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12월 3일 비상계엄령을 내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14일 가결하면서 기업들도 다시 살얼음판을 위를 겪게 됐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판결 전까지 여야와 보수, 진보 진영 간 정치 싸움이 더 확산되면 그간 경제를 덮쳤던 금융시장 불안과 정치 파업, 소비 위축의 충격파는 더 커질 수 있다. 또 탄핵으로 인해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고 외교적인 공백은 더 커지면서 ‘관세 폭탄’을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 2기에 대한 두려움도 더 확산되고 있다.
자동차 업계 ‘정치 파업’ 중단 기대
국회가 탄핵으로 윤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키면서 비상계엄에 대한 문제는 헌법재판소로 넘어가게 됐다. 이에 따라 탄핵을 요구하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정치 투쟁도 수위가 낮아질 여지가 생겼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적어도 부분적으로 이루어지던 파업이 중단될 것이라는 기대는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일 비상계엄령 이후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현대차, 한국GM 노조는 5일과 6일 이틀 간 하루 4시간씩 이틀 간 부분 파업을 벌였고 차량 수천 대가 생산되지 못했다. 11일에는 기아 노조가 부분 파업을 벌였다. 파업은 상위 노조인 금속노조가 4일과 10일 '불법 계엄 규탄,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전체 조합원에게 주야 2시간 이상 파업 돌입 지침을 내리면서 진행됐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파업으로 현대차는 이틀 간 약 5000대, 한국GM은 1000대 규모의 생산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완성차 업체들 사이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주도한 두 번째 탄핵안이 국민의힘의 반대로 부결되면서 민주노총의 투쟁 강도가 더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다. 하지만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정치파업에 대한 명분도 사라졌다.
다만 헌재 판결 전까지 정치적 불확실성은 지속되면서 내수 경기 위축이 이어질 수 있는 점은 큰 부담이다. 소비를 미루면 자동차 판매도 함께 줄어든다. 자동차 산업과 연관된 정유와 타이어, 기타 부품 업체들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정상외교는 중단, 트럼프 리스크 대응 공백
더 문제는 윤 대통령의 탄핵으로 정상 외교도 ‘올스톱’ 된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한 반도체법·인플레이션방지법(IRA)에 대한 한국 기업의 우려를 정상외교를 통해 전달해왔다. 이 과정에서 우리 기업의 입장이 반영되며 세부 사항이 조율되기도 했다.
미국은 보편관세와 친환경차 보조금 축소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월 취임한다. 한국은 자동차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국가다. 또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국내 대표 배터리업체들은 미국 자동차 기업들과 합작해 현지에 진출해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보편관세와 전기차 보조금 축소에 나설 경우 우리 주력 수출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탄핵으로 인해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맞춰 한미 정상외교는 진행되지 못한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행정 명령을 통해 바이든 정부가 추진한 IRA 정책을 무력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라며 “특히 미국 외 국가의 기업들에게 지급되던 생산세액공제(AMPC)의 지급이 유예되거나 축소될 경우 대규모 캐파(생산능력) 증설에 나섰던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환율 안정 안 될 땐 항공사들 직격
항공유·중정비 모두 달러로 결제
항공사들은 탄핵안 가결 이후 외환시장의 동향에 주목하고 있다. 1달러당 1400원 수준이던 원달러환율은 12월 3일 비상계엄령 이후 1430원대까지 올랐다. 항공사들은 항공유는 물론 해외에 맡기는 항공기 정비 등을 모두 달러화로 결제하고 있다. 원달러환율이 고공행진을 할 수록 비용은 늘고 이익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대형항공사(FSC)의 경우 여객과 화물 매출의 각각 40%,75%가 외국에서 발생하고 있고 전체 매출의 40% 이상이 외화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항공사의 주요 비용인 △연료비(비중 34%) △정비비(10% 내외) △공항관련비(8% 내외)가 모두 외화에 노출돼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높으면 수입도 함께 감소해 화물 매출도 영향을 받는다"라며 “환율이 안정되어야 항공사들도 실적에 대한 우려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