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보낸 영화 같은 48시간. 서로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 모든 것에 관한 이야기다.
●Day 1
홍콩섬에서 가장 반짝이는 곳, 센트럴
1840년대부터 지금까지 부단히 발전한 결과, 빅토리아 시대와 현대의 화려함이 공존한다. 고풍스러운 건물, 으리으리한 마천루가 홍콩의 굳건한 위상을 뽐내고 있다.
그윽한 시선으로
홍콩은 부족함이 없는 여행지다. 비록 땅의 면적은 좁지만,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빈틈없이 즐겁게 여행할 수 있다. 관광, 쇼핑, 예술, 문화, 미식, 자연 등 콘텐츠가 풍부해서 그렇다. 그 중심에는 홍콩섬의 센트럴(Central)이 있다. 홍콩의 화려함을 대변하는 지역으로, 고층 건물과 럭셔리 호텔, 쇼핑몰 등이 밀집해 있다. 문화적 감각도 놓치지 않았다.
낮과 밤의 대비,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트램 2층에서 홍콩의 거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홍콩에 왔음을 실감한다. 차찬텡에서 간단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로 향한다. 오전 6시부터 10시까지는 출근하는 현지인들을 위해 미드레벨에서 센트럴 방면으로 하행 운항한다. 타이쿤도, 소호도, 할리우드 거리도 가야 하는 여행자는 상행으로 바뀌는 오전 10시 20분에 맞춰 에스컬레이터 앞에 도착하면 된다.
영화 <중경삼림>에 대해 좋은 기억이 있다면 이 30년 된 에스컬레이터에 대한 환상이 있을 것이다. 800m 옥외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좌우를 둘러보면 홍콩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미용실, 식당, 시장 등 분주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러한 사소한 것에도 눈을 떼지 못하는 게 여행의 매력이다.
아, 밝은 시간에만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건 역시 아쉽다. 어둠이 내려앉은 밤, 레일 위에서 홍콩을 바라보면 왠지 센티한 기분이 든다. 방황하고 싶고, 어디든 돌아다니며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고 싶은 마음이다. 또 왁자지껄 시끄럽게 밤을 보내는 현지인들과 어울리고 싶은 생각마저 든다.
근대 건축물을 활용하는 방법, 타이쿤
그렇게 몇 분을 올라가면 주황색 벽돌이 매력적인 타이쿤(Tai Kwun)에 닿는다. 옛 중앙경찰청사, 중앙관공서, 빅토리아 감옥 등이 복합 문화예술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각종 전시는 물론 카페와 레스토랑 등을 갖추고 있으니 여행자 친화적인 시설이다. 현대적인 고층 빌딩과 고풍스러운 타이쿤의 대비가 매력적이고, 중정을 바라보고 마시는 칵테일도 좋은 휴식이 된다.
레스토랑으로 활용 중인 중앙관공서(Central Magistracy)도 19세기 중반 느낌을 간직하고 있어 제법 예스럽다. 병영과 중정 뒤로는 탐험하는 즐거움이 있다. 비교적 잘 보존된 감옥은 현실감이 뛰어나고, 이곳에서의 생활을 상상할 수 있게 한다.
여행의 정석, 피크트램
센트럴 여정의 마무리는 피크 트램이다. 변하지 않는 여행 공식이다. 파노라마 창문을 장착한 트램을 타고, 아찔한 각도의 경사를 올라간다. 단 6분이면 홍콩에서 가장 높은 산(552m) 아래 자락에 도착하고, 이곳에서 홍콩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스카이 테라스 428(유료) 또는 루가드 로드(Lugard Road) 전망대에서 시간을 보내면 되는데, 사진 촬영을 기준으로 일몰에는 전자가, 야경은 후자가 더 나아 보인다.
