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진실도 진실이다

2025-02-25

지난 16일, 윤동주의 80주년 기일에 맞춰 그가 졸업하지 못했던 교토의 도시샤 대학에서 윤동주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했다. 한·일 수교 60주년임에도 독도 영유권 주장을 비롯하여 일본의 역사수정주의는 여전하다. 그러나 정치와 달리 한·일 간 민간에서의 성찰과 화해는 꾸준하다. 마침 몇 년 전 일본 연극계도 윤동주를 소재로 한 이정명의 소설 『별을 스치는 바람』을 각색·공연한 적이 있다.

시라이 게이타의 작업으로, 그는 명성황후 시해를 다룬 ‘어느 왕비의 죽음’을 비롯하여 덕혜옹주·박열 등 한·일 과거사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연극으로 만들어 왔다. 그 중 ‘별을 스치는 바람’은 후쿠오카 형무소에 수감되었던 윤동주의 마지막 생을 다룬 작품이다.

해방 직전에 윤동주는 20대의 청년임에도 갑자기 뇌일혈로 사망했다. 당시 후쿠오카 형무소가 규슈 의과대학 주도로 생체 실험을 시도했던 곳이고 윤동주 역시 계속 주사를 맞아왔다는 진술이 있어 그의 죽음도 생체 실험에 따른 결과라는 의혹이 강력하다.

그러나 ‘별을 스치는 바람’은 단순한 고발극이 아니다. 사실 너머에 진실이 있고, 문학을 비롯한 모든 글과 기록이 진실을 알려준다는 믿음을 가진 작품이다. 조선 청년 윤동주만이 아니라 강압적인 현실에서 진실에 대한 추적을 멈추지 않는 청년 간수도, 관동군에 투입되었던 고통에 시달리는 일본 검역관도 모두 피해자이며, 그 청년들의 슬픔과 국적을 넘어선 숨은 연대를 다룬 작품이다.

윤동주의 사후, 일본 간수 유이치는 형무소 시절을 기록으로 남긴다. 그 기록에 대해 전후의 조사관이 일본인에게 부끄러운 역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자, 청년 유이치는 이렇게 말한다. “부끄러운 진실 또한 진실입니다. 자랑스러운 거짓보다 부끄러운 진실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습니다.”

김명화 극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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