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과기인이 부자가 되는 길, 기술이전이 여는 새로운 생태계

2025-11-26

얼마 전 방영된 다큐멘터리 '인재전쟁:공대에 미친 중국, 의대에 미친 한국'이 우리에게 여러 시사점을 남겼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 사회 인재 흐름을 보여주는 동시에, 최근 주요국이 전개하는 과학기술 인재 확보 경쟁과도 연결된다. 미국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분야 연구자 유치를 위해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전공자 취업 연장 제도 개선과 비자 우대 방안을 논의하고, 중국은 전략기술 인재에게 기존 연봉보다 높은 보상 패키지를 제시해 해외 인재 유입을 강화하고 있으며 지난 10여년간 엄청난 수의 과기 인재 역유입이 실현됐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중국이 핵심 경쟁자로 거론되는 일은 흔치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연구역량 강화와 인재정책 변화가 맞물리면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공학 분야 대학 진학 경쟁과 연구자 보상 수준 상승은 중국이 얼마나 파격적으로 인재 중심 과기 생태계를 구축하는지 보여준다. 이런 변화는 과기 인재 확보에 필요한 환경과 보상 구조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현실은 어떠한가?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의대 진학을 최우선 고려하고, 과기 영재를 육성하겠다며 설립된 영재고·과학고 학생들까지 의대를 고민하는 상황이 이어진다. 진로 선택에서 소득이 전부는 아니지만 매우 중요한 요소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과기인이 높은 소득을 받기 위해 필요한 방법은 무엇일까?

많은 경우 답은 연구성과 기술사업화, 특히 비교적 위험이 낮고 보상 구조가 분명한 기술이전에서 찾을 수 있다. 기술이전은 이미 시장 기반을 갖춘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돼 창업보다 불확실성이 적고, 연구성과가 금전 가치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실험실의 연구성과가 기술이전으로 이어지기 쉽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연구자와 기업간 기술가치 인식 간극 때문이다.

연구자는 자신이 개발한 기술의 잠재력에 높은 가치를 기대한다. 특히 원천성이 큰 기술은 더욱 그러하다. 반면 기업은 상용화까지 필요한 시간과 비용, 실패 위험을 고려해 이런 기술에 대해 초기 가치를 높게 인정하기 어렵다. 이런 차이는 기술보안 우려와 정보 공유 제약까지 겹쳐 연구자와 기업간 협업을 어렵게 한다.

간극을 줄이는 방식이 마일스톤형 기술이전이다. 의약·바이오 분야에서 널리 쓰이는 방식으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고 단계별 목표 달성에 따라 기술료를 순차적으로 지급한다. 기업은 초기 부담을 줄인 상태에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연구자는 기술 성숙도와 시장성에 따라 순차적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으며 최종목표 달성 시 매우 큰 보상이 보장된다. 국내에서도 의미 있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치매 신약 기술이 창업기업을 통해 이탈리아 제약사에 약 5000억원 규모로 이전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기업은 초기 리스크를 줄였고, 연구자는 기술 잠재력에 상응하는 보상을 확보했다. 계약 이후 기술보안 우려가 감소해 협업이 더욱 원활해지는 효과도 있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는 이런 마일스톤형 기술이전을 의약·바이오 분야는 물론 소재, AI,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하기 위해 관련 지원사업을 시범 추진하고 있다. 기술성숙도 향상을 위한 연구비 지원과 더불어 지식재산(IP) 전략, 사업화 컨설팅 등 간접지원도 함께 제공된다.

연구성과가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고 그 보상이 연구자의 동기와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는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다. 기술이전이 활성화될수록 과기인은 고소득 전문직으로 자리매김하고, 우수 인재 유입도 자연스럽게 강화될 것이다. NST의 이런 노력이 새로운 기회를 열어 한국 과학기술 생태계 도약 기반이 되기를 기대한다.

민병권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융합전략본부장 bkmin@nst.re.kr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