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Topic
뉴 카카오, 어디까지 왔나
카카오 리포트 ② - 미래편
‘국민 기업’에서 걱정거리로 전락한 카카오, 달라질 수 있을까.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현실 인식에선 반성을 넘어 비장함까지 묻어난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이 되고자 했으나 지금은 좋은 기업인지조차 의심받고 있다. 과거 10년의 관성을 버리고 원점부터 새로 설계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임직원 간담회에서 한 발언. 심지어 그는 “카카오라는 회사 이름까지 바꿀 수 있다”고 했고, 정신아 대표에게 개혁의 칼자루를 쥐게 했다.
그로부터 1년, 카카오의 원점 재설계는 아직 한창이다. 지금의 카카오를 만든 모든 성장 공식을 재검토 중. 정신아 대표는 지난 6월 “문제의 근본 원인이 어디 있을까부터 파헤치며 처음 두세달을 보냈다”고 했다. 분야 별로 빠를 수도, 느릴 수도 있지만 다 뜯어 고치겠다는 방향성만은 분명한 것. 김 위원장의 ‘이름도 바꿀 각오’는 카카오의 재도약을 이끈 기념비로 남게 될까. 혹은 마지막 불꽃으로 기억될까. 카카오의 쇄신, 현재와 미래를 뜯어봤다.
💬목차
5. 카카오의 원점 재설계 ①
6. 카카오의 원점 재설계 ②
7. “AI를 위하여” 시나의 1년
8. ‘뉴 카카오’의 기수들, 컨디션은
※ 1~4는 『카카오 리포트 ① - 현실편』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5. 카카오의 원점 재설계 ①
“매일이 어린이날 같았다”(카카오 내부 사정에 밝은 IT 업계 경영자)는 카카오의 과거 모습, 이젠 달라지고 있다. 어렵지만 꼭 해야할 일, 귀찮은 일을 미뤄둬도 아무도 간섭하지 않던 ‘자율 문화’를 탈피하고, 카카오에 맞는 압박 강도를 찾아나가고 있다.
컨트롤 타워 세웠다: 올해 1월, 김 위원장은 13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을 한 곳에 불러 모았다. 새 CA(Corporate Alignment) 협의체 구성과 운영 방식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신규 투자 유치나 지분 매각, 거버넌스 변경 등 의사결정이 CA협의체를 통해 이뤄지며, 상장이나 계열사 이익만을 위해 멋대로 행동할 수 없다는 원칙이 이 자리에서 공개됐다. 한 주요 계열사 임원은 “예전과 달리 이젠 다 보고와 협의를 거친다. 번거롭다고 생각한 곳도 있겠지만, 그간 너무 풀어졌기 때문에 통제와 책임이 강해진 건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외부 독립기구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도 그룹사 경영 전반을 통제하고 있다. 카카오는 13일 준신위 권고에 따라 그룹사 내 투자 결정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고, 감사 실효성을 높이는 ‘투자 및 감사 준칙’을 제정했다.
‘브러더 인사’ 바꿨다: 김 위원장 자신도 기존 방식을 버리고 있다. 과거 인연이 있던 사람을 요직에 앉히는 이른바 ‘브러더 인사’도 탈피하는 중. 정신아 대표 선임부터 시작이었다. 지난 1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엔터) 새 수장으로 선임한 권기수·장윤중 대표 역시 ‘탈 브러더’ 인사다. 카카오 내부에선 김정호 전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의 해고 과정 또한 김 위원장의 변화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여긴다. 쇄신의 키를 맡기려 삼성SDS 근무 시절부터 연을 맺은 ‘찐 브러더’ 김 전 총괄을 불러왔지만, 욕설과 내부 상황 폭로 등 논란이 일자 외부 로펌의 진상조사를 거친 끝에 지난 3월 해고했다. “해고 과정에 김 위원장이 개입하지 않았다는 것에서 ‘브러더십’을 탈피하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다”는 해석. 과거 인연을 맺은 인사가 일부 요직에 있지만, 예전처럼 오로지 ‘내 동생, 내 형’만 찾진 않는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