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기록적인 폭우와 태풍, 장기화된 폭염 등 극한 기상이 빈발하며 아시아 전역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세계적인 기후과학자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8가지 긴급 행동 계획을 발표해 눈길을 끈다.
홍콩 시티대학교(CityUHK) 에너지 및 환경학부장인 벤자민 호튼 교수는 최근 발표한 ‘기후변화 대응 선언문’을 통해 “향후 30년간 우리가 내리는 결정이 인류의 생존, 경제적 회복력, 글로벌 리더십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라며 “이제는 단순한 예측이 아닌,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현실”이라고 경고했다.
호튼 교수는 2025년 4월 홍콩으로 이주한 이후 목격한 급변하는 기후 현상들—기록적인 강우, 태풍 ‘위파’의 상륙, 고온 지속, 한 달 내 최고 일일 강수량 경신 등—이 이번 선언문을 촉발했다고 밝혔다.
홍콩 천문대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더운 날과 열대야 빈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겨울 한파는 거의 사라진 상태다. 실제로 2024년은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다. 그에 따르면 “비가 내리는 방식 자체가 변했다. 건조한 날이 길어졌다가 폭우가 쏟아지는데 이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보건, 경제, 인프라의 위기이다”라고 밝혔다.
홍콩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서 유사한 이상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2024년 싱가포르는 예년 대비 122일 많은 ‘위험한 폭염일수’를 기록했고, 한국도 7월에 기록적인 열대야를 겪었다. 중국 북부와 남부에서는 최근 며칠 새 치명적인 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호튼 교수는 이같은 기상이변은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 기후 변화라는 명확하고 가속화된 패턴의 일부라고 말한다.
따라서 호튼 교수는 현재의 위기를 ‘기후 행동의 전환점’으로 규정하며, 홍콩을 비롯한 고밀도 도시들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8가지 전략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1.기후 과학에 대한 투자 확대
미래를 위한 가장 중요한 투자는 과학적 이해다. “더 많이 알수록, 더 나은 대응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2. 재생에너지 가속화
홍콩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아시아 최저 수준이다. 해상풍력, 태양광 확대와 중국 본토와의 연계 강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3. 도시 이동성 재설계
전기차 확대뿐 아니라 보행, 자전거,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소 기술과 충전 인프라 확장도 언급됐다.
4. 건물의 친환경·냉방 성능 강화
에너지 사용의 상당 부분이 건물에서 발생하는 만큼, 친환경 설계와 냉각 기술 도입, 탄소가격제 도입이 핵심 과제로 지목됐다.
5. 기후 회복력 구축
해안 복원력 강화 등 인프라 설계에 ‘기후 위험 렌즈’를 적용하고, 생태 기반 접근을 결합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6. 시민 참여 확대
“기후 회복력은 공동체에서 시작된다.” 그는 교육과 청년 리더십, 시민사회 역량 강화를 강조하며 대학의 역할을 지적했다.
7. 거버넌스·투명성 강화
정부 부처 간 조정과 공개 데이터 기반 책임 구조 확립이 필요하다며, 정기 보고와 부문 간 협력을 요구했다.
8. 탄소 포집 및 순환경제 도입
CCS(탄소 포집 저장), 바이오에너지, 순환경제 전환 등 첨단 기술 투자를 통해 홍콩이 기후 기술의 중심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홍콩은 이미 기후 행동 계획 2030+와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2050 기후 행동 계획’을 수립했으며, 여기에 2,400억 홍콩달러(약 40조 원 상당)가 투입될 예정이다.
물론 성과도 있다. 2014~2022년 사이 온실가스 배출량은 24% 줄었고, 기후 변화 및 탄소중립 사무소가 신설되며 부문 간 조정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건물·교통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은 여전히 높고, 시민 참여는 부족한 수준이다.
호튼 교수는 “홍콩은 중요한 진전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긴급함’에 걸맞은 ‘목표’가 부족하다”며, “지금 우리가 싸우는 것은 단지 배출량이 아니라 도시의 미래 생존력과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과 지구 전체 미래를 위해 행동해야 할 시점에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기후 대응을 위한 비전과 리더십, 그리고 지역 협력이 결합된다면 홍콩은 단지 기후위기를 ‘견디는’ 도시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도시 개발을 선도하는 모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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