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70만 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겪은 쿠팡에서 소비자들의 회원탈퇴가 이어지고 있지만 쿠팡이 운영하는 개별 서비스별로는 탈퇴가 불가해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앞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쿠팡을 상대로 개별 탈퇴 기능 제공을 권고했지만 여전히 조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4일 서울경제신문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개보위로부터 제출받은 ‘슈퍼앱 등 주요 앱 사전실태점검 결과에 관한 심의·의결’ 문서에 따르면 지난 7월 23일 개보위는 쿠팡에 “슈퍼앱 서비스에 대한 개별 탈퇴기능은 제공하지 않고 있으며, 쿠팡 회원을 탈퇴하거나 이용자 요청 시 서비스 이용내역을 삭제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며 ”개별 서비스를 탈퇴하는 기능을 마련하도록 개선 권고했다”고 밝혔다.
개보위는 쿠팡의 경우 여러 사업자가 서로 연계돼 있어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충분한 설명이나 통제 없이 이전·공유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이용자가 슈퍼앱 내에서 자신의 개인정보 처리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권고 배경을 설명했다. 개별 탈퇴가 가능한 서비스의 구성은 사업자 자율에 맡길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례는 아니지만, 개인정보 관리 요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쿠팡에서 운영하는 모든 서비스의 회원가입이 쿠팡으로 일원화 돼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개보위는 “개별 서비스 탈퇴 기능 또는 서비스별 개인정보 처리 정지, 동의 철회 등을 요구할 수 있는 절차를 알기 쉬운 방법으로 마련하거나 안내하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쿠팡의 개인정보 처리방침에 따르면 현재 쿠팡이 제공하는 서비스 중 쿠팡(이커머스), 쿠팡이츠, 쿠팡플레이, 쿠팡 라이브 크리에이터, 쿠팡 파트너스에 동일한 개인정보 처리방침이 적용된다. 그러나 쿠팡 이용 약관과 개인정보 처리 방침 등을 명시한 문서에는 개별 서비스 탈퇴와 관련한 내용이 여전히 포함돼있지 않은 상황이다. 개별 탈퇴가 불가능하다는 내용은 쿠팡플레이나 쿠핑이츠 등 각 서비스별 이용 기준에 ‘ 와우 멤버십 서비스를 해지하거나 쿠팡 회원에서 탈퇴할 수 있다’며 간접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쿠팡은 개선권고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180일인 내달 20일까지 이행 결과 및 계획을 제출해야 하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개인정보 처리방침이나 약관의 개정 사안은 없는 상황이다.
쿠팡 측은 “권고를 받은 사실이 있지만 아직 기일이 되지 않아 아직까지 바뀐 부분은 없다”며 “개보위 측에서 서비스를 쪼개야 한다고 권고를 했지만, 와우 멤버십은 구독 서비스 안에서 고객이 더 누릴 수 있는 부가서비스가 붙어 있는 개념”이라고 밝혔다.
서비스별 탈퇴 기능이 없다는 점에 대해 소비자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특정 서비스만 이용하려 해도 일원화 된 회원가입 체계 때문에 필요 없는 다른 서비스까지 무더기로 제공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쿠팡의 유로 회원인 ‘쿠팡 와우’에 가입하면 새벽 배송이 가능한 로켓배송과 더불어 쿠팡이츠, 쿠팡플레이 등 기능이 따라온다. 쿠팡플레이나 쿠팡이츠, 로켓배송은 따로 이용이 불가능하다. 3년째 쿠팡을 이용하고 있는 30대 직장인 박 모 씨는 “로켓배송을 제외하고 다른 서비스는 이용해본 적도 없어 돈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며 “쿠팡이 요금을 인상하면 사실상 1개 서비스에 대한 가격만 비싸지는 셈이라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 비정상 로그인 시도, 해외 결제 승인 알림, 스미싱 문자 수신 등 2차 피해 사례도 잇따르고 있어 소비자들의 회원탈퇴도 줄을 잇고 있지만 탈퇴를 하기까지 ‘미로’와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현재 쿠팡 회원을 탈퇴하기 위해서는 '마이쿠팡'에서 '회원정보수정'에 들어가 PC버전으로 접속해야 한다. 이후 본인확인과 이용내역 등 과정을 거친 뒤에 객관식과 주관식 설문조사까지 진행해야 한다. 아예 PC로 접속해 탈퇴를 하려 해도 개인정보 메뉴 하단에 작은 글씨로 적힌 ‘회원탈퇴’ 버튼을 찾는 것부터가 고역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와우 회원은 여기에 경고성 문구를 계속 마주쳐야하는 등 추가적인 단계를 더 거쳐야 한다.
이에 국회에서도 쿠팡의 회원 탈퇴 과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달 3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박대준 쿠팡 대표에게 “PC버전으로만 탈퇴할 수 있게 막아 가입은 쉽게 해놓고 탈퇴는 어렵게 해놨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단독] 쿠팡 "유출 책임 없다”…1년 전 슬그머니 약관 수정](https://newsimg.sedaily.com/2025/12/04/2H1LMIVCFJ_3.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