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음악은 평등하다?

2025-07-20

우리는 습관적으로 말한다. 음악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고 얘기한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연구에 따르면 인구의 5% 정도는 음악에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도, 한때 음악 감상은 그럴듯한 취미였다. 음악에 관심 없는 친구도 취미를 적는 칸에 음악 감상이라고 쓰는 시절이 있었다. 음악 감상을 취미라고 생각하고 쓰는 것 자체가 왠지 근사하다고 여겼을 것이다.

괜찮다. 취미의 양대 산맥은 역시 음악 감상과 독서 아니겠나. 대중문화란 기본적으로 허세를 먹고 사는 생물이다. 이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지구상에 없다. 우리는 끊임없이 영향을 받으면서 음악을 듣고, 문화를 즐긴다.

요컨대 우리는 귀로만 음악을 듣지 않는다. 속살을 들여다보면 거기에 어떤 욕망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멸균 상태의 감각이라는 건 애초에 없다. 예를 들어 클래식 팬이 클래식을 좋아하는 건 클래식이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클래식이 음악적으로 더 탁월하다는 믿음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모든 음악은 평등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말, 그럴듯해 보여도 덥석 믿지 않는 게 좋다.

물론 나도 안다. 음악 자체는 평등할 수 있음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음악이 사람과 접촉하는 순간 평등은 작동하지 않는다. 우리는 특정한 맥락과 영향 아래에서 음악을 듣는다. 그런 과정에서 취사선택한다. 이 음악이 나를 더 세련되게 전시해 줄 거라고 판단한다. 이 장르야말로 ‘찐’이라는 확신으로 타 장르를 내리깔기도 한다. 이 음악을 모르면 흐름을 놓치거나 집단에 끼지 못할 거라는 위기감 역시 이유가 될 수 있다. 전형적인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소외 공포)다.

그렇다. 욕망 없는 음악 듣기는 없다. 모든 음악이 평등하다는 주장은 허망하다. 차라리 어떤 욕망이 나에게 자리하고 있는지를 골똘히 들여다보는 게 솔직한 태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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