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로 향하는 고려아연…경영권 분쟁 판도 바뀐다

2025-12-25

고려아연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계획대로 진행하며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제련소(미국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유상증자가 영풍·MBK파트너스와의 경영권 분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유상증자를 통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우호 지분이 늘어나면서 영풍·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이 한층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오는 26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하고 신주 220만9716주를 모두 발행할 예정이다.

앞서 영풍·MBK는 고려아연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재원 조달이 아닌 경영권 방어 목적이라며 신주발행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지만, 지난 24일 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고려아연은 당초 계획대로 유상증자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유상증자는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와 협력해 추진하는 미국 제련소 건설의 재원 마련을 위한 것이다.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와 합작법인(JV)인 크루서블JV를 설립하고, 약 2조851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크루서블JV는 고려아연 지분 약 10%를 확보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영풍·MBK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영풍·MBK와 지분율 경쟁에서 밀려왔지만 크루서블JV가 고려아연 지분 약 10%를 확보하면 최 회장 측이 지분 경쟁에서 동등한 위치에 설 수 있다는 것이다. 신주 발행이 완료되면 양측간 지분율 격차는 약 15%에서 약 2.5%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오는 31일 발행한 신주를 포함한 주주명부가 확정·폐쇄되면 내년 주주총회에서 해당 지분율을 기준으로 의결권이 행사된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11명, 영풍·MBK 측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영풍·MBK 측 임기 만료에 따른 신규 이사 선임을 통해 이사회 구성 격차를 줄인다는 계획이었지만 신규 이사 진입의 문턱이 높아진 만큼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고려아연은 미국 제련소를 기반으로 글로벌 전략 광물 허브로 자리매김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제련소에서는 산업용 기초금속과 귀금속, 핵심 전략 광물 등 총 13종의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 핵심 광물 수요처인 미국 시장에 생산 거점을 마련해 미국 내 첨단산업 수요를 흡수하고 탈중국 공급망의 핵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미국 제련소 건설은 핵심 광물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미국 정부와 협력하면서 진행하는 전략적 사업”이라면서 “미국 정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기초로 글로벌 핵심 광물 공급망 허브로 도약해 한미 경제 안보 협력, 공급망 안정화에 앞장서겠다”라고 밝혔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