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전쟁에서 포로로 잡혀있다가 고국에 돌아와 가족의 뜨거운 환영을 받는 모습으로 유명한 흑백사진이 있다. 퓰리처상을 받은 이 사진 속 주인공, 로버트 스텀 전 미 공군 대령이 92세 나이로 사망했다.
그의 딸 로리 스텀 키칭은 20일(현지시간) 스텀 대령이 ‘베테랑의 날’인 지난 11일 캘리포니아주 페어필드의 한 요양 시설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베테랑의 날은 재향군인의 헌신을 기려 존경을 표하는 날이다.
스텀 대령과 그의 가족은 1973년 AP 사진기자 샐 비더가 캘리포니아 트래비스 공군기지에서 촬영한 한 장의 사진에 등장해 유명해졌다. 1년 뒤 이 사진은 ‘기쁨의 분출’(Burst of Joy)이라는 이름으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사진 속 정복 차림의 스텀 대령 앞으로 양팔을 벌린 채 달려오는 자녀들의 얼굴에는 ‘아빠가 돌아왔다’는 기쁨의 미소가 생생하게 녹아 있다. 당시 미 전역 신문의 1면에 도배된 이 사진은 베트남전에 대한 미국의 개입이 끝났음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오랫동안 회자돼 왔다.
키칭은 당시를 회상하며 “사진 속 순간의 감정이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며 “그 기쁨과 안도감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고 AP통신에 밝히기도 했다.

사진이 찍히기 6년 전인 1967년, 당시 미 공군 조종사였던 스텀 대령은 같은 해 10월27일 북베트남 상공에서 폭격 임무를 수행하다 그가 타고 있던 F-105 썬더버드가 격추됐다.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던 그는 3발의 총상을 입었고 곧바로 전쟁 포로로 붙잡혔다.
이후 하노이와 북베트남의 5개 포로수용소를 떠돌며 그의 1966일간에 걸친 억류 생활이 시작됐다. 그는 미군을 감금·고문해 기아 상태까지 몰아넣어 악명 높았던 ‘하노이 힐튼’ 수감 시절, 지금은 고인이 된 존 매케인 전 미국 상원의원과 함께 옆 독방에 수감돼 있기도 했다. 벽을 두드리며 암호로 소통했다는 두 사람의 일화가 잘 알려져 있다. 스텀 대령은 1973년 39세의 나이로 고국에 돌아왔다.
다만 귀국의 기쁨이 찍힌 이 사진이 스텀 대령에게만은 그리 기쁘지 않은 존재였다. 그가 베트남에서 돌아온 직후 그의 전 아내인 로레타 아담스는 이별을 통보했고, 부부는 귀환 1년 만에 이혼했다. 두 사람 모두 6개월 이내 재혼했다. 스텀 대령은 20년 후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이 사진은 내게 악명과 명성을 동시에 가져다줬다”며 자택에 이 사진을 걸어놓지 않았다고 했다.
스텀 대령은 1977년 25년간의 복무를 마치고 전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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