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AI, 외형 커졌지만 '적자 늪'…생존 갈림길

2025-11-20

의료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외형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수익 창출에는 어려움을 겪으며 생존의 기로에 섰다. 최근 2차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노을을 비롯해 딥노이드, 루닛, 제이엘케이, 코어라인소프트 등 주요 의료 AI 기업 대부분 영업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신기술이 의료현장에 신속하게 적용되고, 매출로 연결될 수 있도록 제도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노을은 최근 적자 누적으로 직원 복지 축소 등 비용 절감 대책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에 직원들에게 지급하던 식비(월 40만원)와 복지포인트(약 20만~40만원)를 전면 삭감했다. 사용 중이던 광교 지식산업센터 건물 2개 층 가운데 1개 층을 정리하고, 연구장비 등을 경기도로 이전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재무 부담은 추진 중인 유상증자에서도 나타난다. 노을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 1차 발행가액을 1788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유증 결의 당시 예정가(2440원)보다 26.7% 낮은 수준으로, 발행 예정 신주 수를 반영하면 조달 규모는 약 256억원에 그친다. 당초 계획한 약 350억원 대비 약 100억원 줄어든다.

실적도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노을은 2022년 기술특례 상장 당시 2024년 매출 402억원을 제시했지만, 실제 매출은 16억원에 그쳤다. 다만 올해는 말라리아 진단키트 공급 확대 등으로 3분기 누적 매출 39억원을 기록하며 다소 개선됐다.

지난 7월 상장한 뉴로핏 역시 외형 확대에도 수익성 개선 한계를 드러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약 20억5000만원으로 지난해 연간 매출인 22억원 수준에 근접했지만, 누적 영업손실 121억원·순손실 175억원을 기록했다. 또 지난 7월 상장 당시 제시한 올해 매출 전망치 57억원과 격차도 커 연내 달성 가능성에 회의적 전망이 나온다. 병원 도입 절차 장기화, 해외 인허가 비용 등이 실적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딥노이드·루닛·제이엘케이·코어라인소프트 등 여타 의료 AI 기업들도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뷰노는 올해 3분기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상반기까지는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해외 진출 역시 만만치 않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안전인증(CE) 인증 획득에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제이엘케이는 FDA 승인을 다수 확보하고 있음에도 반기보고서 기준 수출 매출은 전기 100만원에 그쳤고 올해 상반기 0원이다. 미국·일본 현지 법인 역시 모두 매출 0원이다. 기술 인증과 상용화 사이의 간극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업계는 의료 AI 기업들의 적자 구조가 단순한 매출 부진이 아니라 산업 구조적 특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의료기기는 생명과 직결되는 영역인 만큼 병원과 의료진의 신규 장비·소프트웨어 도입이 매우 보수적이다. 또 실제 제품이 도입되기까지 임상 효과 검증-의료진 사용성 평가-병원 전산 시스템 연동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이 수년씩 소요되며 기업의 제품화와 매출 발생 속도를 늦춘다. 기술력을 갖춰도, 규제와 수가 등을 개선하지 않으면 사업 지속이 쉽지 않은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1~2년이 의료 AI 기업들의 '옥석 가리기' 구간이 될 것”이라며 “수익성 개선, 병원 도입 확대, 정부의 수가 정책 정비가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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