루가드 로드 전망대는 걷기 길로 조성된 피크 트레일을 따라 15분 정도 들어가야 한다.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을 발견한다면 제대로 찾아왔다. 따로 안내판이 있는 건 아니지만, 고개를 오른편으로 돌리면 홍콩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나타난다. 중국은행 빌딩(Bank of China Tower)과 센트럴 플라자, 국제금융센터, 홍콩 컨벤션 센터 등 수많은 마천루가 어우러진 경관은 지상에 펼쳐진 은하수 같다.
●Day 2
가장 보편적인 여행지, 서구룡
홍콩에서 가장 보편적인 여행지인 구룡. 구룡은 구룡반도에서 가장 현대화된 지역으로 침사추이, 몽콕, 삼수이포 등이 속해 있다. 한 곳 더 적어둬야 한다. 문화 거점으로 나아가는 서구룡 문화지구다.
간척지에 피어난 예술
‘9마리의 용(구룡반도의 9개 산봉우리를 지칭)’을 뜻하는 구룡. 여행자들이 구룡에서 주로 찾는 지역은 침사추이와 몽콕, 삼수이포다. 그리고 2020년대 들어 빠르게 발전 중인 ‘서구룡 문화지구(West Kowloon Cultural District, WKCD)’도 있다. 바다에 흙을 메워 만든 간척지는 문화와 예술, 자연으로 빠르게 채워졌고, 지금도 끊임없는 노력으로 새로운 모습을 더하고 있다. 이곳이 추구하는 예술은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누리는 것이다. 엠플러스 뮤지엄(M+ Museum), 홍콩 고궁박물관을 감상하고, 수변을 거닐면 홍콩의 문화가 우리에게 자연스레 스며든다.
일상에 스며든 미술관, 엠플러스 뮤지엄
‘미술관 이상의 미술관(More than Museum)’이라는 의미를 지닌 엠플러스 뮤지엄은 현대미술부터 근대미술, 시네마, 건축, 디자인까지 광범위한 예술을 다룬다. 전시 공간만 무려 33곳, 영화관과 리서치 센터, 레스토랑, 카페 등 문화와 관련된 것이라면 모두 담았다. 특히, 예술 작품이 돋보일 수 있도록 박물관 내외부 모두 단조롭게 꾸몄다. 대신 저녁에는 엠플러스 뮤지엄 자체가 작품이 되는데, 건물 외벽 LED 파사드를 통해 미디어아트와 조명 쇼를 선물한다.
박물관 테라스와 외부 공원은 또 다른 놀이터다. 테라스에서는 홍콩섬을 배경으로 춤추고, 노래하고, 초록색이 드넓게 펼쳐진 공원에서는 아이들이 뛰논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곳을 즐기면 되는데, 해질녘에는 음료를 들고 수변으로 나가길 추천한다.
홍콩에서 가장 높은 곳, SKY 100
문화지구와 맞닿은 위치에는 홍콩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 있다. 높이 474m, 118층의 ICC(International Commerce Centre)다. 활용도가 높은 빌딩인데, 여행자를 위한 공간은 쇼핑몰인 엘리먼츠(Elements)와 전망대인 SKY 100, 호텔인 리츠칼튼 홍콩 총 3곳이다. 엘리먼츠에는 까르띠에, 샤넬, 불가리, 구찌, 에르메스, 루이비통 등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럭셔리 브랜드를 비롯해 수많은 상점(슈퍼마켓·식당·카페 등)과 아이스링크, 영화관 등으로 이뤄져 있다.
홍콩섬에 피크트램이 있다면 구룡반도에는 SKY 100이 있다. 393m, 100층에 자리한 전망대다. 초고속 엘리베이터로 1분 만에 도착한 뒤 360도 파노라마 뷰로 홍콩의 속살을 구경하고, 카페 100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낸다. 이곳에서만 파는 기념품으로 홍콩 여행을 추억하는 것도 괜찮겠다. 추천하는 시간대는 일몰 예정 1시간 전이다. 이때 입장하면 먼저 홍콩섬을 선명하게 보고, 해가 지면서 주황, 보랏빛으로 물들어가는 홍콩을 마주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최상층(102~118층)은 리츠칼튼의 몫이다. 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행자에게 최상의 숙소다. 특정 객실에서는 빅토리아 하버, 홍콩섬, 남중국해 등이 어우러진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별들의 밤, 스타의 거리 & K11 뮤제아
홍콩의 저녁은 어두워지는 법을 잊었다. 이 땅을 밝히는 수많은 빌딩의 빛이 첫 번째 이유고, 홍콩 영화를 반짝이게 한 슈퍼스타들의 흔적이 두 번째다. 홍금보와 성룡, 장국영, 주윤발 등 홍콩 영화의 낭만은 여전히 침사추이 스타의 거리(Avenue of Stars)에 새겨져 있다.
