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vs 영풍-MBK, 경영권 분쟁 가열… 아연 생태계 '비상'[시경pick!]

2024-09-27

고려아연 vs. 영풍-MBK, 경영권 분쟁 본격화

세계적 아연 업체 둘러싼 치열한 경영권 다툼

최씨-장씨 일가 분쟁, 국내외 산업계 충격 예고

여야 넘어 지자체까지 확전... 국감 증인 채택도

고려아연과 영풍-MBK 간 경영권 분쟁이 국내외 산업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은 영풍은 치열한 지분 싸움을 벌이면서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장악하려는 움직임을 공개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에 맞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기존 우군인 현대차, 한화그룹, LG화학 등의 대기업을 접촉하는 한편, 글로벌 투자자 베인캐피탈을 '백기사'로 삼아 경영권 방어에 나서고 있다.

영풍과 MBK의 고려아연 고려아연 인수 시도가 본격화하면서 정치권과 지자체도 나섰다.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과 고려아연 공장이 소재한 울산 등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국내 아연 공급망과 국가 기간산업에 미칠 악영향을 경고하는 등 신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세계적 경쟁력을 자랑하는 비철금속 제련업체다. 고려아연 그룹과 영풍그룹은 3대에 걸쳐 70년 넘게 협력해왔다. 특히, 고려아연을 담당하는 최윤범 회장의 최씨 일가와 영풍을 담당하는 장형진 회장의 장씨 일가가 각자 사업체를 맡는 분담 경영 형태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고려아연 측 3세인 최윤범 현 고려아연 회장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가진 뒤부터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의 다툼과 계열 분리 움직임이 감지됐다. 특히, 고려아연 측의 경영권 확장 시도에 영풍 측이 반응을 확대하면서 지분 경쟁 등 본격적인 계열 분리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결국, 영풍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경영권을 강화하려고 시도하면서 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았다.

한편, 25일 영풍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며 전선을 확장하기도 했다. 영풍은 최 회장이 개인적 친분을 통해 사모펀드 투자 등을 통해 511억원 상당의 손실을 초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9월 13일부터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최대 14.61%의 고려아연 지분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 밖에 MBK 측은 고려아연 지분을 가진 영풍정밀 역시 주당 2만원에 43.43%의 지분을 매수하겠다고 밝혔다. 애초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단가는 주당 66만원으로, 총 2조원이 투입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고려아연과 영풍, MBK의 각종 기자회견과 정치권, 지자체의 개입, 고려아연 노조의 입장 발표 등으로 경영권 분쟁 '전장'이 확대되면서 공개매수 가격은 75만원으로까지 올랐다. 특히, 고려아연 측은 MBK의 경영권 인수가 자사의 경영 독립성을 위협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MBK의 공격적 여론전은 고려아연과 영풍 간의 기존 대립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으며, 경영권 분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단순한 공개매수 메시지 발표에서 벗어나 고려아연의 자금 모집 어려움과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사태 관련성 의혹 등을 언급하며 경영진의 비도덕성까지 공격하는 여론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측은 MBK의 전략이 적대적 M&A에 가깝다고 우려했다. 특히, 단기적 이익을 노린 경영권 인수 시도로,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윤범 회장은 고려아연 임직원들의 단합에도 힘쓰는 모습을 보였다. 최 회장은 19일 ‘고려아연과 계열사, 협력사 임직원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공개 서한을 통해 "추석 연휴가 시작한 금요일 밤부터 대한민국은 멈춰버렸지만, 우리의 공장과 나를 비롯한 고려아연 경영진 전원은, 쉬지 않고 일했다"며 "오히려 온전히 집중해 그들의 허점과 실수를 파악하고 대항해 이기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며칠간 밤낮으로 많은 고마운 분들의 도움과 격려를 받아 계획을 짜낸 저는 이 싸움에서 우리가 이길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우군 찾기와 단속에 나서고 있다. 특히 고려아연 지분 5.05%를 보유한 현대차그룹과 7.75%를 보유한 한화그룹, 1.89%의 지분을 가진 LG화학은 최 회장 측의 주요 우호 세력으로 분류된다.

현대차와 고려아연, 그리고 LG화학 등 이들 대기업은 최윤범 회장의 '트로이카 드라이브' 비전 아래 고려아연의 지분을 인수하는 한편 협업을 강화해 왔다.

