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장원, 신재평으로 구성된 밴드 페퍼톤스는 지난해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2003년 카이스트 전산학과 동기 출신 이장원과 신재평이 ‘우울증을 위한 뉴테라피 2인조 밴드’라는 기치 아래 결성해, 2004년 데뷔 EP ‘어 프리뷰(A PREVIEW)’를 냈다. 지난해 20년을 맞아 두 장으로 구성된 앨범 ‘트웬티 플렌티(Twenty Plenty)’도 냈다.
21주년이 된 올해, 큰 기념일이 지났다고 해서 페퍼톤스의 음악이 끝나는 건 아니다. 올해는 페퍼톤스의 이름으로 나오는 라이브 실황을 담은 영화 ‘페퍼톤스 인 시네마:에브리씽 이즈 오케이’가 지난 9일 개봉했고, 유재석이 출연하는 웹 예능 ‘핑계고’를 통해 급작스럽게 결성된 조혜련과의 유닛 ‘메카니즘’의 활동도 예고하고 있다. 실컷 20주년을 달리고, 잠깐 재충전 중인 페퍼톤스와 만났다.
“근황이라고 할만한 일이 없이 소소하게 일상을 보내고 있고요. 휴식과 재충전을 하면서 다음에 벌어질 일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페스티벌 등 꾸준하게 여러분을 만날 기회를 만들고 있고요.”(신재평·이하 신)

그 사이 이장원은 대전에 위치한 국립중앙과학관에서 강연도 했다. ‘음악과 과학의 융합’이라는 주제로 전기의 발명이 음악에 끼친 영향과 기술 변화에 따른 음악의 변화 등도 이야기했다. 페퍼톤스에게는 ‘음악과 영화의 융합’이라는 화두도 있었다.
“롯데시네마에서 지난해 제안을 주셨어요. 여름부터 촬영해서 영화를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시더라고요. 순간 마음이 겸손해지는 기분이었어요. 마음속 깊이 힘이 나서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죠.”(이장원·이하 이)
영화에는 페퍼톤스 20주년 공연과 함께 인터뷰들과 다양한 지역에서의 공연 준비 스케치 영상, 하주 모습 등이 담겼다. 20주년을 달린 지난해를 21주년인 지금 다소 호젓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일도 흥미로웠다. 21주년이 됐기에 비로소 말할 수 있는 ‘20주년’의 소감도 있었다.

“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는 매년 봄, 가을은 페스티벌, 여름은 클럽투어를 하고 겨울에는 연말 콘서트를 하는데요. 20주년이라 특별하게 의미부여를 했죠. 해가 바뀌니 또 시작을 해야 하고 도전하는 마음가짐이 되더라고요. 결국 하루하루가 모여 기념일이 됩니다.”(신)
“저희가 나온 미디어 속의 모습을 즐겨 보는 편은 아닌데, 생각보다 영화는 편안하게 보이더라고요. 저희 둘이 20년을 이룰 수는 없었던 거고, 들어주신 분들과 찾아주신 분들이 계셨기에 자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감사한 분들이 많고 앞으로도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이)
밴드로서 끊임없는 기술적인 향상을 꾀했고, 일상의 감정부터 선한 세상으로의 행진까지 노랫말을 통해 다양한 메시지도 냈다. 그들의 섬세한 감각은 그들 주변의 거의 모든 이야기를 다 해온 상태였다. 페퍼톤스의 ‘이야기’가 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도 그들의 요즘 고민거리다.

“재평이와 주로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요. 음악을 들어주시는 분들께 좋은 영향을 드리고 싶다는 생각은 똑같죠. 나름의 사명감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저희 둘 다 결혼을 하면서 ‘돌보고 돌봄 받는 일’에 대한 진심이 생겼어요.”(이)
음악 외의 활동에도 열심이다. 대표적으로 이장원이 그러한데, 이장원은 과거 ‘문제적 남자’를 비롯해 최근 ‘찐팬구역’까지 다소곳하지만, 속에 광기(?)를 숨겨놓은 예능 캐릭터로 활약하기도 했다. 음악활동의 연장선상이기도 하지만, 조혜련과의 유닛활동 역시 웹 예능에 출연한 결과였다.
“예전부터 음악만 하고 싶다고 하는 팀은 아니었어요. 이렇게 오는 제안과 기회들을 잘 받아들이고 다채로운 일을 했던 것 같아요. 최근에는 음악 외적으로도 활동할 기회가 많아지고 있고, 장원이의 경우에도 방송 기회가 많죠. 제 입장에서는 응원해주는 데 노력하고 있습니다.”(신)

자연스럽게 한화 이글스의 팬인 이장원의 기분이 궁금했다. 그는 대전 출신으로 팀 이름 ‘Peppertons’를 한화 이글‘스’ 때문에 페퍼톤‘스’라고 지은 찐팬이다.
“올해는 우승합니다. 플로리얼 선수가 최근까지 외로움을 느끼다가 터지고 있죠. 사실 우승은 꿈일 수 있지만 겸허한 마음으로 기다려보고 있습니다.”(이)
21주년의 페퍼톤스가 이제 창간 20주년을 맞이하는 ‘스포츠경향’에게도 덕담을 건넸다. 역시 21년을 맞아 새로운 하루에 나서는 그들처럼, 스포츠경향 역시 20년을 하루처럼, 하루를 20년처럼 간직하는 또 다른 여정에 나설 것임을 다짐한다.

“새로운 도전과 시작의 한 해에요. 끊임없이 자기계빨하는 기분으로 부딪치고 배우면서 성장하는, 성숙한 음악인으로서의 21년을 맞이하겠습니다.”(신)
“스포츠경향 창간 2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특별히 설레는 시작이 있는 한 해인 것 같습니다. 스포츠경향도 그런 설레는 일이 많으시길 바랍니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