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고의·중과실 아니면 형사책임 면제해야”

2025-09-10

의료사고에 있어 고의나 중과실이 아닌 경과실에 대해서는 의사의 형사책임을 면제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의 일부 및 필수의료에 대해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무과실 보상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는 직업인 만큼 이른바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을 적용해 선의의 행위자에 대해 형사책임을 감면하거나 면제함으로써 방어 진료를 줄이고, 의료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의료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분쟁 관련 법·제도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공청회’가 지난 8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날 전진숙·서명옥·이주영 국회의원,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회장, 박명하 의협 의료배상공제조합 이사장, 박은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원장 등 내빈이 다수 참석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서종희 교수(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가 ‘의료사고 민·형사 소송 전반에 대한 비교법적 고찰’을 주제로 발표하며, 현 우리나라 의료분쟁 관련 법적 개선의 필요성과 함께 대안을 제시했다.

형사소송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최근 5년간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입건된 의사는 연평균 735명에 이른다. 또 민사소송의 경우 법원에서 선고되는 의료과오 민사소송 1심 건수는 2020년 이후 매년 700~900건에 이르며, 매년 선고되는 판결 중 절반 내외로 환자의 청구가 인용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 교수는 이 같은 소송으로 인해 매년 수백 명의 의사가 치료에 부담감을 안고 있다며, 이는 필수의료 기피 현상의 원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서 교수는 “일본은 의사의 형사책임 범위를 제한적으로 보고 있어 형사 기소율은 2015년 기준 12%에 그쳤다”며 “미국도 형사책임을 지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이다. 1809년부터 1981년까지 약 172년 동안 의료과오를 항소심에서 처리한 사례가 15건에 불과했다. 이후 1981년부터 2001년까지 약 20년간 추가된 사례도 9건에 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 소송보다 환자 피해 구제 우선돼야

서 교수는 이어 “우리나라도 형사소송이 아닌 민사책임 중심의 분쟁 해결이 이뤄져야 한다. 고의나 중과실이 아닌 경과실에 대해서는 형사책임을 면제하고, 민사책임을 통해 환자의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는 무과실 보상 시스템 등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보조 및 특별기금을 통해 일부 또는 전부에 대해 환자에게 발생한 민사 피해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도 의료계·법조계·환자단체 등이 의료소송의 법적 문제를 거론하며 의료행위의 특수성과 불확실성을 고려해 형사책임 기준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고 전했다.

김강현 의협 의료배상공제조합 의료사법제도개선위원회 위원은 “의료사고 조사 제도를 적절히 수립해 형사책임 중심에서 재발 예방 및 환자 안전 중심으로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 또 의료분쟁 관련 제도를 전반적이고 조직적으로 개선해 의료분쟁의 사후적 해결보다는 예방에 힘써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종길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는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은 독립적 관계에 있으나 보통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환자 측은 형사고소부터 진행해 매년 수백 명의 의사들이 경찰조사, 형사재판 등으로 장기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는 과잉진료, 소극진료, 방어진료 등으로 이어져 종종 살릴 수 있는 환자를 살리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환자와 의사 양측의 고통과 이해를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는 제도를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구현 간사랑동우회 대표는 “소송이 아니라 합의 또는 조정하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소송 절차로 이익을 보는 개인이나 단체를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어떤 경우 형사처벌을 할 것인지, 형사처벌을 하지 않을 조건은 무엇인지, 민사소송이 아니라 합의나 조정으로 유도할 방법은 무엇이 될지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김수영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사무관은 “의료기관들의 배상보험 가입을 활성화하고, 필수 의료 중심으로는 국가 지원을 강화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며 “다만, 의료사고에 특화된 형사 체계는 보건복지부뿐만 아니라 수사기관 등 유관 부서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추가 논의를 통해 의료사고에 특화된 배상 체계와 형사 체계도 조속히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치협은 치과의사 회원 권익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국민 구강건강에 기여하기 위해 지난해 정기이사회에서 ‘치과의료감정원 설립 추진위원회 구성의 건’을 통과시켰다. 또 설립 이후 원활한 운영을 위해 최근 전문감정위원을 모집한 바 있다. 치과의료감정원 설립은 최근 치과 의료분쟁과 법적 소송이 개인 치과의사를 넘어 치과계 전체의 문제로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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