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종묘 공문, 영어라 의미 파악 못 해”···‘선택적 영어 문맹’ 지적

2025-11-13

서울시가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실시할 것을 요청하는 유네스코의 권고 사항을 전달한 국가유산청의 공문을 ‘영어 의미를 파악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 없다”고 회신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유네스코는 세계유산인 종묘 앞 건물의 최고 높이를 상향하려는 서울시 계획에 우려를 표하면서 서울시에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실시할 것을 요청했다. 국가유산청은 이 요청이 담긴 유네스코 자문기관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이코모스·ICOMOS)의 검토보고서 원문과 함께 권고사항을 조치하라는 공문을 지난 4월7일 서울시에 보냈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이 공문에 회신하면서 “종묘 관련 이코모스 검토보고서가 영어원문으로 작성되어 전문분야인 문화재 관련 사항에 대한 정확한 의미 파악을 할 수 없어서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국문으로 번역된 이코모스 검토의견서 회신을 요청”하면서 “이코모스에서 검토의견서 작성 시 참조한 문서가 필요하니 참조문서 일체를 국문으로 함께 회신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이 사실을 처음 보도한 MBC의 보도 내용에 따르면 유산청은 지난 5월 28일 원본 문서의 주요 내용을 국문으로 번역한 내용을 담아 다시 공문을 보냈지만, 서울시는 회신하지 않았다.

넉 달 뒤인 9월 23일에도 검토보고서의 권고사항을 포함해 보내면서 “권고사항 이행의 적극적인 협조와 방안 마련을 다시 한번 당부드린다”고 알렸다.

서울시는 이때도 권고 이행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한 달 뒤인 10월 30일 세운4구역 재개발 예정지의 최고 건물 높이를 141.9미터까지 높인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 계획 결정 및 지형도면’을 고시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에서 “극우 인사 모스탄을 세금으로 모셔 올 때는 구구절절 영어로 친절히 메일까지 보내던 서울시가 정작 유네스코 자문기관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가 종묘 보존을 위해 보낸 공식 검토보고서에 대해서는 ‘영어라 의미 파악이 어려워 대응 마련하기 어렵다’고 답했다”면서 서울시의 ‘선택적 영어 문맹’을 지적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가 사업 당사자가 아니라 공식적인 답변을 주지 않았던 것”이라면서 “실무 차원에서는 국가유산청과 지속해서 협의를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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