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가상·금융투자 자산 조세, 글로벌 추세 부합해야

2024-12-15

우리나라 조세는 글로벌 추세에 어긋난 경우가 많아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대부분 현대 국가는 개방경제체제를 따르기 때문에 조세가 글로벌 추세에 부합하지 않으면 안된다. 자본 유출이 심해지고 해외로부터 자본 유입도 가로막혀 국가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과 금융투자자산의 양도소득은 미국·일본·영국·독일 등 여러 선진국에서 이미 과세되고 있고, 상속·증여세도 저율로 과세된다. 국내 상황은 사뭇 다르다. 2025년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가상자산의 양도소득세는 2027년으로 유예하고, 금융투자자산의 양도소득세는 폐지한다. 또한 상속·증여세의 최대주주에 대한 최고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가장 높은 60%다.

우리나라 가상자산시장의 거래 규모는 주식시장을 뛰어넘었다. 기업에 투입된 산업자본이 주식시장에서 가상자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기업의 자본조달을 어렵게 하고, 국민도 가상자산을 과도하게 보유함에 따라 위험도가 높아졌다. 이에 각국은 직간접적으로 가상자산에 대해 각종 규제를 한다. 중국은 가상자산의 채굴과 거래를 금지하는 직접적 규제를 하고 있고, 대부분의 선진국은 거래는 허용하되 조세를 통해 간접적 규제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상자산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없는데 2027년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주가가 저평가된 이유로 남북 대치 상황 등을 거론하지만 가상자산시장의 활성화도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주식시장은 기업가치에 영향을 받는 주식을 투자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산업자본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가상자산시장은 주식·부동산 등 기초자산과 연계되지 않는 컴퓨터 속 암호 덩어리를 투자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산업자본으로 전환하기 어렵다. 이 점에서 투자 흐름이 가상자산시장에만 쏠리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줄 필요가 있다. 가상자산에 양도소득세를 도입하면, 거래 파악이 어려운 해외거래분도 나중에 조세포착 위험을 피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세금신고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금융투자자산에 속하는 상장주식(대주주 제외)의 양도소득세는 미국 등 대부분 선진국에서 과세되지만, 우리나라는 과세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부동산 투자로 인한 소득과 차별될 이유가 없고, 소득이 있으면 조세가 있다는 조세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현재 시점에서 주식시장 활성화 등 여러 이유로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더라도 반드시 도입될 필요가 있다.

상속세는 1999년 이후 한번도 개정되지 않아 물가상승 등을 감안할 때 중산층에게 증세를 한 것과 같다. 최대주주에 대한 상속세 최고세율이 너무 높아서 상속 후 기업지배권이 국가로 넘어가게 된다. 기업을 운영하기 어려운 환경이 됨으로써 기업은 해외로 탈출을 시도하고,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투자하지 않는다. 높은 상속세율은 국가경제를 더욱더 쪼그라들게 하기 때문에 글로벌 추세에 맞도록 대폭 낮출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가상자산, 금융투자자산, 상속·증여 자산 등에 대한 각종 조세는 글로벌 추세를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개방경제체제에서 불필요하게 자본 유출을 증가시키고 자본 유입을 억제함으로써 국민후생과 국가경제를 어렵게 한다. 현대는 조세도 글로벌 경쟁 시대다. 글로벌 추세에 부합하는 조세체계의 유지가 국가경제의 성장동력이라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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