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 트럼프 시대의 그림자와 정용진의 ‘가교’ 역할

2024-12-23

2024년 한국 경제는 환율 급등과 글로벌 경제 변동성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 환율은 1450원대를 기록하며 기업들의 채무 상환 부담과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미 외교의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정지로 인해 공식적인 외교 채널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가운데,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정용진 회장은 최근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 15분가량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와의 5년간 이어진 인연을 통해 이번 만남을 성사시켰다. 이는 정부 차원의 외교적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민간 외교의 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정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과의 대화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으나, 트럼프 측이 한국 상황에 관심을 표했다고 전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저력 있는 나라니 믿고 기다려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정 회장의 마러라고 리조트 방문은 단순한 사교적 만남을 넘어,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직면한 불확실성을 줄이고 한미 경제 협력의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중요한 기회로 평가된다. 정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가족 및 측근들과의 관계를 통해 민간 외교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정용진 회장은 2022년1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멸공’이라는 발언으로 크게 주목받았다. 이는 북한의 공산주의 체제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표현한 것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옹호하는 그의 입장을 보여준다. 정 회장은 당시 ‘멸공’ 발언이 북한을 겨냥한 것임을 강조하며 중국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정 회장은 자신이 중국을 겨냥해 멸공 게시물을 올렸다는 지적에 대해 “나의 멸공은 중국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나는 남의 나라가 공산주의든 민주주의든 일말의 관심도 없다”라며 “남의 나라에 간다면 그쪽 체제와 그 나라 법을 준수할 뿐이다. 나의 멸공은 오로지 우리 위에 사는 애들(북한)에 대한 멸공이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2021년 11월에도 “공산주의가 싫다”고 밝히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글마다 종종 ‘멸공’ 해시태그를 붙여왔다. 트럼프 당선인이 김정은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점을 고려할 때, 정 회장의 입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신중함을 요구하는 메시지로도 해석될 수 있다. 특히 북한의 인권 문제와 독재 체제의 폐해를 지적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이에 대한 인식을 강화할 필요성을 환기시킨 것이다.

정용진 회장의 행보는 대미 외교의 공백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트럼프 주니어와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 한미 경제 협력과 대북 정책 논의의 비공식 창구를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민간 기업인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공식 외교 채널 부재로 인한 정책 조율 부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정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과의 만남을 통해 한미 관계를 발전시킬 실질적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민간 차원의 교류에 불과했다. 정부가 외교의 주도권을 되찾고, 민간과 공공 부문이 협력하여 시너지를 창출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 경제는 환율 급등과 내수·수출 부진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미국 신행정부의 경제정책 변화는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한국 기업의 대미 수출 환경과 글로벌 공급망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정용진 회장이 일론 머스크와 짧은 대화를 나눈 것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이 미래 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민간 부문과 글로벌 기업 간의 교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정부가 뒷받침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특히 신세계그룹 같은 국내 대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며 국가 브랜드를 강화하는 사례는 국가 경제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정용진 회장의 행보는 대미 외교의 공백 속에서 민간 외교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그의 트럼프 일가와의 관계는 한국 경제가 직면한 위기 속에서 중요한 외교적 자산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민간 외교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는 빠르게 대미 외교의 정상화를 추진해야 한다. 한국은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여 글로벌 무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국가 경제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정 회장은 민간 외교의 교량 역할을 수행하며, 위기 속에서 희망을 제시한 인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역할이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조율이 필수적이다. 민간 외교와 공공 외교의 균형 있는 발전이야말로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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