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아이를 키울 때 ‘여성스러움’, ‘남성스러움’을 강조하는 문화가 많이 흐려진 것 같다. 하지만 부모님이 아무리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아이를 키우려고 해도 어린이집만 다녀오면 딸아이는 공주 옷을 입으려고 하고, 아들들은 더 용맹해지고 싶어하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래도 아이들끼리 서로 관찰하고 교류하면서 여성스러움과 남성스러움에 대해 인지하게 되는 듯하다. 그리고 이렇다 보니, 여자아이들은 점점 여성스럽게, 남자아이들은 점점 남성스럽게 교류하고 어울리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꼭, 이러한 성별 특성에 맞게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 아이들은 정말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일까? 사례를 통해 함께 고민해보자.
(아래는 가상의 사례입니다)
딸아이가 남자 친구들하고만 어울려요. 이러다가 나중에 왕따를 당할까봐 걱정돼요.
초등학교 3학년 여자아이인 A의 어머니는 요즘 딸의 교우관계 때문에 고민이 많다. 자꾸만 여자아이들과는 어울리지 않고 남자 아이들과 뛰어놀려 하기 때문이다. 학기 초에는 여자 아이들과 나름대로 어울리는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고 나면 결국 남자 아이들과 뛰어놀고 있다. 때문에 어머니는 A가 학교 생활을 힘들어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된다. 하지만 정작 A는 천하태평이다. 지금이 딱 좋단다. 자신은 여자애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포카(포토카드)’나 예쁜 옷에는 관심이 없어서 대화가 재미 없고, 여자애들은 쉽게 삐지는데 잘 풀지도 않아서 피곤하단다. 하지만 남자애들은 단순해서 잘 삐지지도 않고 풀기도 쉽다고 한다. 아이가 큰 고민이 없다고 하니 일단 다행이기는 한데, 이렇게 지내다가 초등학교 고학년에 들어서 따돌림의 대상이 되지는 않을지 A의 어머니는 걱정을 내려놓기가 어렵다.
A의 성향 및 현재 마음상태 등을 알아보기 위해 종합심리검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를 간단하게 정리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검사결과: 기질적으로 독립적인 성향, 정서적 민감성은 낮음. 하지만 사회적 대처역량은 적절.
검사 결과, A는 기질적으로 독립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때문에 주변 또래들이 자신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건 크게 상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다른 사람의 인정이나 지지를 얻고자 하는 욕구는 크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친구들의 지지를 받고 소속되기 위해서 좋아하지 않는 취미활동을 ‘억지로’ 하지는 않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A는 정서적 민감성이 낮은 것으로 시사된다. 때문에 또래가 간접적인 표정이나 뉘앙스로 표현하는 감정을 파악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A는 사고방식이 단순명료하기 때문에 모호한 상황을 선호하지 않을 것으로 고려된다. 좋으면 좋은거고, 싫으면 싫은 것이다. 따라서 상대방이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한 ‘모호한 감정’을 표현하면 A는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몰라 느껴 피하고 싶었을 수 있다.
이렇게만 보면 A가 사회성이 떨어져보일 수 있다. 하지만 A는 지능이 ‘평균~평균상’ 수준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사회적 대처역량과 관련된 검사에서 ‘평균상’ 수준의 수행을 보인다. 대인관계 장면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한 지식을 적절하게 갖춘 모습이다. 또한 이외의 검사 전반을 고려했을 때도 A는 자신의 행동이 주변에 어떻게 비춰질지, 그리고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나름대로 판단하여 대처하는 것이 문제 되지 않는 것으로 고려된다. 기본적인 사회적 대처역량은 적절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때문에 동성 또래들에게 조금 거리를 두고 지내기는 하더라도 ‘부적절해 보이는 말과 행동’을 보이지는 않았을 것으로 고려된다. 또한 유사시에는 대처역량을 발휘하여 나름의 방식으로 대처할 수 있었을 것으로 시사되기도 한다.
검사자 제안 : 친구가 적은 것과 따돌림/괴롭힘을 당하는 것은 달라요. 우리 아이의 사회적 역량을 인정해주기.
앞으로도 A는 많은 동성 또래들과 어울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확히는 ‘감수성이 풍부하고 정서적으로 예민한’ 친구와 어울리는 것이 곤란하다고 할 수 있다. 잘잘못을 ‘명확하게’ 가리는 일에는 능숙하지만 ‘애매모호한’ 감정을 다루는 것에는 관심도 역량도 크지 않은 것이다. 때문에 섬세한 친구들과 어울릴 때는 서로 피로감이나 어색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회성이 떨어지거나 문제가 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A에게는 또래들의 ‘호감’을 얻지는 못해도 ‘인정’을 받을만한 요소들이 있기 때문이다. A는 명확한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학업 과제도 완전하고 완벽하게 마무리하기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은 우수한 학업적 역량으로 이어져 주변의 인정을 얻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어떤 일에도 큰 동요 없이 대응하는 A의 태도를 매력적으로 느끼는 또래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리고 명료한 태도를 기반으로 또래들 사이에서 ‘차분한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때문에 중요한 것은, 아이의 성향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주려는 부모님의 태도일 것이다. 독립적인 A의 성향을 존중해 충분히 개인적인 취미나 성취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그리고 A의 성향에 맞춰 자신만의 사회적 대처를 발휘하는 것을 믿고 지켜봐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오히려 A가 ‘사회가 요구하는 정답’에 맞게 행동하길 바란 것이 아닌지, 부모님 스스로 고찰해보면 좋겠다.
이정민 임상심리사 ljmin0926@naver.com
#리틀마인드 #플레이올라 #압구정심리상담센터 #이정민 #심리상담 #심리검사 #아동상담 #동성친구 #따돌림 #사회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