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의 경쟁’ 시련의 아이콘 정수빈 “애교가 있는 세상 만들래요”

2025-03-17

이제 막 20대 중반에 들어선 배우 정수빈은, 또래 배우 중 누구도 못지않게 ‘사연이 많은’ 배역을 많이 맡았다. 극의 주연이냐 조연이냐 분량을 가리지 않았다. ‘소년심판’ 무면허 운전에 가담했던 가해 학생 역을 시작으로, ‘3인칭 복수’ 속 학교폭력 피해로 복수를 다짐하는 학생을 연기했다.

‘트롤리’ 속 미성년자의 몸으로 임신을 했던 그룹홈 청소년, ‘아일랜드’에서는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도 그의 몫이었다. 최근 ‘선의의 경쟁’을 통해서도 다사다난한 배역을 소화한 배우 정수빈의 소망은, 정말로 아이러니하게도 ‘애교가 있는 세상’이다.

“행복하고 싶어 택한 연기였어요. 지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이 사랑을 돌려드릴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죠. 그런 시기에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촬영 중 손석구 선배님을 만났는데, 비슷한 고민을 하시더라고요. 저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라고 느꼈죠. 선배님과 함께 ‘애교가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제 연기가 긍정적인 힘을 드렸으면 좋겠고요.”

그는 유플러스TV 오리지널 드라마로 공개됐고, 최근에는 티빙으로도 공개되고 있는 ‘선의의 경쟁’에서 우슬기 역으로 출연했다. 정수빈이 주연을 맡은 첫 번째 작품이다. 극 중 지방에서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던 슬기는 수능출제자로 나섰다 갑자기 사망한 교사 아버지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서울 최고 명문 채화여고로 전학을 간다. 그 안에서 여러 학생들의 욕망과 마주한다.

“원작 웹툰이 있는 작품이었지만, 감독님께서도 각색된 작품이니 극에 맞는 방향성을 만들면 좋겠다고 해주셨어요. 사실 아픔이 많은 친구들을 연기하다 보니, 배운 게 많았어요. 아픔이 있는 친구들도 그 나름의 ‘예쁨’이 있는데 마치 하얀 백지처럼 느껴지는 거였죠. 다양한 색깔이 그대로 칠해지는 색 도화지 같은 인물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다채로운 색깔이 있는 인물요.”

그는 ‘선의의 경쟁’을 통해 주연의 무게감도 느꼈지만 다양한 경험도 했다. 우선 많은 장면에서 뛰고 달렸고, 친구와 머리채를 잡고 싸우는 액션장면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극 중 공부를 위해 먹는 약의 부작용을 표현하는 장면에서 수중촬영도 여러 번 진행했다. 가장 화제가 된 것은 극 중 유제이 역을 맡은 이혜리와의 욕조 키스장면이었다. 극 초반 이 장면은 큰 반향을 일으키며 작품을 알리기도 했다.

“작품이 공개되기 전에 배우들끼리 먼저 편집본을 봤어요. 제 입장에서는 충분히 납득 가능한 상황이었고, 관계에 있어서도 불편함이나 어려움이 없었는데, 같이 본 (강)혜원이나 (오)우리 언니 등이 보시면서 소리를 지르며 설레하시더라고요. ‘그런 장면이었나’ 생각이 들었죠. 오히려 그 장면이 있어서, 접하기 어려우셨을 저희 작품이 조금 알려진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긴 촬영기간 동안 여러 연기를 해야 하는 부분이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았겠지만, 지난해 ‘수사반장 1958’의 봉난실 역을 하면서 쌓아놨던 체력훈련이 큰 힘이 됐다. 그리고 함께 한 배우들의 몫도 빼놓을 수 없다. 학원물이기에 이혜리를 비롯해 주예리 역 강혜원, 최경 역 오우리 등과 함께 했는데 서로 수다를 떠느라 하루가 짧았다.

“제이와의 관계는 슬기가 누구의 보호 아래에도 없었던 인물인데, 제이의 선의에 조금씩 마음을 열었어요. (이)혜리 언니와의 관계에 대해 귀를 가려주는 장면에서 ‘아기 김종국’, 저희 네 명으로 ‘채화여고 F4’로 불러주시는 많은 반응을 재밌게 느꼈어요. 혜리 선배님은 정말 시야가 넓고 많은 사람을 인솔하는 힘이 있으시더라고요. 개인적으로 많은 노력을 하시는 모습에서 배우로서 자세를 배웠습니다.”

극에서는 많은 시련을 겪지만, 학생 정수빈은 평범한, 어쩌면 행복한 학창시절을 보냈다. 젊은 시절 연극을 접하기도 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러 갔다가, 스스로의 삶이 행복하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 부모님의 반대도 조금 있었지만, 용기를 내 수시까지만 도전해보겠다고 말했다.

“부모님께 늘 성실한 삶의 태도를 배웠어요. 저도 학급회장을 하면서 성실함을 많이 다졌던 것 같고요. 결국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는데, 연기에 성실한 많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당시 만난 친구들과 선생님들의 인연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역할 때문에 얼굴에 져 있던 그늘을 다음 작품에서는 걷어내고 싶다. 밝고 맑은 인물, 심지어 코미디 연기까지 하는 자신을 떠올린다. 마침 정수빈의 인터뷰 날은 같은 드라마에 오우리 역으로 나온 최경의 인터뷰 날짜이기도 했다. 기자는 두 사람에게 서로 질문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그의 애교는 여기에서도 드러난다.

(오우리의 질문과 정수빈의 답)

Q. 최경으로서는 나와 오피스텔 장면에서 지압을 해줬는데 슬기의 마음이 어떤지 궁금했어.

A. 경이가 먼저 나에게 먼저 잘해줬던 것 같아. 아버지와 관련한 제이의 이야기를 해주는데 고마운 마음에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한 것 같아. 경이한테 고마워서 그랬던 것 같아.

Q. 어떤 연기를 하고 싶어? 코미디 연기도 잘할 것 같아.

A. 많은 팬들에게, 외국의 팬들에게도 편지를 받았어. 애교가 있는 세상을 위해 긍정적인 역할을 해보면 좋을 것 같아. 애교가 있는 역할도 문제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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