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동부유 추진을 강조하며 좋은 일자리와 노동자 복지 증진을 지시했다. 미·중 관세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시 주석은 금명간 중국의 경제수도인 상하이를 찾아 금융·일자리·기술을 강조하며 대응을 진두 지휘할 전망이라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시 주석의 공동부유 발언은 노동자의 날을 사흘 앞두고 나왔다. 28일 시 주석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거행된 ‘중화전국총공회 성립 100주년 및 전국 노동모범·선진공작자 표창대회’ 기념 연설에서 “공동부유 추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9일 시 주석의 연설 전문을 싣고 “공동부유는 광범위한 노동자에 의해 실현되어야 하며, 광범위한 노동자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며 노동자 달래기에 주력했다.
특히 시 주석은 좋은 일자리 마련을 지시했다. 그는 “보다 좋은 취업 및 노동 조건을 만들고, 고품질의 취업을 추진하며, 노동·기술·지식·혁신 등의 요소가 소득 분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질서 있게 높여야 한다”며 노동자의 임금을 높여 공동부유를 실현하되 단계적 추진을 강조했다.

또 시 주석은 전국 규모의 노동조합 설립 100주년을 맞아 미래 지향적 노동자 대오 건설을 강조했다. 그는 “광범위한 노동자의 평생교육과 끊임없이 소질향상을 지도해 지식형·기술형·혁신형 노동자 대군을 건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시 주석이 공동부유를 강조한 것은 미·중 관세전쟁이 장기화할 것을 대비해 노동자 계층의 동요를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공산당은 앞서 1분기 경제 수치를 평가한 지난 25일 정치국회의에서 미·중 관세전쟁을 처음으로 “국제 경제·무역 투쟁”으로 규정했다.
미·중 무역전쟁 “마찰”→“투쟁” 규정
중국공산당 용어에서 ‘투쟁’은 최고 단계의 대처가 필요할 때 사용되는 표현이다. “국제 경제·무역 투쟁”은 지난 2018년 트럼프 1기 무역 전쟁을 “경제·무역 마찰”로 지칭했던 것과 달라졌다. 이와 관련에 중국 내부정치에 밝은 홍콩 성도일보 지샤오화(紀曉華·필명)의 칼럼 ‘중국관찰’은 29일 “현재 국제 정세의 심각성·장기성(長期性)·어려움에 대한 중앙 정부의 새로운 판단을 반영했을 뿐만 아니라, 물러서지 않고 지구전(持久戰)을 펼치겠다는 의지”라고 분석했다.
시 주석이 이번 주에 중국의 경제수도이자 국제 금융 중심지인 상하이를 방문할 전망이다. 다음 달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만나기에 앞선 마지막 국내 일정인 셈이다. 로이터는 28일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의 상하이 시찰을 예고하면서 “미국과 무역 전쟁으로 성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중국의 메인 국제 금융 허브를 과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분석가들은 2023년 11월 이후 1년 반 만의 상하이 시찰에서 시 주석이 중국의 과학기술 성과를 강조하고, 해외 자금 조달을 장려하면서, 제조업과 고용안정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했다. 왕단 유라시아그룹 중국 지사장은 “미국으로부터 주문의 절반을 잃으면 상하이 일대의 실업자가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은 관세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대응에서 취업안정을 최우선 임무로 강조했다. 정치국회의에서 취업·기업·시장·전망 4대 안정을 강조하면서 일자리를 가장 앞세웠다. 28일 중국의 기획재정부 격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등 4개 부처 차관급 기자회견에서 고용보조금을 늘리고, 새로운 일자리를 발굴하며, 어려움에 부닥친 수출기업의 임대료 감면 및 면제, 소비 촉진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대미 수출 기업의 도산에 따른 실업 쓰나미가 시위나 범죄 증가 등 사회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방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 100주년 대회 장유샤 건재 과시
한편, 28일 인민대회당 행사에는 군을 대표해 장유샤(張友俠)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참석해 건재를 과시했다. 지난 3월 전인대 폐막식 이후 자취를 감춘 허웨이둥(何衛東) 부주석은 이날도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