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요즘 도대체 제 상식에 맞지 않는 장면들을 보면서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같은 인간으로서 저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의 행동을 설명하는 책이 있을까 하여 ‘극우주의’에 대해 검색을 해보았는데, 한글로 나온 책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아도르노의 연설문을 책으로 낸 《신극우주의의 양상》이라는 책을 사 보았습니다.
아도르노(Theodor W. Adorno, 1903~1969)는 독일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로 나치 정권 때 미국으로 망명하였다가, 종전 뒤 다시 독일로 돌아왔습니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히틀러의 몸서리쳐지는 악몽을 겪었음에도, 전후 50년대부터 점차 극우주의가 고개를 쳐듭니다. 이들은 히틀러가 그래도 잘한 점이 많았다고 하던가, 심지어는 유대인 학살은 날조된 거짓이라고까지 주장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아도르노는 이를 설명해달라는 오스트리아 사회주의학생연합의 초청을 받고, 1967년 4월 빈대학에서 강연하였습니다. 그동안 이 강연은 녹음본으로만 존재하다가 2019년 처음으로 출판되었는데, 출판되자마자 많은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1967년 강연이니 58년 전 강연이고, 또 독일의 극우주의 발흥에 대한 설명인데, 지금 보아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있군요. 아도르노는 강연 서두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자본의 집적 경향은, 자신이 전적으로 부르주아라는 계급적 자의식을 지니고 있고, 또 자신의 계급적 특권과 사회적 지위를 유지함과 동시에 가급적 강화하려 하는 여러 계층들이 영구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이 계층 집단들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사회주의 혹은 자신들이 사회주의라 부르는 대상을 증오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이는 그들이 자신들에게 늘 잠재해 있는 계급 하락의 책임을 그 원인이 되는 장치에 묻는 대신, 자신들이 한때 지위를 누렸던 체제를 - 전통적인 관념에 따르자면 - 비판적으로 적대해 왔던 사람들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군요. 우리식으로 하면, 기득권 계층이 자신이 누렸던 지위를 잃을까 봐 자기들을 비판적으로 적대해 왔던 사람들을 빨갱이, 종북좌파세력으로 모는 거겠군요. 그러나 우리나라는 엄연히 국가보안법이라는 엄격한 실정법이 있습니다. 빨갱이, 종북좌파로서 그러한 실정법을 어겼다면 당연히 처벌대상입니다. 그러므로 근거도 없이 막연히 빨갱이니, 종북좌파세력이니 하는 것은 그야말로 선전, 선동입니다. 아도르노는 독일에서도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뭔가 적합하지 않은 모든 것을 ‘공산주의적인 것’이라는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개념 아래에 포섭시킨 다음 공산주의적이라고 거부하게 했다고 하네요.
그런데 기득권 세력은 자기 것을 잃어버릴까 봐 이런 주장을 한다는 것은 그럴 만하다 하겠는데, 그런 기득권 세력이 아님에도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왜 그럴까요? 아도르노는 여기서 ‘조종받기 쉬운 유형’의 사람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강연이라 아도르노는 자세한 얘기를 안 하지만, 저는 이 부분을 보면서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가 생각났습니다.
근대로 오면서 인간은 그동안의 신분 속박에서 벗어나 각자 개인이 자유로운 주체가 되었습니다. 자유로운 주체가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자기의 자유로운 행위에 대해 책임도 따르는 것입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홀로서기에 불안해지는 것입니다. 에리히 프롬은 이를 관찰하여 자유로워진 사람들이 다시 자유로부터 도피한다고 한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선전, 선동에 쉽게 넘어가는 ‘조정받기 쉬운 유형’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6.25를 겪어 빨갱이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기에, ‘조정받기 쉬운 유형’의 사람들은 빨갱이, 종북좌파세력이라는 흑색선전(마타도어)에 넘어가는 것이지요.
아도르노는 이러한 사람들에게는 윤리적 호소나 인간성에 관해 호소해 봤자 소용이 없다고 합니다. 이들에게는 그들이 책임져야 할 결과에 대해서 강력히 경고해야 한답니다. 자세한 얘기는 없으나, 이들의 잘못에 대해 법의 강제력을 확실히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히틀러 정권에는 괴벨스라는 선전, 선동의 달인이 있어, 프랑스나 이탈리아 사람들보다 냉철하다는 독일 국민도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그런 히틀러 정권의 선전, 선동 방식은 전후 신극우주의도 써먹는 방식이지요.
이들은 선전, 선동에 진실도 섞어 그럴듯하게 보이게 하고, 이를 계속 반복적으로 주입합니다. 이렇게 하면 심리학적으로 넘어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유태인 학살을 강조하면 할수록, 이런 사람들은 “뭔가 있었음에 틀림없어. 그렇지 않았다면 사람들이 그들을 죽이지 않았겠지”라고 생각합니다. 하하! 이건 “오죽했으면 윤 대통령이 비상게엄을 선포했겠어?”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의식구조이겠네요.
그리고 아도르노는 ‘죄를 고백하는 일은 인제 그만’이라는 열등감을 이야기합니다. 왜 자꾸 유대인 학살의 죄를 계속 끄집어내느냐는 것이지요. 우리가 보기에는 독일이 나치의 과오를 철저히 반성하면서 이를 극복한 줄 알았는데, 독일도 이런 얘기를 하는 극우주의가 계속 기승을 부리는 것이네요.
이걸 보니 우리나라의 친일파 청산이니 적폐 청산은 그만하자는 얘기가 떠오르는군요. 이건 참 어려운 얘기입니다. 문재인 정권이 적폐 청산을 부르짖다가 결국 윤석열이라는 괴물을 불러들인 것이니까요. 우리가 광복 뒤 프랑스처럼 적폐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지금까지 계속 발목을 잡습니다. 과거 청산과 미래로의 발걸음을 어떻게 조화시켜야 하는지, 앞으로의 지도자가 계속하여 고민할 문제입니다.
아도르노의 《신극우주의의 양상》 소개는 이 정도로 그칩니다. 연설본이라 책은 얇습니다. 그리고 문제를 던지기는 하지만 학설서가 아닌 연설본이기에 깊이 있는 분석은 부족합니다.
그렇지만 신극우주의를 이해하는 데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어느 나라고, 어느 시대이고 이렇게 뇌구조가 비뚤어진 극우주의는 존재합니다. 문제는 이들이 소수에 그쳐야 하는데, 요즘 전세계적으로 이들이 세력을 넓히고 점점 미쳐가는 게 문제입니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시대에는 이런 인간들이 얼마나 더 많아지고 미쳐갈지 참으로 걱정이 됩니다. 대한민국인들이여! 제발 부탁하오니, 깨어 있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