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법조인과 재무통 등을 영입하며 기초 체력 강화에 집중한다. 업계 경쟁이 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리스크(위험 요인) 관리에 총력을 기울여 실적 개선을 위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16일 ICT 업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이달 마지막 주에 정기 주총을 개최한다. ICT 기업들의 ‘슈퍼 주총데이’는 26일로 네이버·카카오(035720)·카카오게임즈(293490)·엔씨소프트(036570)·크래프톤(259960) 등이 이날 정기 주총을 연다.
우선 카카오는 이번 정기 주총에서 신종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린다. 여러 회계법인을 거쳐 CJ에서 재무경쟁력강화 태스크포스(TF)장을 지내는 등 20년 경력의 재무통으로 꼽히는 신 CFO를 통해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카카오는 김선욱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를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서울대 의과대학원에서 의료정보학 석박사 과정을 밟아 의료법에 일가견이 있는 김 변호사는 향후 카카오헬스케어 등이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연내 혈압 관리 서비스를 출시해 기존 혈당 관리 애플리케이션 ‘파스타’의 외연을 확대할 방침이다.
게임사들도 법조인들을 전진 배치하며 위기 대응 역량을 강화한다. 카카오게임즈는 국내 최초 여성 고검장을 지낸 노정연 전 대구고검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릴 예정이다. 엔씨소프트도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판사 출신의 정교화 넷플릭스코리아 정책·법무 총괄을 재선임하고 이은화 RGA코리아 총괄을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올린다. 엔씨소프트가 카카오게임즈·웹젠(069080) 등과 저작권 소송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준법경영 전반에 대한 조언을 얻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주요 ICT 기업들이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는 배경으로 시장 경쟁 격화를 꼽는다. 플랫폼·게임 등 업계를 막론하고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며 좀처럼 실적을 내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리스크 최소화를 통해 기초 체력을 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ICT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등 혁신 기술에서 글로벌 빅테크를 쫓아가고 있는 가운데 리스크 발생 시 아예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하다”며 “전문가들을 영입해 위기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성장 기반을 탄탄히 다지겠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설명했다.