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학병원보다 서울 종합병원”…지방환자 연 4조6000억 날린다

2025-06-16

지역 의료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서울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방에 사는 환자가 지역 국립대학병원 대신 서울 상급종합병원 이용으로 발생하는 연간 기회비용이 4조6000억원을 넘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16일 이 같은 내용의 ‘지역 환자 유출로 인한 비용과 지역 국립대학병원에 대한 국민 인식’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지역 거주 환자가 서울 상급병원을 이용함에 따라 발생하는 순비용 규모를 추산했다. 서울 상급병원으로 환자 유출이 야기하는 순비용은 ‘유출 환자가 서울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받을 때 발생할 총비용’에서 ‘환자가 거주지에서 진료받을 때 발생할 총비용’을 뺀 값으로 정의했다.

구체적으로 서울 유출 환자의 총비용은 진료비(건강보험 급여와 본인부담금), 입원·외래 진료에 따른 기회비용, 교통비, 숙박비, 간병비로 계산했다. 지역 국립대병원 이용 시 발생하는 비용은 진료비, 기회비용, 교통비, 간병비로 구성했다.

계산 결과, 서울로의 지방 환자 유출로 인한 비용은 교통·숙박비만을 기준으로 4121억원이었으며, 진료비 차이를 반영하면 1조7537억원에 달했다. 진료비 차이에 환자와 그 가족의 경제활동 등으로 인한 기회비용까지 더할 경우 유출로 인한 순비용은 4조6270억원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를 통해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 사는 만 19~69세 남녀 1050명을 대상으로 인식 조사를 한 결과, 지방 거주민들은 경증·응급질환의 경우 지역 내 의료기관을 이용하고자 했으나, 중증 질환일 경우 수도권 대형 병원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증 질환일 경우 지역 병의원을 이용한다는 응답자는 52.3%로 가장 많았고 지역 국립대학병원 14.2%, 수도권 종합병원급 2.7%,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7% 순이었다. 응급질환인 경우 37%는 지역 국립대학병원, 21.5%는 지역 종합병원급을 택했고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은 18.8%, 수도권 종합병원급은 5.7%였다.

반면 중증질환이면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한다는 응답자가 36.5%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지역 국립대학병원 22%, 수도권 종합병원은 12.3% 등이 뒤를 이었다.

응답자의 81.2%는 ‘우리나라 수도권과 지역 간 의료 격차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지역 의료기관의 역량과 전문성에 대해서는 46.8%가 ‘보통’이라고 했지만, 31.1%는 ‘심각하다’는 취지로 답했고 매우 심각하다는 의견도 7%였다. ‘양호하다’는 의견은 15.2%, 매우 양호하다는 0.9%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80.3%는 ‘국립대병원의 역량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고, 80.9%는 ‘정부가 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개선이 필요한 영역으로는 ‘전문 의료 인력 확보’(81.0%), ‘응급질환 진료 역량 고도화’(80.5%), ‘중증질환 진료 역량 고도화’(80.1%) 등을 꼽았다.

연구원은 “이번 보고서는 외래 보호자 동행 비율·입원 간병인 고용 비율을 제한적으로 시나리오화한 한계가 있다”며 후속 연구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국립대병원 역량 강화로 개인의 의료선택권을 보장하면서도 비효율로 인한 사회 전반의 손실을 줄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병탁 기자 ppt@nongmin.com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