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프랑스는 27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프랑스에 입국하더라도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발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ICC가 지난 21일 가자 지구에서 대량 기아를 일으켜 전쟁 범죄와 반(反)인도적 범죄 혐의로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프랑스 외무부가 즉각 "ICC를 지지한다"고 발표했는데 불과 6일 만에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프랑스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국제법상 ICC 협정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의 정상이나 외교관에 대한 면책특권을 언급한 뒤 "ICC가 체포영장과 집행과 신병 인도를 요구하더라도 이 같은 면책특권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프랑스의 입장 선회는 이스라엘과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 휴전안이 26일 타결되는 과정에서 프랑스와 이스라엘이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을 둘러싸고 불거진 갈등에서 서로 한 발짝씩 물러나자고 합의한 데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휴전 협상 당시 레바논은 국제 감독위원회에 프랑스 참여를 요구했는데, 네타냐후 체포영장에 대한 프랑스 발표에 화가 난 이스라엘은 프랑스 참여를 절대 허용할 수 없다고 했었다.
하지만 협상 막판 타결을 앞두고 프랑스는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로 약속했고, 이스라엘은 국제 감독위원회에 프랑스가 참여하는 것을 허용키로 했다.
프랑스 정부의 갑작스런 입장 변화에 대해 국제 인권단체와 프랑스 야권 등에선 에마뉘엘 마크롱 정권이 레바논 평화안 타결을 위해 정치적 거래를 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프랑스 녹색당의 마린 통들리에 대표는 엑스(X·옛 트위터)에 "프랑스가 다시 한번 네타냐후 요구에 굴복했다"면서 "(마크롱이) 국제 정의보다 네타냐후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국제 인권 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유럽연합(EU) 책임자인 필립 담도 엑스에 프랑스 정부의 발표에 대해 "터무니없는 미친 짓"이라면서 "프랑스 관료들이 정의에 대한 프랑스의 약속과 세계 무대에서의 신뢰성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프랑스의 입장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도 적용되는가"라고 했다.
ICC는 지난 2023년 3월 17일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략하고 어린이를 강제로 데려간 혐의 등으로 푸틴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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