 알리바바 등 AI 관련 기업이 이미 많다”며 “다른 나라(기업)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지 않아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중국 정부의 ‘글로벌 산업 지배력’은 한계 역시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국의 지배력은 정부가 주도하는 반면 NPF 랭킹에서 상위를 차지한 미국 세력은 모두 민간(투자) 기업이라는 점에서 다르다는 것이다. 닛케이비즈니스는 “미국 투자회사들은 복잡한 자본 연결망(순환 출자 구조)을 구축해 어느 한 곳이 파산해도 전체가 무너지지 않는다”며 “중국의 피라미드식 구조는 정점에 있는 정부가 실패하면 전체가 붕괴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블랙록과 뱅가드만으로도 중국 정부의 약 4분의 1의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중국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