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케어러’ 청년들 실제 이야기를 소재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이하라 작가 참여
총 7회로 구성, 인스타 댓글 이벤트도
어느 날부턴가 잘 넘어지기 시작하는 아빠를 고등학교 1학년 딸은 그저 웃으며 대했다. 실수인 줄 알았던 아빠의 넘어짐은 점점 심해졌고, 1년 가까이 병원을 헤다 원인이 ‘루게릭병’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입원 수속, 보험 신청처럼 학교만 다니던 10대 청소년이 알기 어려운 말들이 등장한다. 보호자를 데려오라는 말에 아이가 할 수 있는 말은 ‘없어요’ 뿐이다.
가족돌봄청년 당사자 네트워크 ‘영케미(영케어러들의 케미)’ 청년들이 이라하 웹툰 작가와 함께 제작한 인스타툰의 내용 중 하나다. 동글동글 귀여운 그림체는 이 작가의 전작인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보았던 것처럼 여전히 따뜻하고 정겹다.
3일 서울시복지재단에 따르면, 영케미는 지난 7월 북콘서트를 통해 이라하 작가와 처음 만났다. 이후 다른 가족돌봄청년들이 자신과 같은 어려움을 반복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인스타툰을 함께 제작하기로 했다.
영케미는 영케어러들을 사업의 대상자가 아닌 주체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영케어러들은 실제 돌봄활동을 수행하며 겪었던 어려움과 해결방안을 이 작가에게 전했고 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구성됐다.
이번에 공개된 인스타툰은 총 7편으로 1,2편은 신체장애로 인한 돌봄, 3,4편은 정신장애로 인한 돌봄, 5~7편은 ‘영케미’로 만난 가족돌봄청년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난달 23일 올라온 1편의 댓글엔 ‘진짜 저 상황이면 얼마나 속상할지’라는 걱정부터 ‘딱딱하고 어려운 행정언어가 아닌 만화로 알기 쉽게 표현한 영케어러의 이야기와 정보를 접할 수 있다는 감격스럽다’는 고마움이 담겼다.
3~4회엔 정신장애로 돌아가신 할머니를 찾는 엄마를 돌보는 영케어러의 이야기가 나온다. 주인공은 아르바이트를 3개나 하며 집안 경제를 책임지면서 동시에 병원도 가지 않고 약도 안 먹겠다는 엄마를 돌본다.
해당 게시물의 정보란에는 ‘블로그, 카페 등 이용하며 병명을 중심으로 검색하면 관련 정보가 잘 정리돼 있다’는 글이 덧붙여져 있다. 정신장애, 치매, 알코올 중독 등 상황별 이용 가능한 지원서비스도 팁으로 추가해 가족돌봄청년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작업에 참여한 이 작가는 서울복지대단 측에 “가족돌봄청년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이들의 생각과 섬세한 감정선을 살리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다”며 “독자들이 캐릭터와 스토리에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연희 서울시복지재단 복지사업실장은 “이라하 작가 덕분에 가족돌봄청년들이 자신의 어려웠던 상황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바꾸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더욱더 당사자의 말에 귀 기울이고, 당사자 입장에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인스타툰은 서울시복지재단에서 운영 중인 서울시 가족돌봄청년 지원 전담기구 인스타그램 계정(@youngcarer_seoul)을 통해 볼 수 있다. 오는 15일까지 감상평 이벤트도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