최윤범 회장이 이끄는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니켈을 포함한 배터리 소재와 태양광 등 재생 에너지, 도시 광산 등 재활용 사업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고려아연의 미래를 이끌 신사업이다.

MBK의 공개매수 결과와 최윤범 회장의 우군으로 분류되는 이러한 대기업 주주들의 대응에 따라 고려아연 경영권은 중요한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그동안 우군으로 다져왔던 이들 대기업 외에도 최근 미국계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이 최 회장의 '백기사'로 부상했다. 베인캐피탈은 200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대형 투자사로,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제공할 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인캐피탈이 경영권 인수를 목적으로 하는 MBK와는 달리 단순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할 경우 최 회장은 경영권을 유지하면서도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영풍에서 고려아연 경영권을 약속받은 MBK와 달리 베인캐피탈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도 단순 투자자에 머물겠느냐는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MBK는 이미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한 차례 공개매수 가격을 인상했다. 이에 따라 최윤범 회장 측은 약 1조원의 자금을 추가로 확보해야 할 상황이다.

이 밖에 고려아연은 기술 유출 우려를 방지하기 위해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 달라는 신청서를 정부에 제출하며 대응하고 있다. 만약 이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경영권 분쟁에서 고려아연의 입지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여와 야를 막론한 정치권과 지자체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국내 아연 공급망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며, 신속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사모펀드라는 MBK의 특성상 일정 기간 후 고려아연을 다른 투자자에게 매각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다.

고려아연과 영풍이 국내 아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달하는 만큼, 경영권 변동이 국내 아연 공급망에 미칠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정치권과 지자체에서도 비철금속 제련 산업의 핵심인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을 예의 주시하며, 아연 공급 차질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남원장수임실순창)은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고려아연은 산업의 쌀이라고 하는 아연을 비롯해 각종 산업의 기초가 되는 소재들을 만들고 있다"며 "중국 의존도가 큰 니켈과 전구체, 동박 등 이차전지 분야에서 현대차, LG, 한화 등과 손잡고 탈중국 밸류 체인의 중심에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어 박 의원은 "자칫 중국 자본과 관련 기업들이 고려아연을 인수한다면 세계 1위 기업의 기술들은 해외로 유출되고 핵심 인력들의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두겸 울산시장도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 쪽으로 고려아연 경영권이 넘어가면 울산 산업 생태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산업 수도 울산의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정치계, 상공계, 시민 등 지역 사회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일 오후 민주당 김태선 의원(울산 동구), 진보당 윤종오 원내대표(울산 북구)는 고려아연 노조와 함께 국회에서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시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태선 의원은 "MBK는 계산기를 두드리며 고려아연 노동자들과 가족의 삶을 짓밟을 것이 자명하다"며 "(이번 사태는) 울산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윤종오 의원도 "이번 인수합병 시도는 대한민국과 울산 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문제"라며 국가 기간산업 보호 차원에서 사안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 제련소 소재지인 울산 울주군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도 20일, 국회에서 이순걸 울주군수 및 울주군의원들과 기자회견을 열어 "(MBK의 적대적 M&A) 우려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지역주민들과 정치권은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분야 세계 1위 기업으로,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기초 원자재를 공급하고 있다. 사모펀드가 고려아연 공개매수로 경영권을 장악할 경우 핵심 기술 유출 및 국가 기간산업 붕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과 영풍-MBK 간 경영권 분쟁이 정치권과 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해당 사안을 다룰 국정감사에서 주요 인사들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9월 26일 전체회의에서 영풍그룹 장형진 회장,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MBK파트너스 김병주 대표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확정했다. 이는 영풍과 MBK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시도가 국가 기간산업인 아연 공급망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기 위한 조치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적대적 M&A가 기업에 상흔을 남길 것이라는 우려와, 시장이 무능한 경영진을 교체하는 방식을 통해 운영 효율성을 증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그것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려아연은 적대적 인수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자금을 소모하게 된다"며 "이로 인해 투자를 위한 재원이 부족해질 경우 기업 가치 제고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려아연은 국가 기간산업을 담당하는 비철금속 기업으로, 사모펀드의 개입이 국부 유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어느 쪽이 승리하든 국민 경제에는 긍정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반면, 강원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기업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강 교수는 "인수합병 시장의 순기능은 경영 효율성 증대에 있다"며 "유능한 경영진이 선택되고 무능한 경영진은 교체될 수 있어 기업 운영 효율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