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선도 기업이 새로운 생태계 창출로 시장을 제패 중이다. 독보적인 기술력과 이를 통한 산업 표준 정의, 연계 산업군 창출, 사용자 경험 변화, 충성 고객 록인이라는 선순환 고리를 강화하고 있다. 이들은 미래 변화를 예측해 끊임없는 기술 개발을 시도한다. 이는 세계적 경제 불황에도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들이 시장에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미래 첨단 기술일수록 시장에서 승자 독식의 경향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기존 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시장 구조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K-테크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미래의 산업 흐름을 이끌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은 자명하다. 글로벌 기술 혁신 기업의 시장 통찰과 전략을 살펴봐야 할 시기다.
◇일상을 바꾼 혁신…이용자 강력 록인
2007년 애플의 아이폰 개발은 '혁신'이라 불린다. 기존 휴대폰에 대한 개념과 모바일 생태계, 사용자 경험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이전 휴대폰은 기본적으로 통화와 문자메시지에 초점을 맞췄다면, 아이폰은 통신뿐만 아니라 정보 관리, 디지털 생산 도구로서의 조합을 이뤄냈다. 터치스크린을 통해 인터넷, 이메일, 음악, 동영상, 앱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해 똑똑한 휴대폰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다.
사용자 환경·경험(UI·UX) 또한 혁신적이었다. 물리적인 키보드 없이 전체 화면을 터치로 조작하는 방식을 택하며 '휴대용 PC'의 상용화를 이뤄냈다. 직관적이고 손쉬운 조작이 가능해지며 IT 기기에 대한 물리적·심리적 장벽을 낮췄다.
애플의 혁신은 단순히 UI·UX와 기술에서 끝나지 않았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합을 이뤄내 성능과 안정성을 잡았다. 애플은 iOS 운영체제를 개발, 스마트폰의 성능을 최적화하고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했다. 경쟁업체가 개별적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과 달리, 애플은 두 요소를 밀접하게 결합해 최적의 성능을 구현할 수 있었다.
애플은 앱 생태계도 형성했다. 애플 앱 스토어 없이는 개별 서비스가 이용자에게 닿을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로써 강력한 이용자 록인을 꾀할 수 있었다. 개발자는 애플의 기준에 맞춰 아이폰용 앱을 만들었으며, 이용자는 스마트폰을 개인화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앱 기반 경제가 탄생했다. 휴대폰이 단순 통신 기기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게 됐다.
이에 따라 통신 시장의 점유율은 급격히 변화했다. 기존 피처폰 제조업체가 점유율을 잃고, 시장의 중심이 애플로 이동했다. 노키아의 경우 2007년 49.4%에 달했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2013년 3%로 급락했다. 반면, 애플의 글로벌 아이폰 시장 점유율은 같은 기간 3%에서 15%로, 미국에서는 28%에서 45%로 뛰었다.
◇산업 재편·새로운 시장 창출
테슬라는 모빌리티 생태계에 혁신을 일으켰다. 전통적인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할 전기차 기술을 발전시켰을 뿐만 아니라 배터리 기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스마트 제조 등 다양한 전통 산업을 재편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했다.
테슬라는 리튬이온배터리 기술을 기반으로 한 고효율 배터리를 개발하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등을 자동차와 결합해 모빌리티 시장에 큰 변화를 이끌어냈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시장 이동을 이뤄냈을 뿐만 아니라 기존 전기차의 주행거리, 성능, 충전 속도 등을 개선했다.
모빌리티의 디지털화 또한 산업 내 비교우위를 선점할 수 있었던 요인이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및 스마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주행 경험을 자동으로 혁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차량 성능이 지속적으로 향상된다. 이는 내연기관차와 성능 측면에서 초격차를 만드는 요인이다.
사회적 비용을 줄이며 이용자 인식 변화도 이끌어내고 있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시스템을 통해 교통사고 감소와 교통 흐름의 효율화가 가능하다. 완전 자율주행이 상용화될 시 운전자는 이동 시간에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용자는 테슬라를 단순히 자동차로만 인식하지 않고 '스마트 기기'로 받아들이게 된다.
미래 에너지 시장도 이끌고 있다. 테슬라는 에너지 저장 시스템(Powerwall)과 태양광 패널(Solar Roof)을 개발, 모빌리티 외 산업군으로의 시장 확장도 이뤄냈다. 테슬라의 기가팩토리는 대규모 배터리 생산을 통해 단위당 생산 비용을 낮추고 전기차 생산량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
전통적인 에너지 공급망에서 벗어나 에너지 자립 가능성도 열어나가고 있다. 이용자는 자택에서 친환경적인 전력 생산을 할 수 있게 됐으며 이를 통해 전력 가격 변동에 대한 불안을 줄이는 동시에 지속 가능한 생태에 참여할 수 있다.
테슬라는 전체 전기차 시장 활성화를 이끌어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전기차 보유량은 2018년 대비 6배 이상 증가했다. 시장 전망 또한 밝다. 딜로이트는 향후 10년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연평균성장률(CAGR)이 29%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2030년에는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신차 판매량의 약 32%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