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프·캐나다,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가자지구는 150명 아사

2025-07-31

영국, 프랑스에 이어 주요 7개국(G7) 국가인 캐나다가 팔레스타인을 독립 국가로 인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은 과거 팔레스타인의 양보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역으로 이스라엘을 압박하는 카드가 되고 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3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캐나다는 9월 유엔총회 80차 회기에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카니 총리는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위해서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개혁이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마무드 아바스 자치정부 수반의 근본적인 통치체제 개혁 약속과 내년 하마스가 배제된 총선을 치를 것, 팔레스타인 국가의 비무장화 약속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 아바스 수반과 장시간 통화해 그의 약속을 재확인했다”며 “팔레스타인이 강력한 민주주의 통치체제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은 즉각 반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런 결정은 하마스의 극악무도한 테러리즘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국가 해법’, 30여년 만 재확산

최근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따르면 현재 유엔 회원국 193개국 중 147개국(바티칸 교황청 포함)이 팔레스타인을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있다. 스페인, 아일랜드, 노르웨이, 슬로베니아, 아르메니아 등 10개국은 지난해 추가로 합류했다.

그동안 미국과 주요 동맹국들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프랑스가 먼저 총대를 멨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4일 G7 국가 중 처음으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서는 ‘두 국가 해법’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는 이유에서다.

두 국가 해법은 지난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미국의 중재로 맺은 오슬로 협정에 기반을 둔 것이다. 이·팔 문제의 유일한 해법으로 여겨졌지만, 이스라엘에선 극우파가 득세하고 팔레스타인도 분열하면서 실제로 이행되진 못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오는 9월 유엔총회에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공식 인정하겠다며 다른 국가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여기에 영국이 동참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당내에서 거센 압박을 받은 끝에 지난 29일 “9월 유엔총회에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스라엘이 오는 9월까지 가자지구 휴전에 동의하지 않으면”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영국 BBC는 “(스타머 총리는) 네타냐후 총리가 앞으로 6주 안에 그런 평화 협정에 참여할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영국이 팔레스타인을 인정하는 건 분명해 보인다”고 전했다.

“서방 지지에 균열…이스라엘 고립돼”

팔레스타인은 지난해 유엔 총회에서 상시 옵서버 국가로 승격했지만, 미국의 거부로 정회원이 되진 못했다. 투표권을 행사하는 회원국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유엔 안전보상이사회(안보리) 의결을 거쳐야 한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영국과 프랑스의 팔레스타인 지지는 이스라엘에 강한 압박으로 느껴질 수 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때 확고했던 이스라엘에 대한 서방의 지지에 심각한 균열이 드러났다”며 “서방 강대국들이 팔레스타인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면서 이스라엘이 국제무대에서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가 부각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캐나다의 결정에 대해 "캐나다와 무역 합의를 맺기가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서방국가들의 잇단 팔레스타인 지지 배경엔 가자지구 봉쇄 장기화에 따른 심각한 기아사태가 자리잡고 있다. 유엔 통합식량안보단계분류(IPC)는 지난 29일 보고서에서 "가자지구에서 현재 기근으로 나타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진행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전체 가구의 20% 이상이 극심한 식량부족에 시달리고, 5세 미만 어린이의 30% 이상이 심각한 영양실조를 겪는 심각 수준 단계라는 것이다. 구호단체들에 따르면 지금까지 기아로 인해 팔레스타인인 151명이 사망했으며, 이중 절반이 최근 한 달 사이에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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