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선생전
정진호 글·그림
사계절출판사 | 64쪽 | 1만5500원

은색 파도가 부서지는 동쪽 바다 아래엔 큰 병에 걸린 용왕이 누워 있다. 잉어 의원은 육지에 사는 토끼, 즉 토선생의 간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를 어쩌나. 바다 밖에서도 숨 쉴 수 있는 건 오직 자라 영감뿐이다. 귀가 아주 어두운 자라 영감이 생김새조차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동물을 꾀어 그의 간까지 빼 올 수 있을까?
물고기 신하들의 ‘잘 듣고 실수하지 말라’는 잔소리를 뒤로하고 뭍으로 올라온 자라 영감.

배고픈 호랑이에게 딱 걸린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영감이 내뱉은 한마디. “중요한 일로 ‘호선생’을 찾고 있습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펼쳤을 때 ‘토끼전’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자라 영감이 마주친 건 호랑이다. 게다가 ‘호선생’이라니. 물고기 신하들이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오만한 호선생은 물고기를 잔뜩 먹을 생각에 자라 영감을 덥석 따라가 바다로 내려간다.
용궁에 도착한 호선생은 간을 요구하는 물고기들에게 한 마리씩 곁으로 와 직접 꺼내 가라고 제안한다. 그러나 무사히 돌아오는 신하는 단 한 마리도 없다.
이제 자라 영감 차례다. “간을 찾아가게.” 입을 쩍 벌린 호선생의 말에 영감은 묻는다. “담을 넘으라고요?” 어쩐지 호선생의 마지막 만찬은 쉽지 않을 것만 같다. 답답한 대화가 오가고 울화가 치민 호선생은 가슴을 팍팍 치다 물고기들을 다 토해버린다. 그 와중에 문어 장군은 간을 뜯어 들고 나온다. 이로써 자라 영감의 완승이다.
정진호 작가는 흔히 아는 ‘토끼전’을 구성지게 각색했다. 파랗고 벌건 색의 대비가 강렬한 삽화와 장면마다 생동감 넘치게 배치된 글자들은 이야기에 힘을 싣는다. 작가가 빚어낸 귀 어두운 자라 영감은 비록 말귀는 어둡지만, 묵묵히 할 일을 해낸다. 다른 신하들이 소란 떨며 자신을 깎아내리고 훈계할 때조차 영감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 세상을 구하는 건 바로 그 끈기라는 사실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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