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일 권한대행직을 이어받게 되면서 사상 초유의 ‘대대대행’ 체제가 현실화했다. 대외적으로 관세전쟁 등 급변하는 통상질서에 대응해야 하고, 내부적으로 조기 대선을 관리해야 하는 엄중한 시기에 대행 체제를 맡게 된 교육부 내부에선 당혹감과 혼란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된다. 교육부는 권한대행 체제 지원을 위한 지원단 구성에 몰두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국무위원 서열 4위인 이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0시부터 대선 당선자가 확정되는 6월 4일까지 33일간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교육부는 전날 저녁 급하게 권한대행 지원을 위한 업무를 시작했다. 최상목 권한대행 체제를 경험한 기획재정부 사례를 본떠 권한대행 지원단 구성안을 마련 중이다. 다만 교육부는 기재부보다 부처 규모가 작다 보니 훨씬 소규모로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직원을 중심으로 지원단을 구성하되 외교·안보 등 분야는 국방부 등의 파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내부는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교육부 장관으로서 사회부처를 총괄해온 이 권한대행이 권한대행·국무총리·교육부 장관 역할까지 1인 3역을 소화하게 된 것이다. 정권교체기로 선거 관리도 총괄해야 한다. 의대 교육 정상화와 올해 전면 도입된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고교학점제 등 교육부 자체 과제도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경제부총리의 공백이 난감한 지점이다. 미국의 통상 압박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 권한대행이 경제 수장의 공백을 채울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실질적으론 기재부 차관이 장관 장관 대행을 맡아 경제 부처의 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최 전 부총리의 사임으로 김범석 1차관이 장관 직무대행을 맡기로 했다.
교육부는 이날 시시각각 생기는 이 권한대행 일정에 맞춰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 권한대행은 이날 0시 이후 전 정부 부처 관계자에게 긴급지시를 내리며 업무를 시작했고 오전부터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국무위원 간담회·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오전 10시30분으로 예정됐던 국무회의부터 혼선을 겪었다. 헌법상 국무회의는 15인 이상 30인 이하의 국무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전날 최 전 부총리가 사직하면서 국무위원 수가 14명이 됐다. 이 때문에 국무회의 정족수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애초 공개 예정이던 간담회가 비공개로 전환됐고, 이 권한대행은 법제처 해석 등을 인용해 국무회의를 개최할 수 있다고 판단해 이후 국무회의를 주재한 것으로 보인다.
이 권한대행은 한 달간 대행을 맡은 만큼 국정 운영에 강한 주도권을 쥐기 보단 각 부처가 빈틈을 보이지 않도록 안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로우키로 차분하게 대응하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권한대행은 경제학자 출신으로, 서울대 무역학과와 경제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뒤 미국 코넬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교육부 수장을 두 번 지내는 등 경제보단 교육전문가 경력을 쌓아왔다.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실 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 교육과학기술부 1차관과 장관을 지냈다. 이후 10년 만인 2022년 9월 윤석열 정부에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됐다.
이명박 정부에선 고교다양화 정책, 입학사정관제 확대, 교원 평가, 일제고사 등 시장경제주의 경쟁을 주요 가치로 삼는 정책을 펼쳤다. 윤석열 정부에선 초등학교 저학년 방과후 돌봄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늘봄학교를 추진했다. 10년 전 장관 재직 시절 추진했던 디지털교과서에 이어 AI디지털교과서를 초중고에 도입하기도 했다. 이 권한대행은 지난주까지도 AI디지털교과서 활용 학교를 방문해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