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불교 접촉면 커졌다" 민주, 종교 확장 '종클릭' 전략

2025-05-03

대학원에서 불교사를 전공한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은 최근 전국 사찰 순회 일정을 짰다. 이 의원은 지난 1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조계사를 시작으로 경기 수원 화성 용주사와 그 위에 봉선사, 대구 봉화사를 비롯해 불국사·부석사·해인사부터 찾아뵈려 한다”며 “전국의 다른 사찰도 최대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개신교 신자인 같은 당 중진 의원은 8일 아침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하는 특별 조찬 기도회를 준비 중이다. 이 의원은 통화에서 “지난달 부활절에 강남 광림교회 대규모 기도회에 갔었다”며 “국민의힘은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지도부를 비롯해 열댓 명이 왔는데 우리 당은 참석자 수가 절반에 못 미쳤다”고 했다. 그러곤 “우리 당이 정성을 더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기도회에는 지도부를 포함해 국민의힘 의원 12명이 참석했지만 민주당은 김민석·박홍근 의원 등 5명만 발걸음을 했다.

민주당이 6·3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종교계 표심잡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민주당 총괄선거대책본부 조직표에는 지난 대선 때 없었던 ‘종교본부’가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이용선 의원이 본부장을 맡았고, 불교 담당 김병주·김영배·김준혁 의원, 개신교 담당 송기헌 의원, 천주교 담당 김병기 의원 등 총 6명의 현역 의원이 포함됐다. 숫자만 놓고 보면 노동계를 담당하는 ‘노동본부’보다 의원이 한 명 더 많다.

이러한 움직임은 그간 보수 진영과 더 가깝다고 여겨진 종교계와의 접촉면을 늘리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며 불교·기독교가 비교적 중도화돼 우리 당과 접촉면이 넓어졌다”며 “이 기회에 보다 체계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천주교는 원래 진보 성향이 강했고, 개신교는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편이었다”며 “이번에 탄핵 반대 세력과 중도 성향의 개신교 신자가 분리되면서 개신교가 우리 당에 아주 네거티브하지는 않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또 “불교도 전통적으로 큰 사찰이 많은 영남 불교가 세서 보수적이었는데 계엄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 쪽과 단절하고 있어서 지금이 아주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때”라고 했다.

이 같은 발빠른 대응은 지난 대선의 반면교사이기도 하다. 민주당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이로 진 배경엔 불교계가 적극 지지를 안 한 이유도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정청래 의원이 문화재 관람료를 걷는 불교계를 향해 “봉이 김선달”이라 비판하며 거센 논란이 일었던 걸 가리킨 것이다. 당시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대선 후보가 ‘대리 사과’를 하는 등 전전긍긍했지만 불교계는 대선을 한 달 반 앞두고 승려대회까지 여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처음엔 “잘못한 게 없다”고 사과를 거부했던 정 의원도 결국 직접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정 의원은 사태 1년 뒤인 2023년 조계종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을 정도로 관계 회복됐지만 대선은 이미 패배한 뒤였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도 최근 경남 통도사와 세종시 반곡동 천주교 대전교구청을 찾는 등 종교계 방문 위주의 조용한 내조를 시작했다. 이 후보는 석가탄신일인 5일 전국 법요식에 참석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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