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지브리풍이 몰고온 '열풍'

2025-04-03

“지브리풍으로 변환해 줘”

이 한마디가 인공지능(AI) 사용에 새로운 열풍을 몰고 왔다. 챗GPT가 지난달 25일 이미지 생성 기능을 추가하면서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사 '지브리스튜디오' 화풍을 모방한 이미지를 제공하고 있다. 이후 세계적으로 지브리풍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고, AI에 대한 인식을 혁신적으로 바꿔놓았다.

필자의 카카오톡 친구 목록을 보면 최근 많은 사람이 프로필을 업데이트 했고, 이 중 상당수가 지브리풍으로 그린 이미지를 사용했다. 심슨, 짱구 등 다른 화풍을 사용한 경우도 있다.

실제로 챗GPT 이용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오죽하면 샘 알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X에 “사람들이 챗GPT의 이미지를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게 정말 즐겁지만, 우리의 GPU가 녹고 있다”고 말했을 정도다. 지난달 31일에는 “26개월 전 챗GPT를 출시했을 때 5일 만에 100만명의 이용자가 늘었지만 (지금은) 단 한 시간 만에 100만명이 추가됐다”는 말도 했다.

사실 AI는 이미 우리 일상 곳곳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들은 각종 서비스에 AI를 적극 도입하고 있고, 제조 현장에도 AI가 깊숙이 파고 들었다. 각종 업무처리에도 AI 활용이 늘고 있다. 언론 역시도 AI 활용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AI를 활용하는 것은 다수보다는 소수의 영역이었다.

지브리풍은 이런 판을 흔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I에 큰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 챗GPT를 찾게 만들면서 AI 대중화 시대를 열고 있다. 챗GPT 가입자는 최근 급증해 누적 5억명을 돌파했다. 한국 일일 사용자 수도 140만명을 넘어섰다. 챗GPT 사용 저변이 확대되면서 유료 가입자를 늘리는데도 유리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으로 AI가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기술이 진화할수록 AI 사용이 계속 늘어날 것은 자명하다. 이번엔 그림이지만, 다음엔 음악이나 소설이 될 수도 있다. 특정 작곡가 스타일로 작곡해달라거나, 특정 작가 문체로 글을 변환해달라고 할 수 있다. AI 대중화 시대가 다가오는 셈인데, 이를 대비한 제도적 준비도 빨라져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저작권이다. 지브리풍 열풍 역시 저작권 논란을 야기했다. 화풍을 모방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견해가 많다. 그러나 창작자의 의도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최근 일본 아사히 신문은 “지브리 화풍은 단순한 그림체가 아니라 철학과 정신의 산물”이라면서 “AI가 이를 무단 모방하는 것은 창작자 의도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원피스를 연출했던 이시타니 메구미 감독은 X에 “지브리를 더럽혔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AI가 학습과정에서 제대로 대가를 지불했는지도 논란거리다. 지브리풍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면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AI 열풍은 우리가 할일이 더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AI가 우리 일상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만큼, 이에 걸맞는 법·제도·윤리 연구와 대응책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

권건호 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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