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청년들이 중장년층을 넘어 고령층 노동시장으로까지 취업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 고령층이 은퇴 후 생계를 잇기 위해 주로 지원하던 경비직이 최근에는 20~30대 청년들의 ‘첫 일자리’이자 취업 공백을 버티기 위한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 청년들은 진입 가능 일자리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는 만큼 경비직과 같은 노년형 일자리라도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19일 한국경비협회에 따르면 은퇴 이후 생계를 잇는 고령층의 대표적 일자리로 인식되던 경비직에 최근 20·30대 대졸 청년들의 지원이 늘고 있다.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노년층의 ‘마지막 일자리’로 여겨지던 경비직에도 청년층의 입사 지원이 줄을 잇고 있는 셈이다.
청년층 유입 증가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2월 기준 전체 경비 인력은 21만 3874명이며 이 가운데 20~29세는 1만 7395명, 30~39세는 2만 5791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이 같은 20·30대의 경비 인력 수치는 전년 대비 각각 18.8%, 10.4%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60~69세 경비원은 7만 9544명으로 10.8% 늘었으며 70대 이상은 5만 1713명으로 증가율이 3.0%에 그쳤다. 경비원 일자리를 놓고 20·30대 아들 세대와 60·70대 아버지 세대가 경쟁하는 모양새다.
이 같은 2030세대의 경비직 지원 급증은 실제 노동시장에서도 관찰된다. 퇴사 후 이직을 준비하며 구직 공백을 겪고 있는 30대 남성 A 씨는 “요즘은 1명을 뽑는 경비 면접에 수십 명이 몰린다”며 “근무 난도가 높아 기피되던 대형 병원 경비의 경우 5년 전에는 사람을 못 구해 애를 먹었는데 지금은 2030 지원자가 몰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비 교육 수요 증가도 이 같은 2030세대의 구직 어려움을 보여주는 간접 지표다. 한국경비협회가 실시하는 일반 경비원 신임 교육은 서울영등포분회 기준 월 운영 회차가 2023년 12월 4회에서 지난해 12월 6회로 늘었으며 올해 12월에는 9회까지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경비직 취업을 준비하는 인원이 늘면서 사실상 ‘진입 대기 줄’이 형성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 중이다.
이같이 2030 경비직 지원자가 늘어나는 배경에는 청년층의 고용 여건 악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이거나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쉬었음’ 또는 ‘취업준비자’ 상태에 머물러 있는 2030세대는 지난달 158만 9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보다 2만 8000명 증가한 수치이며 이른바 ‘코로나19’ 시기였던 2021년 11월 이후 4년 만에 최대다. 전체 2030세대 인구의 12.7%가 일자리 밖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고령 경비원의 채용 여건이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는 점 역시 청년 유입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동중영 한국경비협회 중앙회장은 “고령자의 경우 지병이나 사고 발생 시 책임 문제가 커질 수 있어 중대재해처벌법 이후 현장에서 채용을 꺼리는 분위기가 분명히 있다”고 밝혔다.
청년층이 취업난 속에서 고령층 생계형 일자리로까지 이동하는 양상은 경비 업계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화, 시설 관리 등 용역 기반 직군 역시 오랜 기간 고령층 중심으로 형성돼온 일자리라는 점에서 경비직과 구조가 유사하다. 업계에서는 이들 직군에서 우선 나타난 청년 유입 흐름이 최근 경비 업계로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2030의 이 같은 선택이 늘어난 배경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지목한다. 청년층은 안정적인 대기업·정규직 일자리를 선호하지만 기업들은 수시·경력직 채용을 확대하면서 양측 간 ‘수요 불일치(미스매치)’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청년층이 담당하던 단순 직무가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로 빠르게 대체되면서 노동시장 진입 문턱이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 또한 나온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청년층이 노년형·저임금 일자리로까지 내려오는 현상은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노동시장 내부 이동 경로가 막혔다는 신호”라며 “위로 이동할 수 있는 사다리가 약화되면서 ‘버티는 일자리’만 남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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