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의대생을 자른다고요? 그게 되겠어요?”
최근 사석에서 만난 의대생 A는 “곧 유급·제적한다는데 걱정 안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게 가능한 일이었으면 진작 했겠죠.” A는 자신만만했다. 서울의 한 의대 24학번인 A는 지난해 입학과 동시에 휴학해 의대 수업을 들어본 적이 없다. 얼마 전 마지못해 등록은 했지만 수업은 여전히 거부 중이다. A는 더 버티면 더 많이 얻어낼 것이라 믿고 있다. 지난 1년 3개월간 그러했듯, 본인들이 극단적으로 움직일수록 정부가 수를 접어줄 거라 믿고 있었다. A는 “결국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전국 40개 의과대학의 유급·제적 대상을 확정한다고 밝힌 데드라인이 다가왔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율은 30%를 밑돈다. 교육부는 이대로면 1만9000명 의대생 중 1만명 넘는 인원이 유급 또는 제적 처분을 받을 거라 엄포를 놨지만, A처럼 코웃음 치는 의대생들이 여전히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의정갈등 내내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엄중 경고와 갑작스러운 양보를 수차례 반복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맘때 의대생의 동맹휴학은 절대 안 된다며 유급 카드를 꺼내 들더니 몇달 뒤 돌연 “내년 복귀를 전제로 조건부 휴학을 승인한다”고 발표했다. 돌아오기만 해달라며 ‘학사 유연화’도 제안했다.
그런데도 의대생들은 응답이 없었다. 3월 17일엔 학생들 복귀를 전제로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수준으로 동결하겠다고 승부수를 띄웠다. 이 대행은 당시 “미복귀 시 내년도 정원은 (2000명 증원한) 5058명”이라고 강조했다. 의대생 셋 중 둘이 돌아오지 않았지만 이 대행은 한 달 뒤 “복귀가 점진적으로 늘고 있다”며 모집인원 동결을 확정했다. 그는 이날 “더이상 의대생을 위한 특별 조치는 어렵다”라며 마감시한을 제시하고 유급·제적 카드를 또 꺼내 들었다. 교육부는 편·입학으로 빈자리를 채우는 방안도 거론했다. 그러면서도 당초 3월 말이었던 데드라인은 계속 미뤄줬다. 의대생 단체가 “교육부는 40일째 제적하겠다고 협박한다”라고 조롱할 정도다.
정부가 원칙을 세웠으면 그대로 실행에 옮겨야 정책에 힘이 실리지 않을까. “이번이 마지막”이라 말해놓고 진짜 마지막, 진짜 진짜 마지막이 줄줄이 이어지니 이 대행과 교육부를 신뢰하기 어려워진다. 지난 3월 복학한 의대생 B는 “이번에도 구제해주겠지라는 생각을 심어준 건 교육부”라고 한탄했다. 이 대행과 교육부는 언제까지 마지막 경고를 반복할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