457m 길에는 이들의 핸드프린팅과 조각상이 있고, 홍콩섬의 화려함을 감상할 수 있는 벤치도 뒀다. 또 뒤편으로는 쇼핑몰과 예술이 만난 K11 뮤제아도 있다. 외관과 내부 모두를 창의적으로 채웠다. 편안하고, 쾌적한 쇼핑 환경은 물론 홍콩의 예술과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역할하고 있다.
홍콩 여행의 진수, 미식
차찬텡부터 파인다이닝까지 홍콩의 음식은 다채롭다. 아침을 깨우는 달콤 쌉싸름한 밀크티와 연유 토스트, 육즙이 넘치는 만두와 꼬들꼬들한 계란면의 완탕면,미각의 신세계를 보여주는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빠트린 게 있다. 하루의 근사한 마침표가 돼 주는 바도 있다.
Taste of Hong Kong
아시아 미식의 허브를 묻는다면 홍콩을 우선순위로 떠올리게 된다. 칸토니즈(광둥식) 요리를 중심으로 일식, 중식(상하이·후난·닝보·쓰촨 지역 요리), 양식(프렌치·이탈리안·유럽피언 등), 한식, 아시아(인도·말레이시아·싱가포르·파키스탄) 등 수많은 요리법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또 컨템포러리와 이노베이티브 퀴진처럼 국적을 따지지 않는 창작 요리도 상당한 수준이다. 덕분에 관광지를 고를 때만큼 식당과 메뉴를 선정하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 된다.
아침에는 현지인처럼 홍콩식 분식집인 차찬텡(Cha Chan Teng, 茶餐廳)에서 밀크티와 프렌치 토스트, 홍콩식 샌드위치(파인애플 빵 사이에 닭고기와 차슈, 계란 프라이 등을 넣음), 토마토 마카로니 수프가 좋겠다. 응당 점심은 완탕면과 콘지(죽), 딤섬을 즐겨야 한다. 관광지를 누비다 지치면 시원한 커피와 에그타르트로 쉼표를 찍으면 된다.
게다가 홍콩은 미쉐린 가이드,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 등 파인다이닝 분야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멋들어진 공간에서 홍콩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파격적인 음식도 있고, 딤섬과 칸토니즈 바비큐 등 일상식도 마법처럼 특별해진다. 끝으로 매일 밤은 센트럴의 바를 탐험하는 시간이다. 수고를 줄이려면 리스트(Asia’s 50 Best Bars)를 참고하는 것도 괜찮겠다. 아시아의 멋진 바 50곳을 모았는데, 홍콩에서 1위(Bar Leone, 이탈리안 바 콘셉트)를 포함해 총 7개의 바가 이름을 올렸다. 매혹적인 칵테일이 분명 좋은 마침표가 돼 줄 것이다.
추천 맛집 리스트(식당명 / 지역)
딤섬
Yum Cha 센트럴
Luk Yu Tea House 셩완
Tim Ho Wan 삼수이포
Seventh Son 완차이
Dim Sum Library 애드미럴티
완탕면
Tsim Chai Kee Noodle 센트럴
Ho Hung Kee 코즈웨이 베이
Tasty Congee & Noodle Wantun Shop 센트럴
Good Hope Noodle 몽콕
Kai Kee Noodles 침사추이
차찬텡
Lan Fong Yuen 센트럴
Australia Dairy Company 조던
Ma Sa 셩완
Waso Cafe 침사추이
Kam Fung 완차이
바
Bar Leone 센트럴
The Aubrey 센트럴
COA 센트럴
Quinary 센트럴
The Savory Project 센트럴
Travel Information
가장 편한 결제 수단, 옥토퍼스카드
홍콩 여행에서 빠트릴 수 없는 만능 카드다. 대중교통과 편의점, 식당, 카페, 쇼핑몰 등에서 터치만으로 결제할 수 있다. 동전이 남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실물 카드는 두 종류가 있는데, 일반 옥토퍼스 카드(On-Loan Octopus)는 보증금 50HKD와 최초 충전 금액 150HKD(약 2만7,200원)가 필요하다. 홍콩 지하철역(MTR), 페리 터미널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투어리스트 옥토퍼스 카드(Tourist Octopus - Sold version)는 기능은 똑같지만, 카드 구매 (39HKD) 후 충전하는 방식이다. 일반 카드와 달리 디자인이 앙증맞아 기념품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홍콩국제공항 내 자판기에서도 판매(150HKD, 사용금액 111HKD 포함)하고 있다. 실물 카드가 거추장스럽다면 모바일 카드를 활용하면 된다. 단, 아이폰 X, 애플워치 시리즈 3 이상에서만 가능하다.
이토록 매력적인 이동 수단, 대중교통 & 심야버스
홍콩의 버스와 트램, 페리는 탑승하는 것만으로 여행이 된다. 버스와 트램 2층 맨 앞 좌석, 센트럴과 구룡반도를 오가는 페리의 창가 좌석은 전망대나 다름없다. 게다가 비용도 저렴하다. 버스와 지하철, 페리는 5HKD부터, 트램은 3.2HKD 수준이다. 결제는 옥토퍼스카드로 해결. 참, 어딜 가나 눈에 띄는 빨간 택시도 한 번쯤 타 보자. 기본요금은 29HKD(약 5,200원)로 서울과 비슷한 수준이다.
자정을 넘긴 시간에 도착해도 걱정 없다. 우버와 택시는 물론 다양한 노선의 심야버스가 준비돼 있다. ‘To City’와 버스 아이콘, 화살표가 큼지막하게 적힌 파란색 안내판을 따라 가면 정류장(Bus Terminus)이 나온다. 센트럴과 완차이, 코즈웨이 베이 등은 N11(01:50/02:50/03:50/04:50, 32.1HKD), 침사추이와 삼수이포, 조던은 N21(00:20~04:40, 23.8HKD)에 탑승하면 된다.
가벼운 발걸음, 락커 & 짐 보관소
에어부산의 귀국편은 홍콩에서 새벽 2시 5분 출발이다. 체크아웃 후 호텔에 짐을 맡기고 돌아다녀도 된다. 그렇지만 효율적인 시간 활용과 이동 동선을 위해 락커와 짐 보관소를 활용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구룡역(Kowloon Station)과 연결된 엘리먼츠(Elements) 쇼핑몰도 괜찮은 선택지다. 엘리먼츠 내 락커는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 이용할 수 있으며, 콘시어지(Fire Zone에 위치)에서 4자리 활성화 코드를 받은 후 사용한다. 가격은 4시간까지 60HKD(약 1만880원)고, 이후에는 시간마다 10HKD 추가된다. 오후 2~3시경에 짐을 맡기고, 쇼핑과 SKY 100 전망대, 식사, 서구룡문화지구(홍콩 고궁박물관·M+·수변 산책)를 둘러보고 공항으로 가는 일정이다.
다음은 AEL(공항철도)의 종점이자 기점인 홍콩역이다. 이곳에는 유인 보관소가 있다. G층 B2 출구 근처에 있으며, 운영 시간은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픽업 마감은 오후 9시)까지다. 현금 결제만 가능하고, 3시간까지 개당 60HKD, 3~24시간 87HKD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 취재협조 홍콩관광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